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매주 연재되고 있는 ‘닥터 샬롬의 크로스 코드’ 이번 회에는 저자인 샬롬 김 박사님의 요청으로 저자의 글 대신 이어령 박사(이화여대 석좌교수)님의 추천사를 게재합니다. 샬롬 김 박사님은 그같은 요청의 이유에 대해 ”지난 날의 글을 요약해주고, 앞으로 십자가의 7언으로 들어가는 데 아주 좋은 다리가 되어 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 박사님은 앞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래 이 글을 70 평생 기독교를 비판했던 이어령 박사님을 염두에 두고 썼는데, 그런 이 박사님이 이 추천사를 써주었다는 에피소드도 밝힌 바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어령 박사(중앙일보 고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성경이 암호로 기록되었고, 예수는 십자가 부활 후 그 암호 해독법을 제자들에게 두 번씩이나 알려 주었다. 그 암호 해독법을 통하면 성경의 암호가 풀린다(?). 무슨 추리 소설의 시작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성경이 왜 암호이고, 예수가 무슨 암호 해독법을 알려 주었단 말인가! 이 주장은 사실일까?’

새롭기 그지 없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나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성경을 읽어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고 소망을 주는 말이다.

내 삶과의 연관성

사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최근 내게 일어났던 삶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나는 몇 년 전에 내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경험을 하였다. 그것은 우선 평생 내 것으로 생각하고 사용했던 언어의 한계를 느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워낙 언어라는 것이 삶의 전반을 좌우하기에 언어의 한계감은 자연 인생의 한계감으로 연결되었다. 70여 년을 지상의 언어, 지성의 언어를 사용하여 교수로, 작가로 살아온 나에게 뭔가를 설명할 수 없는 한계성은 실로 어색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내가 알지 못한 언어, 내가 알지 못한 삶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이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성경과 예수와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사실 문학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성경을 여러 차례 읽었다. 연인들의 탐미적인 구절들로 쓰인 아가서, 인생의 진솔하고 절실한 간구인 시편, 유대인적 인생 처세술의 잠언 그리고 복음서의 비유 등은 유대 문학 그 자체로 음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유대 민족의 설화쯤으로, 그리고 인류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은 혹세무민하는 묵시 문학쯤으로 폄훼하고 나면 내 나름대로 성경에 대하여 편하게 정돈을 할 수 있었다. 복음서에 나오는 십자가는 로마의 사형제도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형수 예수는 물론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지성으로 이해한 성경에서 영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비지성적이고 미신적인 일이었다.

그러다가 로마의 그 사형 틀에서 죽어간 예수로 인하여 내가 언어의 한계와 인생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같은 한국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분명 다른 차원의 언어를 말하고 있었다. 같은 이 땅의 삶인데 그의 인생은 분명 나와 다른 세상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사실 그는 나보다 젊고, 이제 실명위기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로라 하는 미국의 안과 전문의들이 실명을 선고한, 말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나에게 빛의 언어를 들려주었고, 빛의 인생을 보여주었다. 어린 그의 그러한 언어와 삶의 태도에 나는 일종의 경외감을 가지게 되었다.

실명위기에 있었던 그는 다름 아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사랑하는 딸이었다. 딸은 사위의 사랑하는 아내요, 손주들의 소중한 어미요, 미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검사였고 변호사였다. 많은 일을 해내면서 너무나 중요한 인생을 살고 있던 나의 사랑하는 딸이었다. 그러나 딸은 본인이 육체의 실명 위기에 있었으면서도 오히려 애비의 영적 장님 상태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나의 영적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오랫 동안 기도를 했다.

나는 육체의 실명 위기에 놓인 딸을 위하여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나의 영적 눈을 뜨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인도였고, 딸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지성의 언어에 흠뻑 빠져 있을 때, 나의 딸은 내가 알지 못하는 영성의 언어를 익숙하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지상의 인생에 흠뻑 빠져 있을 때, 나의 딸은 내가 알지 못하는 천상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언어와 그런 인생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우선 놀랐고, 내 지성의 언어 그 이상, 내 지상의 인생 그 이상을 그와 함께 꿈꾸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느낀 지성의 언어,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느낀 지상의 인생,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내가 성경을 문학 이상으로 이해하지 못한 이유

저자는 내가 성경을 읽으면서 문학 작품 이상으로 성경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를 쉽게 설명한다. 성경은 암호로 기록되었고, 그 암호를 푸는 사람만이 성경의 참된 비밀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의 암호화는 구약과 신약이라는 구조와 중요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또한 언어의 단계와 연관이 있다. 구약에서 암호가 주어졌고, 신약에서 그 해독법에 따른 답이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암호를 암호로 취급하지 않음으로 그것이 풀어야 할 암호인 줄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는 언어엔 시장, 예술, 문화, 종교 그리고 로고스 단계의 언어가 있으며, 성경은 이 모든 단계의 언어로 기록되어 누구나 성경의 어느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가장 깊은 성경의 비밀은 로고스의 언어를 알지 않으면 성경의 더 깊은 참된 진리를 이해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로고스 언어로 기록된 부분이 성경의 비밀이 담긴 암호의 부분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내가 이해한 성경은 시장언어, 예술언어, 문화 언어쯤으로 이해를 한 셈이다. 내 지성을 통하여 약간의 종교 언어 차원까지는 이해를 했겠지만 영성과 믿음을 통하여만 이해될 수 있는 로고스의 언어는 이해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로고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하여 저자는 예수님께서 승천 전에 알려 주셨다는 암호해독 공식을 적용하여 성경을 풀이한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며 하신 7마디 속에 담긴 심오한 비밀들을 풀어 준다. 나는 미처 십자가 상의 7마디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이 그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돈 되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저자는 이런 지성의 언어의 한계 속에서, 인생의 한계를 느끼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성경의 비밀, 인간의 완성의 영적 비밀을 지성의 언어로 해독하여 준다.

지성의 언어와 지상의 삶의 한계를 넘게 한 책

예수님을 다 이해하지 못해 당황스러워 하는 나에게 예수님과 함께 했던 제자들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이해 못하였고, 부활 후까지도 예수님을 잘 이해 못하였었다는 사실이 내겐 퍽 위로가 되었다. 나는 부활한 예수가 지난 2000년간 영으로, 그리고 사람들을 통하여, 그리고 다른 경험 속에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그의 상처 난 손을 내밀었음에도 끝내 믿지 못했던 예수의 제자, 도마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의 당돌한 계약 요청에 선뜻 손을 내밀고 내가 계면쩍게 내민 나의 여윈 손을 잡아 주셨다. 이제 예수님이 가르쳐 주셨다는 암호 해독법을 통하여 예수님의 생전에 그를 보지 못하고도 예수님을 믿고 위대한 전도자가 된 바울과 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내 지성의 언어의 한계를, 지상의 인생의 한계를 넘게 하고 그 이상의 암호를 해석해 준 이 책, 크로스 코드를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에게 일독을 강력하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