대법원
▲대한민국 대법원. ⓒ크투 DB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이하 재림교) 신도가 종교적 이유로 로스쿨 면접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거부당해 불합격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수험생 임모 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취소소송에서 원심 판결 일부를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임 씨는 2020년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다. 그러나 면접 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되자, 종교상 이유로 ‘토요일 해가 진 뒤’ 면접에 응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해, 신도들에게 직장·사업·학교 활동이나 시험응시 등을 금하고 있다.

전남대 로스쿨은 해당 수험생의 이의신청을 거부했고, 임 씨는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 불합격했다.

그러나 임 씨는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는 (면접) 방법이 있는데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수험생인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어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남대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불이익 해소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정도가 재림교 신자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적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임씨 사례에서는 지필 시험과 면접시험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지필 시험은 모든 응시자가 동시에 치러야 하나 면접은 개별적·순서대로 진행돼 면접 시간 변경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면접 시간을 변경하더라도 그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면접 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불합격 처분도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심은 이의신청 거부 행위와 불합격 처분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의신청 거부 행위는 불합격 처분에 흡수된 행위로 보아야 한다며 각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