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소녀 앞으로 참고 중복 요청 문제 응답 작업 중요성 기대 질문 정보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이중성 양면성 궁금 김충렬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이래저래 서투른 아동이다. 이는 단순히 발음이 아닌, 근본적으로 표현의 문제이다.

표현의 문제는 물론 심리적인 면이 개입돼 작용된다. 아동의 의사표현은 언어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유발되는 것이므로,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은 말하고자 하는 표현이 분명하지 않은 아동,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동, 그리고 말하기보다는 마음이 급한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의 심리적 원인에 대해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1. 잘 이뤄지지 못한 언어의 강화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은 학습이론에서 보면 언어의 강화(reinforce)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강화이론은 학습심리학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학습의 일환이다.

이 강화론은 과거에 정적(正的) 보상이나 쾌감을 받았던 행동은 반복 강화되고, 과거에 부적(負的) 보상이나 불쾌감을 받았던 행동은 억제되어 약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강화론에서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을 보면, 강화는 상호반응과 응답, 모방 등에서 학습되는 특성이다.

강화 이론을 주장하는 심리학자들은 촘스키(Noam Chomsky)가 학습의 중요성을 폄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습득 역시 학습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예컨대 언어를 중요시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언어 획득도 다른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강화에 의해 학습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언어의 강화 이론이다. 그는 언어획득이란 강화에 의한 조건 형성의 결과가 기억 속에 점차 저장되는 작용에 따라 어린이의 언어가 점차적으로 성인 수준에 접근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언어 발달이 언제나 이와 같은 조건 형성에 의존한다면, 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말을 할 때마다 강화를 해야 할 것이다. 강화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다른 학자들은, 아이들이 성인의 언어를 모방한다(imitate)고 주장한다.

그러면 성인의 언어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주 반복되어 강조되는 것이 긍정적으로 강화된다고 보아야 한다.

2. 말하는 경험의 부족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은 말하는 경험이 부족한 것을 문제로 보아야 한다. 말을 많이 하면, 쉽게 훈련되기 때문이다. 말하는 경험 부족은 더 말하기를 꺼리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동은 어려서부터 일단 가정에서 부모, 그리고 형제 등 가족과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것이 훈련된 다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여러 친구 앞이나 낯선 사람 앞에 나섰을 때, 긴장감과 압박감, 부끄럽다는 생각 등이 미리 나타나 그 정신적 긴장이 입술을 굳게 해 그러한 상태를 만든다.

그래서 말더듬이와 비슷한 심리상태가 된다. 이런 아이들은 유달리 수줍음을 잘 타는 편인데, 성장 과정에서 얌전한 아이를 중시했던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사회공포증의 증상을 갖는다.

사회공포증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이는 사회공포증이 특성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사회공포증이 미국과 같은 서구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를 시사한다.

3. 사람에 대한 두려움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아동은 말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말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상 대인공포증이라 볼 수 있다. 편안하고 가까운 관계라면 말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생소한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전혀 자신을 잃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타인을 위한 배려적 행동, 불안 행동, 체취, 분노 가능성, 얼굴 붉히기, 시선 접촉 등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는 행동이나 특성을 두려워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인관계적 상호작용 상황과 타인들 앞 수행 상황뿐 아니라, 무리 속에서 혼자 있는 지하철, 식당, 길거리 등에서도 불안을 느끼거나 불편해 한다.

이 아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가해의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유교를 배경으로 한 눈치문화, 화합과 체면의식, 집단의식, 배려의식, 타인중심적 사고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일종의 문화증후군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동이 남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현상은 동양 문화권의 특수성을 인식하게 한다. 실제로 정신과적 진단분류체계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특이한 점을 보인다.

이처럼 대인공포감은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을 넘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편하게 할 얼굴 붉히기, 화내기, 시선접촉, 입-냄새, 체취 등이라는 과도한 불안을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말을 분명하게 못하는 아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피해를 준다는 염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말을 분명히 못하는 아동을 둔 경우에 해당되는 부모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해 자신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한다 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