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게하시가 엘리사의 지시대로 지팡이를 아이의 얼굴에 올려놓았으나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뒤따라 온 엘리사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먼저 하나님께 기도한 후 죽은 아이 위에 엎드려 자기 입을 아이의 입에, 자기 눈을 아이의 눈에, 두 손을 아이의 손 위에 포개었다. 그러자 죽은 아이의 차가운 몸이 조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엘리사는 잠시 방안을 거닐다가 재차 아이 위로 올라가 엎드려서 먼저처럼 반복했다. 그러자 죽은 아이가 일곱 번 재채기를 하더니 눈을 떴다.

“게하시야, 부인을 올라오라고 하여라.”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부인은 죽은 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엘리사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하고 다시 살아난 아들을 품에 안았다.

이스라엘 북동부 지역에 자리잡은 아람은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 공격해 왔었다.

아합 왕이 죽은 것도 아람과의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다. 아람의 총사령관인 나아만 장군은 혁혁한 무공으로 큰 승리를 거둔 적이 여러 번이어서 벤하닷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그런 나아만 장군에게 큰 불행이 닥쳤다. 천형이라는 문둥병에 걸린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가 문드러져 나가서 사랑하는 가족들조차 그를 은근히 기피하게 되자 그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람의 병사들이 떼를 지어 이스라엘의 국경지대 성읍을 약탈한 적이 있었다. 이런 비열한 약탈행위가 국경 가까운 곳에서 심심찮게 일어났는데, 한 번은 이스라엘의 소녀 하나가 납치되어 왔다. 그는 나아만 장군의 부인을 시중드는 하녀가 되었다.

이스라엘 하녀는 주인의 몹쓸 병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보다 못한 그는 어느 날 주모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 사마리아에 계신 하나님의 예언자를 만나시면 병을 고치실 텐데요.”

계집종에 불과한 그녀의 가벼운 말은 그러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그 누구도 문둥병에 걸렸다가 치료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데다가, 증세가 매우 심각해가는 주인 어른의 치료 문제라서 흘려들을 소리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예언자가 누구냐?”

주모로부터 그 소식을 들은 마님이 하녀를 불러 꼬치꼬치 따져 물었고, 그 정보는 즉시 나아만 장군에게 보고되었다. 장군은 부푼 가슴으로 왕궁에 들어가 왕에게 보고했다. 왕궁이 들썩거릴 지경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장군, 지체할 것 없이 속히 사마리아로 가시오. 내가 이스라엘의 요람 왕에게 친서를 써 줄 테니 충분한 선물을 준비해서 떠나시오. 장군이 치료되기만 하면 이는 우리 나라의 경사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