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교수 연구실 문 장식
1995년 개교부터 자발적 시작해

한동대
▲각 교수연구실 문에 붙인 장식. ⓒ한동대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을 앞두고, 한동대(총장 최도성) 각 교수 연구실 앞에서는 대학생들의 공작 활동이 벌어진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교수 연구실 출입문을 꾸미고 있는 것.

대학가에 스승이라는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한동대 스승의 날 행사는 1995년 학교 개교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진행돼 전통이 됐다. 아날로그적인 이벤트는 디지털이 모든 걸 지배하는 2023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2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자신이 속한 팀과 교수님의 특성을 살려 사진과 종이를 오리고 붙여 가며 정성스레 작품을 만든다. 매년 있는 행사이지만 교수들은 모른 척 퇴근을 하고, 학생들은 교수들 연구실 불이 꺼지면 삼삼오오 모여 강의실 문을 꾸민다.

강의실 문에 붙은 학생들의 작품과 작품명은 위트가 넘친다. 교수 이름을 응용한 이름이나,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 캐릭터를 패러디한 제목들이 많다. ‘주재:원 부재:투(커뮤니케이션학부, 주재원 교수팀)’ 같이 교수의 전공명과 교수 이름을 조합하기도 한다.

공동체 문화를 강조하는 한동대학교는 ‘팀 제도’가 있어서 다양한 전공과 학년의 학생 30여 명이 한 팀으로 묶여 1년간 공동체 생활을 한다. 팀원들은 1년간 같은 생활관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성을 배우고, 매주 수요일 봉사, 운동, 놀이, 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한동대
▲2022학년도 정지은 교수팀 '지우학'. ⓒ한동대
지도교수는 스승이자, 학생들의 엄마 혹은 아빠의 역할까지도 자청해 학생들을 돌본다. 한동대는 경북 포항에 있지만, 신입생의 약 30%는 서울, 인천, 경기권인데다 전국 권역에서 학생들이 온다. 약 16.5%의 학생은 외국인이거나 외국 고교에서 수학한 글로벌 대학이다.

가족같이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은 교수 오피스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교수는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음식을 사주며 인생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도 해준다.

한동대 정지은 교수가 이끄는 ‘지우학(지은 우리 학교는)’ 팀 학생들은 교수님과 함께 ‘계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곗돈을 모아 팀 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이벤트를 해주고, 방학 기간에도 온라인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나누며 도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우학 팀장으로 활동했던 오신영(20학번, 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은 “학기 초반 고민이 많아, 교수님을 찾아 뵙고 두서없이 울면서 고민을 나눈 기억이 있다. 저처럼 고민을 나누는 경우가 아니라도 아침마다 교수님께 눈도장을 찍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정지은 교수는 시험 기간이면 오피스 아워(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수 오피스를 방문하는 시간)를 아예 교내 카페에서 한다. 시험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달달한 음료 한 잔 사주려는 의도라고 한다.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이면 으레 불려졌던 ‘스승의 은혜’ 가사가 한동대에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