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2017년 6월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남북의 화해와 대북 인도적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6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9일 오전 서울 논현로 서울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2부 발표회에서는 유관지 목사(감리교북한교회연구원 원장)가, 양호승 장로(월드비전 회장), 도재영 이사장(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상임대표)가 각각 발표했다.

◈손해 있어도 성서 가르침에서 답 찾아야

먼저 '교회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유관지 목사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결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이 같은 예견은 인사를 통해 현실화·구체화되고 있는데, 남북 화해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기본원칙과 큰 방향은 '긍정'을 기본틀로 짜여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에 대해선 "취임 후 첫 인사로 임명한 대북관계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을 이끌 인사가 된 서훈 원장은 대북협상의 실무경험이 풍부한 분"이라며 "서 원장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북한 신포에 2년간 상주한 경력이 있는데, 경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그가 현장에 있었던 신포교회의 중요 멤버 가운데 한 분이었음을 떠올리며 반가워하는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 목사는 "정부는 1년 반만에 북한주민 접촉을 승인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텄으나, 남북 화해와 대북 인도적 지원이 순항할 것으로 보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에 따른 국민의 북한에 대한 비호감 정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김정은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 등 여러 제약과 암초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5일 유엔 대북제재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를 이유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방북을 거부했다.

그는 "이럴수록 우리는 성서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성서의 가르침이 마음에 들지 않고 손해가 되더라도 순종해야 한다"며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제물을 드리라(마 5:23-24)'는 말씀은 이 문제의 황금률"이라고 했다.

또 "통일선교 운동에서 가장 요청되면서도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연합'으로, 2015년 분단 70년 관련 행사들이 활발히 진행될 때도 '통일선교 컨트럴 타워'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몇 차례 있었으나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며 "북한을 향한 문이 조심스럽게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 연합 문제도 진보를 이룰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유관지 목사는 "우리는 대북 '지원'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요즘 자주 말썽이 되는 '갑을관계'를 뜻하는 말"이라며 "이를 생각하면서 양쪽이 '갑갑관계'임을 담고 있는 대북협력이나 대북나눔, 대북섬김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복협 2017년 6월
▲발표자들과 기도자들이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네 번째부터 양호승 장로, 림인식 목사, 김명혁 목사, 유관지 목사, 이옥기 목사, 도재영 이사장, 허문영 박사. ⓒ이대웅 기자
◈北 주민들 문제해결 능력 배양 병행해야

이어 양호승 장로는 월드비전 사역과 북한사업 경험을 간략히 소개하고,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 현황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보고했다. 그는 "월드비전은 대북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기독교 정체성에 대한 존중 △전국 단위의 협력사업장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한 어린이 중심의 지역개발사업 △현금지원 불가 △언론노출 자제 등의 원칙에 의거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 장로는 "지난 20년 간 이뤄진 남한 시민사회의 대북지원 활동은 기존 국가 중심적이던 남북관계 전환에 하나의 계기가 됐다"며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일반구호 지원을 통해 점차 역량을 형성하고 전문적 영역을 구축했는데, 농축산 분야와 보건의료 지원, 우선복지 지원, 사회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발협력 방향으로 확대·추진돼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계점으로 △남북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아 장기적·체계적 사업 진행에 어려움 △대북지원 유형·분야의 다양화·전문화에 비해 민간단체들의 역량 미성숙 △목표와 방향에 대한 명확성 부족과 국민적·사회적 공감대 부족 등을 꼽았다.

향후 추진 방향으로는 "북한은 여전히 교육, 아동, 임산부의 영양과 보건, 식수위생, 산림녹화 등 인도적 위기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점에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원 사업의 효과성·지속성 제고를 위해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개발협력 사업이 추진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기관과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지식공유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구체적 목표설정과 국제기준 부합 △북한 내부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를 고려한 정책 △전문성 제고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호승 장로는 "한국 기독교는 분단 이후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사상적·윤리적·종교적 기둥이었지만, 북한 사역에 대해서는 진보-보수의 대립과 갈등으로 힘든 여정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그러나 북한 사역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므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그들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적 차원의 개발과 지원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복협 2017년 6월
▲왼쪽부터 유관지 목사, 양호승 장로, 도재영 이사장. ⓒ이대웅 기자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 재평가 시도해야

도재영 이사장은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의 재조명과 동북아 화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 대외정책의 3대 요소는 중국경제 의존도, 북한 핵개발, 한미동맹 강화 등으로 요약되는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출구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북핵 개발에 직·간접 간여한 핵종주국 러시아와의 협력과 우호증진이 세계 평화와 모두의 안정에 큰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도 이사장은 "따라서 러시아에게 미-중 간 사드 문제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기대해 본다"며 "한·러·중·미·일은 북한의 개혁·개방 전략의 일환으로 2선(2국경선)과 3점(한반도·중국·러시아)의 권역별 경제블록을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탈북민 3만여 명, 고려인 4만여 명, 조선족 70만여 명은 지금 한국에서 여러가지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품고 살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고,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는 끊임없는 인도적 지원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1937년 있었던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는 해로,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70여년 간 조상들이 가꾸어 놓은 연해주 땅을 하루아침에 스탈린에 의해 빼앗기고 중앙아시아 벌판에 버려진 셈이었지만, 고려인들은 황무지를 가꾸어 논을 만들고 모범적인 농장을 만들어 벼농사 북방한계선을 올리는 등 농업개발에 기여했다"며 "각국은 이러한 강제이주의 역사를 왜곡하는 면도 있었지만, 80주년을 맞아 한·러·일 역사학계가 합동으로 진실되고 겸허한 자세로 얼굴을 맞대고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 이사장은 "일방적인 가해와 피해를 떠나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려인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사회에 끼친 영향과 기여도에 대해 재평가를 시도해야 한다"며 "남북의 이념 대치 속에 가려진 고려인들의 항일 독립무장운동의 가치도 인정하고 그 정신을 고양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복협 2017년 6월
▲김명혁 목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복음통일과 영성대국 위해 기도해야

허문영 박사는 "화해하고 지원만 하는 것은 분단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목표를 잘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며 "우리가 세워야 할 목표는 복음통일과 영성대국이다. 이를 위해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7명의 석방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한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화해와 지원 못지 않게 병행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허 박사는 "지금은 큰 위기에 있기 때문에 출범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할 때가 아니다"며 "함께 기도하면서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창의적 통일'이 필요한 때"라며 "정치체제부터 하나 됐던 독일은 통일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사람의 통일'부터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도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을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복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김정은이 복음을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선 1부 기도회에서는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가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신다(창 50:19-21)'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후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김태구 CMI 대표)',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회개 운동을 위하여(안만길 염광교회 목사)',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하여(정현구 서울영동교회 목사)' 기도했다. 발표회는 한복협 총무 이옥기 목사(UBF 총무)의 광고와 최복규 목사(한국중앙교회 원로)의 축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