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신협 회장 이순임 목사
▲한기신협 회장 이순임 목사. ⓒ협의회 제공
현재 국내에는 일반대학교이면서 신학 학부과정 또는 신학대학원을 운영하는 종립대학교들이 존재한다. 이들 개신교 종립대학에서 졸업한 학생들은 기존 교단에서 안수를 받아 해당 교단의 소속 목회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종립대학 자체에서 초교파 연합으로 실행하는 목회자 안수를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회를 하는 목회자도 많다.

이에 ‘한국기독교대학 신학대학원협의회(이하 한기신협)’ 회장 이순임 목사를 만나 이 협의회에서 17차례에 걸쳐 목회자를 배출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협의회와 회장님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한국기독교대학 신학대학원협의회(KANSCU)는 명칭에서도 엿볼 수 있듯, 특정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non-denomination) 기독교 사립대학의 신대원 졸업생들에게 목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신학을 정규 과정에서 전공했음에도, 목회를 하려면 다시 교단 신학대학에 들어가 신학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상황에 주목한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협의회에는 11개 대학교가 가입돼 있는데, 이 대학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새 시대, 새 교회, 새 목회’를 지향하며 신학석사 이상의 신청자에게 목사안수를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시대적, 목회적 사명을 지니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회를 지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당시 호서대 서용원 교수를 대표위원으로 세우고 출범한 한기신협은 현재 17기까지 목회자를 배출했습니다.”

-11대 회장님으로 선출되셨는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3기 출신입니다. 현재 18기 안수 후보들이 안수 과정을 밟고 있으니, 꽤 항렬이 높은 편이지요(웃음). 사실 감리교신학대학교 졸업 후, 목회자로 나아가는 일이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 길에 감히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래서 선택한 길이 신학교재, 주석성경, 저널(기독교사상)을 펴내는 문서사역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민운동가로서의 부름의 음성을 들었고, 이후 유학을 마치고나서 결국은 여성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사회운동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즈음에, 또다시 후학들을 길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러자 대학교에서의 부름이 있었고, 그곳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목회를 하게 됐습니다. 이제 또 다른 영성 사역의 뜻을 품고 일하던 중,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11대 회장으로 피선됐습니다.”

-17기까지 목사안수가 이뤄졌는데, ‘한기신협’이라는 타이틀이 아직 생소합니다. 협의회가 추구하는 가치 또는 이상에 대해 자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기신협(KANSCU) 소속 교회는 교파주의를 탈피하고 새시대, 새교회, 새목회를 지향한다는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였습니다. 얼핏 들으면 마치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감의 표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전 1:9)’는 말씀처럼, 우리 역시 이것이 새 것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새로움을 지향함으로써 우리의 관점 바꾸기를 시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지금 여기 이 시대의 모든 현상들은 우리가 있기 전 오래 전 세대들에도 있었던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더욱이 이를 새롭게 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새롭게 하며 새로운 목회를 하겠다’는 말은, 다시 말해 ‘본질로 되돌려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점 바꾸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인간의 사고와 생활방식이 달라지고, 이것은 바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기신협은 이처럼 이 시대 교회와 목회의 관점을 혁신시키고,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생명의 역동성을 널리 확장하며 교회 연합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현재 이 협의회에서 안수를 받은 목회자 수는 어느 정도이며, 주로 어떠한 사역들을 하시는지요.

“지금까지 17기의 목회자를 배출했으며, 400여명에 이릅니다. 회원 대부분이 ‘일당백’을 하는 목회자들입니다(웃음). 개척교회를 포함한 기존 교회 담임과 부담임 사역을 하는 일반 목회가 70% 정도로 파악됩니다.

이 외에는 학원목회(중고등학교, 대학교), 기관목회(연구기관, 단체, 상담), 특수목회(사회복지)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목회자들로서, 개별적 재능을 통해 꽤 새로운 방식의 목회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협의회 출신 목회자들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목회 분야에서 주춧돌을 놓는 단계입니다만, ‘새 시대, 새 교회, 새 목회’를 향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존 교단 소속이 아니면서 목회하는 것은, 한계도 있고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한기신협에서 안수를 받고 목회한다는 것은 어쩌면 울타리를 뛰어넘은 한 마리의 양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양 한 마리가 양무리를 떠나는 것은 실종이나 길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흔아홉 마리를 버리는 결단입니다.

양 한 마리가 무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그 양에게 힘이 있고, 숲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들짐승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양에게서는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두려움 없는 상태에서 목회 현장에서 달려나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기신협의 취지와 목적과 비전에 발맞추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때로는 이러한 용기와 결심이 좌절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랬을 때 어느 정도 버팀목이 되어주는 기존 교단의 경우와 비교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협의회가 아직은 양적인 면에서 커 보이지 않다 보니, 목회 현장에서 직접 현장과 부딪치는 목회자로서는 조직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지도 면에서의 한계라고 할까요(웃음)?”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이를 위해 전국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회를 조직해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결속을 다집니다. 이를 통해 응집력을 기르고, 그 힘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자긍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구촌의 모든 일들은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큰 조직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친밀한 관계 형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 형성은 삶의 자리와 현장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어떠한 상황과 변수에서도 믿어주고 격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극복의 동력이 생겨나는 것이라 봅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고 갈파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한 마리 길 잃은 양이 되어 나 자신과 조우하고 나를 발견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한기신협의 목회자가 되기를, 각자 목회 현장에서 부단히 애쓰고 노력합니다.”

-앞서 언급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지요.

“우리 협의회가 햇수로는 벌써 17기에 해당하지만, 종래에는 목회자 배출 기구로서 매진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언급했다시피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종립대학 신학과 졸업생들이 목회자가 되는 길이 요원하던 시대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400여명의 목회자가 이미 배출된 시점에서, 문자 그대로 ‘새 시대, 새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 동안 모든 결실을 실천하고 한기신협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회원 모두를 아우르며 연합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여 더욱 공고히 나아가고자 ‘목회자연합회’가 출범한 것입니다.

이 기구에서는 그 동안 배출된 소속 교회들과 목회자들의 목회 스타일에 맞춤형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훈련하고 조직하는 기능으로 확산시키려 준비 중입니다. 따라서 2018년부터 1년간은, 곧 이러한 기구로서의 출범과 자리매김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현재 개신교 신자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과거 성장 시대와 같은 부흥은 아니더라도 개신교의 위상을 찾으려면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 견해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신자 수효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대외 신뢰도와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교계에 덕망 있는 리더가 없는 것이 그 첫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목회자들이 귀감이 되지 못하고 언행이 불일치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절제된 언행을 해야 할 그들이, 세속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들을 마구 행하고 있으니, 어떻게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입니다만, 교회에 관한 사안의 경우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보다는 개교회에 직접 연결해 확인하는데, 이마저 폐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현장 소식과 미디어를 통한 소식 간의 괴리감은 개교회의 전적 투명성 결여에 있다고 보입니다.

개교회의 기독교적 가치관과 그 실천이 정직하게 사회를 향하여 투명하게 열려 있어, 일반 미디어를 통해서도 교회에 관한 한 어떤 사안이든 세상과 함께 밝히 보일 수 있는 정도로 소금과 빛의 지위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 개신교가 경성하여 위상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한기신협에서는 졸업자에게 안수만을 실행하는 기관인가요? 일반적으로 기존 교단은 목사고시나 면접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요.

“한기신협에서 목사안수를 하는 과정은 약 1년 걸립니다. 서류전형을 통해 적임자를 선별합니다. 이를 통과한 후 논문과 설교 원고를 제출하면, 심사위원에게 넘겨 미리 심사를 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 인터뷰 심사와 설교를 심사위원들 앞에서 실현합니다.

이와 함께 성경시험을 구약과 신약으로 나눠 치룸과 동시에, 인성검사를 실시합니다. 대개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탈락하거나 재심을 거치기도 합니다. 또 인성검사 결과 적합하지 못한 분들은 반드시 탈락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데 거의 1년이 소요되며 만 1년이 되면 안수를 받게 됩니다. 한기신협은 단순히 안수만을 행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안수를 받고 한기신협 하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안수와 목회 실제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눠, 양 축이 이를 맡아 효율성을 높이도록 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한기신협에서 앞으로 전개하시고자 하는 동향과 전망을 말씀해 주시지요.

“이제 곧 18기 목사안수를 앞두고 있는데, 한기신협의 역사의 발자취 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협의회는 청년의 시대를 맞아,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제 확고한 정체성을 지니고 힘을 응집하려 합니다. 이러한 힘은 회원 목회자들 모두가 그 동안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소속감과 연대감을 다짐으로써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기신협 모든 조직이 한 뿌리에서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모든 회원이 지체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잘 수행하되 각 사역지에서 피스메이커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드리고 싶은 강조의 말씀은, ‘한기신협(KANSCU)’이라는 기구는 한국교회 내 어떤 소수이거나, 어떤 작은 교단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새 시대, 새 교회, 새 목회’를 지향성으로 추구하는 분명한 한국교회임을 자부합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렸듯,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우리부터 새롭게 되는, 즉 관점을 바꾸어 변화되는 삶의 기폭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에 더 이상은 희망이 없다고 외치는 이 때에,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이순임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월간 <기독교 사상> 편집장을 지내던 중, 호주 University of Wollongong에서 미디어저널리즘으로 학위(Ph.D.)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을 거쳐 한양대학교 교목을 지냈으며, 한국기독교대학신학대학원협의회 11대 직선 회장으로 피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