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조부 안봉순 열사는 항일독립군으로서 또 상해 임시정부 요원으로서 한 장의 귀중한 싸인보 가지고 고국에 돌아 오셨다. 현재 그것은 아버님께서 천안 독립기념관에 기증하셨는데, 그 싸인보는 김구, 김규식, 서상열 등 임시정부 요원들이 민족의 해방을 맞이하면서 각각 자신들이 민족을 사랑하는 표현을 굳게 결의한 내용이며 보관자는 필자의 조부이셨다. 필자는 그것을 볼 때마다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우리 후손들을 사랑하였는지를 느끼곤 하며 늘 마음속에서 민족에 대한 애국심을 일으켜 본다.


다가오는 삼일절을 맞이하여 기독교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재해석해 보고 그 운동의 영향을 생각해 보는 것은 오늘날 어려운 한국의 상황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된다.

삼일운동은 기독교인들의 희생을 통하여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삼일운동 당시 이승훈은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이 운동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였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이 운동의 준비과정과 조직, 그리고 온 민족이 참여하는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민족 대표로서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기독교인이 16명이었으며, 거사 준비 과정에서 중심되는 인물 48인 가운데 기독교인이 24명 이었다. 이 운동에서 1919년 6월 30일에 집계된 것을 가지고 볼 때 교사와 학생을 제외한 직업 가운데 세 번째 그룹으로 목사, 전도사, 교회직원 이었다. 그리고 종교별로 볼 때 장로교와 감리교가 중심이 된 기독교가 가장 많은 참여를 하였다. 그리고 이 운동의 여파로 소각 당한 교회당이 47개소로 당시 학교는 2개교가 소각 당한 것과 크게 대조가 된다. 이런 모든 것을 가지고 삼일운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진실로 기독교인들이 가장 큰 역할과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운동은 기독교인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삼일운동은 당시 우리민족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주었다. 이 운동을 계기로 온 겨레가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삼일운동을 통하여 일제의 가혹한 무단 통치 아래서도 꺾이지 않는 자주민의 저력을 국내외에 떨쳤다. 민족의 강한 의지와 저력을 과시함으로써 세계 여러 나라에게 한국의 국권 회복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삼일운동은‘세계혁명사의 신기원’으로 평가된 중국 5·4운동과 4월 6일 인도 무저항배영운동(排英運動)인 제1차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眞理把守)’운동, 이집트의 반영자주운동, 터키의 민족운동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의 민족운동을 촉진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1919년 4월 17일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수립되어 국권 회복 운동의 지도 기관이 되었다. 삼일 정신은 이후 국권 회복 투쟁의 정신적 전통으로 계승되었고, 오늘날에는 민족 정신, 자유 정신, 평화 정신으로 승화해 영원한 민족의 지표가 되었다.

삼일운동은 기독교인들의 역할을 통하여 위대한 전통을 우리민족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 고귀한 정신을 남겨 주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자. 기독교가 사회와 국가에 유익보다는 불의와 불법, 비리와 문제점을 많이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교회는 삼일운동에서 보였던 민족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올바르게 승화시켜 한국교회를 새로운 모습으로 개혁 할 필요가 있다.

삼일운동의 기독교적 영향사는 오늘날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많은 도전을 준다. 첫 번째는 운동을 전개시키는 방법 면에서 비폭력주의를 택한 점이다. 일제의 폭력에 대항하여 폭력을 택하지 않고 비폭력을 통한 정당한 의사를 밝힌 점은 우리 인류의 문명에 훌륭한 교훈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폭력적 시위와 테러가 난무하는 모습은 바로 이 정신의 계승과 전파가 절실히 요구된다. 종교와 이념의 갈등 역시 바로 삼일운동의 정신으로 돌아갈 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시위도 바로 선배들의 비폭력주의의 정신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조오지 소렐(Georges Sorel)이나 프란츠 파농(Frants Fanon)과 같은 폭력 지지자들과 달리한 자크 엘룰(Jacque Ellul)이 말한 사랑과 기도와 믿음 의한 사랑의 폭력이 행하여 져야 한다.

두 번째는 목사를 비롯한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운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었는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현 한국사회에 여러 분야에 세심한 관심과 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존경받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바로 존경받는 국가의 지도자를 배출하도록 교회에서 올바른 신앙과 윤리 그리고 이웃과 사회를 바르게 섬기는 자세를 실제적으로 가르켜야 한다. 이승훈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 배출에 힘써야 한다. 최근 지도자론과 최고경영자에 대한 이론이 시중에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우리의 후손과 장래를 이끌 기독교 지도자를 훈련 시켜야 할 당위성을 여기서 발견한다.

세 번째는 이 운동에 젊은 층이 많이 참여했다. 조사에 의하면 연령별로는 30세 미만자가 전체 구속자의 반 이상이 됨으로써 청 장년층이 중심적으로 참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민족을 사랑하여 자신을 던진 그 희생을 본 받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어떤가?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건전하고 창조적인 사역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아픈 일이다. 바로 교회는 젊은이들을 교회로 끌어 모아서 이웃과 사회, 그리고 민족과 세계를 바르게 사랑하고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성경의 가르침을 펼쳐 나가야 한다. 현 한국교회는 이런 점에 있어서 희망이 있다.

네 번째는 이 운동은 민주정신과 시민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선언문에 보면 문화발전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이 운동의 영향인 계몽운동이 교육과 문화 사업을 비롯한 농촌 운동, 문서 운동, 여성 계몽운동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어났다. 한국기독교가 사회의 변혁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에 공헌을 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역을 요하는 대목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정 문제, 폭력문제, 성 문제, 생명윤리 논쟁등 수많은 문제들로 사로잡혀 있다. 바로 기독교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문화의 사역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다섯 번째는 삼일운동 정신과 기독교 정신의 지평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영향사를 통하여 오늘날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요구받아야 한다. 현 한국사회는 국가에 대하여 무관심한 사람이 많이 있다. IMF 체제의 어려움에서도 사치와 외화를 낭비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식어져 가고 있다. 공동체의식의 회복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부패된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애국정신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며 사회를 정화하고 문화를 변혁시키며, 세계 공동체를 향한 보편적 가치와 진리를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삼일운동은 세계민족운동의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국제분쟁도 바로 이 정신에 따라 세계인류의 평화에 대한 모색을 찾을 만 하다. 모든 민족들이 정당하게 하늘 아래서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 바로 이 선언서야 말로 오늘날 테러와 보복 전쟁으로 얼룩진 현 세계의 모습을 수정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일제의 억압에서 만들어낸 위대한 유산인 삼일운동 정신 속에서 우리는 바로 민족의 아픔을 교회가 친히 담당하고 나갈 때, 민족을 바르게 이끌었으며, 민족의 문제들을 해결하였으며, 더불어서 기독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이루어 내었던 사실을 교훈으로 받아야 한다. 삼일운동의 보편진리는 오늘날 이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성경을 통한 지평의 융합을 이루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하여 인류 역사 속에서 계승되어야 한다.


안명준교수 (평택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