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한국교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80년대의 풍성한 은혜의 시대를 보내고 이제 교회의 존립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큰 도시의 대형교회들을 제외하면 태반의 소형교회들은 여러 모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모습은 최근 주5일근무제의 실시를 앞두고 그 분명한 대안을 갖지 못하면서 더욱더 흔들리고 있다. 먼저 한국교회가 신학적인 위기에 처한 상황을 몇 가지로 진단한 후에 그런 문제들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한국교회의 신학적 문제로 먼저 극단적 이원론을 들을 수 있다. 이원론은 영어로 'dualism'인데 일반적으로 근본적인 실재를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것으로 주장하는 이론이다. 영국의 동양학자 하이드(Thomas Hyde)가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의 역사"(1700)라는 책에서 선의 원리와 악의 원리가 영구히 대립하는 종교체계를 이 말로 부른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형태는 플라톤의 이데아계(영지계)와 감성계(현상계) 그리고 데카르트의 정신과 물체, 그리고 종교에서는 빛과 어두움, 선과 악에서 나타난다. 기독교는 이원론적 대립의 구도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천국과 지옥, 육과 영,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나라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기독교를 이원론이라는 형태로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초기 한국교회는 경건하고 헌신된 선교사들을 통하여 건전한 신학과 경건한 신앙을 전수받게 되었다. 이들을 통하여 신학교가 세워지고 목회자가 배출되면서 한국교회는 일제의 핍박과 6·25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었다. 80년대 한국은 고속 경제성장으로 인해 교회는 물질적 풍성함을 누리게 되었다. 격동기의 시련 과정을 통하여 한국교회는 민족적 고통과 정치적 억압의 시대에 세상과 내세라는 도식의 이원론으로 빠져들었고, 경제적 풍성함과 사회적 윤리적 자유의 시대를 맞이해서는 교회와 세상이라는 도식의 이원론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자의 구도에서는 기도와 기도원 그리고 치료의 은사와 신비주의의 강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후자의 구도에서는 지상 교회 내에서 특별은총의 충만함을 강조하였고, 일반은총의 영역으로서 세상에서는 특별은총의 적용이 미약하였다. 전자의 경우 초월적이며 종말론적 이원론이 강했지만, 후자는 점차적으로 영역적 이원론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결국 수직적 신앙의 형태에서 수평적인 신앙의 형태로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국교회의 개인의 구원을 중시한 보수적인 신앙과 사회구원을 주장한 진보적 신앙이 구원을 어떻게 이해하는 그 방식에서 분명하게 나타났으며, 교회가 외형적 모습을 중시하며 교인과 교인이 연결되고 그 숫자적으로 많은 성장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목회신학에서 잘 나타난다.

따라서 한국목회자들의 책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극단적 이원론적 사고의 수정 없이는 참된 목회나 성도들의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없다. 한국교회는 극단적 이원론으로 인해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의 종말론적인 실현을 이 땅위에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천국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비(非)천국인 장소로 인식하고 기독교인의 삶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를 지나치게 이원론적으로 강조한 결과 성도를 하여금 이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즉 성도들은 자신이 출석하는 지역교회에 지나치게 과부하가 걸리게 되어 사회에서 균형 있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성도들에게 잘못된 세계관을 바로 고쳐 주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위에 실현되도록 인식시켜야 한다. 건전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안명준교수(평택대학교신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