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이는 김포 애기봉에 10년 만의 ‘성탄 트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포시청,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식 개최

1971년부터 성탄 트리 점등 행사
2014년 철탑 철거, 이후 北 협박도
김포시, 철거 트리 모양 조명 설치

▲애기봉 성탄트리 전경. ⓒ김포시
▲애기봉 성탄트리 전경. ⓒ김포시

북한과의 군사분계선(MDL)에 불과 600여 미터 떨어진 김포 애기봉에 다시 성탄 트리가 세워진 가운데,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점등 행사가 열렸다.

김포시는 24일 “대한민국 대표 접경지역 생태관광지인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10년 만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개최됐다”며 “전망대로 올라가는 생태탐방로에 10년 전 철거된 트리 모양으로 조명을 설치, 대형트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애기봉에서는 지난 1971년부터 연말마다 높이 30m 철탑을 성탄 트리로 꾸며 한국교회 차원에서 점등식을 개최해 왔다.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성탄의 희망을 전하면서도 체제 우월성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임진강 맞은편 북한 개풍군과의 거리가 1.4㎞에 불과한 애기봉에는 1964년 해병대가 높이 18m의 트리를 설치했다는 기록도 있다.

▲2010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 모습. ⓒ크투 DB
▲2010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 모습. ⓒ크투 DB

애기봉 점등식은 매년 열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로 중단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로 재개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에는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철탑이 철거됐다. 이에 교계는 곧바로 12월 9m 높이 트리를 재설치하고 점등식을 열고자 했으나, “애기봉 등탑 건설과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끝끝내 강행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북한의 협박에 떠밀리듯 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2016년에도 소위 보수와 진보 인사들이 공동으로 ‘남북 공동 등탑 건설’ 등의 애기봉 성탄 트리 재개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이후 10년 만인 올해 트리 점등식이 재개됐으며, 시민들이 애기봉에서 성탄 점등 행사를 함께한 것은 1953년 개관 이래 최초다.

▲출렁다리 모습. ⓒ김포시
▲출렁다리 모습. ⓒ김포시

이번 행사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말 1회만 열리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조강 해넘이 야간기행’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남북 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점등과 취소가 반복된 성탄 트리 점등 행사가 군과의 협의로 10여 년 만에 어렵사리 성사됐다”며 “앞으로 애기봉은 더 많은 스토리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다. 남북간 평화를 넘어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적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전시관과 전망대 교육관에서 나눠 진행된 버스킹과 공연, 시민체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일몰 시간대인 저녁 6시 30분 경 소주제 공원에서 점등식이 개최됐다.

관람객 전원의 점등 카운트다운에 맞춰 출렁다리, 생태탐방로 순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생태탐방로 불을 밝혔다.

▲교계 단체들은 이후에도 접경지역인 애기봉을 통일과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활용해 왔다. 지난 4월 애기봉에서 기도하는 세기총 인사들. ⓒ크투 DB
▲교계 단체들은 이후에도 접경지역인 애기봉을 통일과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활용해 왔다. 지난 4월 애기봉에서 기도하는 세기총 인사들. ⓒ크투 DB

이어 애기봉 정상의 전망대 벽면에서 폭포점등이 있는 후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했다. 특히 전망대 벽면에서 폭포처럼 쏟아진 점등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포시에 의하면 한 시민은 “오늘처럼 의미있는 크리스마스 행사는 처음이다. 가족과 함께 김포 애기봉에 왔는데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며 “애기봉에서 본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과 절경은 영원히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도 “선물같은 크리스마스를 맞았다”며 기뻐했다. 함께한 관계자들도 “10년 만에 열리는 애기봉 점등식에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몰래온 산타’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김포시 홍보대사들. ⓒ김포시
▲‘몰래온 산타’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김포시 홍보대사들. ⓒ김포시

이날 애기봉에는 ‘몰래 온 산타들’도 함께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올해의 산타’로 애기봉에 방문한 이들은 가수 나비, 개그맨 권재관, 개그우먼 조승희·김경아, 국악인 양은별, 가수 진시몬, 스포츠 아나운서 조민호, 가수 코나테 이브라힘&문희, 기관사 안드레스 알비올 등으로, 현재 김포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인물들이다.

김포시는 이날 가수 진시몬과 나비, 코나테 이브라힘&문희, 기관사 안드레스 알비올을 신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대표로 가수 나비 씨는 “김포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김포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애기봉 등탑 철거 후 현장을 찾아 재건을 위해 기도하던 한기총 인사들. ⓒ크투 DB
▲애기봉 등탑 철거 후 현장을 찾아 재건을 위해 기도하던 한기총 인사들. ⓒ크투 DB

이날 홍보대사들은 김포시민이 쓴 ‘2024년 새해 소망 편지’를 추첨 선정하며 시민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가족과 함께 참여한 한 시민은 “이렇게나 많은 김포시 홍보대사님들을 한 자리에서 직접 만나서 너무 반갑고 깜짝 놀랐다. 덕분에 더욱 뜻깊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야간연장 개장 운영은 내년 1월 말과 2월 말 2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김포시는 2010년 10월 애기봉 일대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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