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영혼과 자유의지의 문제를 파헤치다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5.01 11:13

추리소설 기법의 심리철학 입문서 펴낸 리브 김 박사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리브 김 | 새물결플러스 | 256쪽 | 14,000원

최고의 탐정 셜록 홈즈가 '현대 심리철학' 수사에 나섰다. '현대 심리철학으로의 모험'이라는 부제를 단 책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는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기법을 차용해 현대 심리철학의 최근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철학과 추리소설이라는 두 난제를 버무려 빼어난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저자는 울산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철학박사 리브 김(김남호). 심리철학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metaphysics)의 한 종류로, 오래 전부터 '영혼과 신체의 관계' 등을 탐구하는 철학자 등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져 왔다.

구체적으로 '영혼은 존재하는가? 감정, 느낌, 믿음과 같은 마음의 상태들은 무엇인가?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행위는 무엇인가?' 등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기독교에서도 자주 묻는 질문들이다. 신경과학 등 뇌과학의 발전으로 신앙적 동기가 하나의 '두뇌 작용에 의한 물리적 현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최근 기독교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한 상태다.

저자는 "신경과학은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내놓게 될 것인데, 이는 우리 인간을 철저히 생물학적 존재, 물질적 존재로 보게 만들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우리에게도 중요하고, 이를 묻지 않고 과학 기술에만 투자한다면 결국 이 사회는 쏟아지는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 앞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자연 내에서 인간의 지위에 대해 대대적인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이 재미있는 심리철학 입문서를 내놓은 저자의 이야기.

-현대 심리철학을 추리소설에 담아낸 책을 구상하신 계기와 동기가 궁금합니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철학, 그 중에서도 형이상학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세계적으로 아직 사례가 없는, 셜록 홈즈 이야기 형식을 통해 심리철학 내용을 담아보자는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집니다. 코난 도일의 소설이 교수님의 인생과 가치관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요.

"예나 지금이나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제 인생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언젠가 소설을 쓴다면 코난 도일이 즐겨 사용한 기법들을 응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 심리철학은 철학 또는 현대 철학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우선 심리철학은 영혼과 육체, 마음과 신체,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다루는 형이상학 분과로서, 이미 고대 그리스 철학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령 플라톤의 <파이돈>은 영혼과 육체의 관계, 영혼의 존재론적 특징을 논증하는 심리철학의 내용을 담고 있지요.

현대 심리철학은 '분석적 심리철학'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언어 분석적인 방법이 그 이전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온 최신 심리철학 논의가 무엇에 대한 것이고 어떤 입장이 있는 것인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의 본성에 대한 문제 이외에도 마음은 물질 세계에 인과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자유의지는 있는지, 개인의 동일성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형이상학적 물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중요한 입장들이 왓슨의 보고서 형식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학, 형이상학 발전에 귀 기울여야"

-현대 심리철학의 주류는 우리가 믿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독교 신앙과 신학, 또는 기독교의 세계관이 현대 심리철학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까요.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물음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입니다. 확실한 점은 신학이 묻는 인간이 따로 있고, 형이상학이 묻는 인간이 따로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형이상학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특성을 묻는 분과라면, 결국 신학은 형이상학의 발전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형이상학 없는 신학이 가능할 수는 있어도, 신학이 실재에 대한 물음을 묻고자 한다면 형이상학은 필수적입니다."

-신경과학(뇌과학)의 발전이 심리철학 논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 책에 나오는데요. 신경과학이 발전하면 기독교적 인간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플라톤이나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은 이성적인 능력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 등과 같은 정신적인 능력이 영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신경과학은 우리의 정신적인 능력이 두뇌 활동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뇌의 특정 부위에 대한 손상이 특정한 능력의 손상이나 저하를 초래한다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을 영혼과 신체의 결합물로 생각하는 실체 이원론은 그 입지가 많이 줄었습니다. 기독교적 인간 이해가 반드시 실체 이원론을 전제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브 김
▲저자 리브 김 박사.
-읽고 나면 현대 심리철학은 AI와 '호모 데우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도 관련이 깊은 것 같은데 맞나요. 이런 시대에 기독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에게 인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물음들은 행위의 본성, 인격의 본성 등과 같은 형이상학적 물음들입니다.

형이상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아주 많은 문제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크리스천들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형이상학적 문제의식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형이상학뿐 아니라 윤리학, 논리학 등도 크리스천들에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분과들은 여전히 우리의 지성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자양분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소설=필로노블, 계속 선보일 예정”

-책의 마지막에 큰 '반전'이 나옵니다.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요.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게 되면 그 반전이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홈즈가 악의 화신에게 선포하는 '형이상학의 승리'가 그것입니다. 그 반전이 의미하는 바는 형이상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감각적 경험과 추론을 통해 범인을 잡았던 홈즈가 인격 동일성에 대한 나름의 기준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설정을 통해, 그 중요성을 암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교수님의 주된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구성주의적 인격이론'에 대한 연구논문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격 개념을 통해 인간을 통전적으로 설명하면서, '강한 일인칭 시점'같은 고유한 존재론적 특징을 학술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행위자의 조건, 도덕적 책임의 조건 등과 같은 문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중 '킴'은 교수님 본인이신가요.

"아니요. '킴'은 김재권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심리철학자를 가리킵니다(웃음)."

-후속작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철학과 소설의 합성어인 '필로노블(philonobel)'이라는 장르를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필로노블 형식은 이미 플라톤을 시작으로 흄 등과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에 의해 시도 되었습니다.

필로노블의 장점은 철학적 문제의식을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제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논리적 분석뿐 아니라 감성을 통해, 나아가 전인격적 체험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습득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지요.

후속작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와 가상의 인물 '한스'라는 어린아이의 만남을 통해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는 작품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스'라는 조숙한 아이가 나움부르크에 온 초췌한 남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훗날 알고 보니 이 남자가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였다는 설정입니다.

셜록 홈즈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끈 셜록 홈즈.
니체가 토리노의 광장에서 쓰러진 후 정신이 망가진 채로 비극적인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스라는 어린아이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철학을 반성한다는 내용이지요.

후속작에서는 니체 사상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통해 윤리학, 형이상학의 문제들을 보다 깊이 다루고자 합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회입니다. 베스트셀러 목록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힐링'이 필요한 사회란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회이며, 합리적인 토론이나 투명한 의견수렴이 아닌 다른 불순한 것들에 의해 이끌려지는 사회를 의미할 것입니다.

'힐링'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사유의 주체로 서야 합니다. 독립적인 사유의 주체란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숙고할 수 있고, 검토할 수 있으며, 타인의 그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나아가 자신의 말과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미를 묻고 근거를 묻는 행위'로서의 철학이 초등학교부터 자리잡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사회를 '힐링이 필요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주인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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