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 목사.

‘인생을 살맛나게 하는 99가지 희망공식’이라는 책에서 일산에 사는 이모 씨는 지갑 속에 항상 ‘아버지 면허증’을 갖고 다닌다고 했다. 세 자녀를 둔 그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 면허증’에는, 이런 조건이 적혀 있다.

첫째, 자녀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아버지가 된다.
둘째, 아이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된다.
셋째,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가 된다.
넷째, 하루에 한 번씩 가족들과 웃음을 나누는 아버지가 된다.
다섯째, 자녀들을 존중함으로 존경받는 아버지가 된다.

이 씨는 “나는 언제 어디서나 이러한 면허 조건을 갖춘 아버지로서 보람을 찾으며, 좋은 아버지가 되는 데서 만족을 얻는다”고 말했다. 가끔 지갑을 열다가 면허증을 발견하게 되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좀 더 충실한 아버지가 될 것을 다짐하게 된단다.

아버지! 참으로 귀하고 중요한 이름이다. 장가 가서 아이만 낳았다고 아버지가 아님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만큼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 ‘아버지 면허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운전면허증처럼 정식으로 시험을 치르고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각오를 갖게 하는 데는 좋은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 면허증으로 인해 틈 나는 대로 아버지로서 할 일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자기 반성적 노력 없이 아버지 노릇을 하다 보면, 아버지란 자리가 재미없는 잔소리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 속에 아버지는 추방되고, 유명한 가수나 탤런트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가정에서 아버지와 남편의 영향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아버지가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5분에서 30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아버지가 자녀와 얼굴을 마주하는 횟수가 하루 평균 2.7회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각각 10초에서 15초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얼마 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대 거의가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고, 13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45.6%도 가족과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자녀의 부모로 만들어 놓으셨을 때는 분명 이유가 있으실 것이다. 그것은 자녀 교육에는 아버지가 채워줘야 할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참여 없이 자란 아이들은 결코 균형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왜 결손 가정의 아이들의 탈선율이 높겠는가? 왜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들의 시험 성적과 학업 성취도가 낮으며, 가난해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5배나 더 높고, 극빈자가 될 확률은 10배나 더 높다는 통계가 나왔겠는가? 이 모든 것이 아버지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들이다.

아버지란 자리가 너무 오래 비어 있게 되면, 아이들은 아버지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버지가 가정에 다시 돌아오고 싶어도 그 자리를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아버지들이 젊은 시절 처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미명 아래 너무나 오래도록 아버지 자리를 비워뒀다가,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어질 때 가정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아버지 자리는 다른 것들로 채워져 있고, 다만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좋은 아버지란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긴 아버지다. 단순히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만으로 반드시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부정적으로 작용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했을 때 아버지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과거에는 종종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버지를 결코 닮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아이들도, 어느 순간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아버지와 똑같음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아무리 닮지 않으려 애를 써도, 아버지는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모델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영향력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영향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 관계에 있다. 즉 부부 간의 거리가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와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남편이야말로 좋은 아버지이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어머니를 사랑해주는 것이다.

아버지! 그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정을 위해서 힘쓰는 모습을 생각하면 어떻게 보답해야 그 은혜가 갚아질지 숙연해진다. 아마도 목숨을 드린들 아버지 은혜를 갚을 수 없으리라.

많은 아버지들이 아버지의 중요성을 알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지만, 좋은 아버지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실천해야만 될 수 있다. 말이나 생각으로만 좋은 아버지가 된다면 그 누가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하겠는가!

이제라도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말로만 잘해주는 아버지, 생각으로만 좋은 아버지가 되지 말고,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결심해 보자. 그리고 실천하여 행함으로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어 보자.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살 수 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살아 있지 않으면 그 가정은 행복해질 수 없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의 잘됨을 위해서, 반드시 아버지가 살아야 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녀들의 앞날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아버지여! 이제라도 새롭게 시작해보자. 그동안 못했던 아버지 노릇을 확실하게 해 보자.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결심하고 노력하면 누구라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세상에 모든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버지 대학을 마치고 난 후 아버지들은 이런 기도를 한다.

“‘자살’도 ‘살자’로 읽는 눈을 갖게 하소서. ‘신은 두 손으로 때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서 언제든지 다른 한 손을 남겨두게 하소서. 어떤 장애물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삼을 수 있도록 모범이 되게 하소서. 집 현관문을 들어설 때는 세상 속에서 찌들은 고통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미소 띤 얼굴로 다가가게 하옵소서. 자녀들에게 날마다 귀로 먹는 보약, 칭찬과 격려를 달여서 먹이게 하소서. 가정 행복은 시간을 쌓아야만 올라가는 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가족들과 시간을 나누게 하옵소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그 아이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부부 사랑을 실천하며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