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준 목사
ⓒMBC ‘성지순례’ 방송 화면 캡쳐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성지순례’ 방송이 성직자를 초청해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편집을 해 논란이다.

예능 ‘성지순례’는 신앙적 목적의 ‘성지순례’가 아닌 ‘욕망의 성지’를 찾아 가는 방송, ‘개신교, 불교, 천주교 성직자들의 속세 체험기’라는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예고편에서는 “신을 따르는 3인의 성스러운 자들이여, 세상을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어라”라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이 방송은 지난 10월 31일 첫 방송에서는 타로 카페, 헌팅 포차 체험이 마련됐다.

방송에 출연한 이예준 목사(안산 꿈의교회)는 이에 대해 “개신교에서는 타로를 여지조차 없는 미신으로 여긴다”면서도, “언제쯤 결혼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정재규 신부, 자운 스님과 함께 남북통일, 국제 정세 등에 대해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이웃 2만 명이 넘는 한 기독교 블로그는 “단순히 몰라서 지은 실수가 아니라, 알고도 저지른 범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타로 카페를 찾도록 기획한 의도가 분명한데, 방송출연이라는 미끼에 미혹돼 걸려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성경에서 하나님은 점치는 자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시는데, 그런데 그것도 목사님이 타로점을 말씀하시는 건 정말 충격”, “타로점을 보는 게 목사가 할 짓인가? 방송도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다 모아 놓고 어떻게 그런 체험을 시키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해 네이트, 네이버 등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타로점 이예준 목사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 됐다. ⓒMBC ‘성지순례’ 방송 썸네일

방송에서의 논란은 타로점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성직자들을 헌팅포차로 이끌었다. 방송에서 세 성직자들은 ‘참깨차돌나베’, ‘삼겹제육볶음’뿐만 아니라 소주까지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MBC 측은 “천주교에서는 성직자의 음주를 허용한다”는 자막을 달았다.

이예준 목사는 ‘선물하기’ 기능이 궁금해 직원에게 물었고, 직원이 “다른 테이블에 마음에 드는 여성 또는 남성 분이 있으면 메뉴를 선물할 수 있다”고 답하자 안내에 따라 다른 테이블에 “축복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류를 선물했다. 이에 패널들은 일제히 “멘트 뭐냐”고 야유를 보냈고, MBC 측은 “헌팅이라기엔 갑분 당황스러운 전도”라는 자막을 달았다.

한술 더 떠 이예준 목사는 “선물하기 너무 재밌는데 한 번만 더 해 보면 안 되냐”면서 육회를 선물하며 “안녕하세요 친해지고싶어요^_^”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고, 패널들은 다시 한 번 “이모티콘 뭐냐”고 야유를 보냈다. MBC 측은 “PC통신 세대급”, “이예준 목사는 최연소자(만 23세)이다”, “빠른 손절”, “뭐가 아쉽다는 건지”라는 자막을 연이어 내보냈다.

이후 성직자들은 다른 여성들과 합석을 하게 됐고, 합석한 여성들은 헌팅포차가 어떤 곳이냐는 성직자들의 질문에 “보통 여자 두 명, 남자 두 명이 와서 서로 이제…”라며 말을 흐렸고, 다른 여성이 “약간 사바나의 사자들 같다”고 했다. 정규재 신부는 여성들에게 “본인만의 플러팅 기술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이예준 목사도 “친구한테 받은 거라도 알려 달라”고 했다.

MBC 측은 이러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남녀의 성지에서 아찔한 유혹을 당하는 성직자들”, “불경하네요 정말 송마구니가 날뛰고 있습니다”, “헌포 속세인이 알려주는 여자들의 플러팅” 등 자극적인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

이예준
▲이예준 목사와 트랜스젠더 풍자가 상황극을 하고 있다. ⓒMBC ‘성지순례’ 방송 화면 캡쳐

고정 패널에는 트랜스젠더도 있다. MBC 방송은 노골적으로 “풍자와 목사 사이에 흐르는 묘한 핑크빛 기류”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성직자와 트랜스젠더를 엮는 시도도 했다. 방송에서 이예준 목사와 풍자는 데이트 통장이라는 주제 아래 가상으로 연인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울러 MBC 측은 기독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부정적 자막을 다는 등 편파적 편집을 서슴지 않았다.

한편 방송에 출연한 이예준 목사는 이성원 목사(오산성애교회)의 아들로, 올해 나이 23세다. 감리교단 소속 목사로, 2018년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해 군종사관후보생에 최종 합격, 지난해 2월 졸업하고 최연소 목사로 안수받은 바 있다. 그는 대형교회인 안산 꿈의교회(담임 김학중 목사)의 초등부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