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상담가 교육프로그램 1기
▲동료상담가로서의 활동을 앞둔 도너패밀리 5명과 양은숙 박사(우측에서 네번째),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우측에서 세번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20년 전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느껴야 했던 애통한 마음과 처절한 슬픔은 세월이 흘러 어느새 저와 가족을 성장시켰습니다. 지난 애도 과정을 밑거름삼아 여전히 극심한 정서적 충격에 빠져있는 또 다른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드리고 싶습니다.”

2002년 셋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장기기증을 선택한 박상렬 씨(여, 75세)는 얼마 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하 도너패밀리)을 대상으로 하는 동료상담가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하며 이 같은 소명을 내비쳤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는 “10월 18일 오후 2시, 본부 회의실에서 2022년 서울특별시 장기기증 활성화 사업 일환인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동료상담가 교육프로그램’의 1기 수료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1일 개강한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중 사별 경험이 5년 이상 된 이들을 대상으로 동료상담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교육은 총 8회차로 진행되어 1회차 자기분석, 2회차 감정코칭, 3회차 애도과정, 4~5회차 의사소통 기법, 6회차 장기기증 유가족의 감정반응 분류, 7회차 미해결된 애도반응, 8회차 슈퍼바이저 Q&A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동료상담가 양성을 위한 8회차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너패밀리는 자녀사별을 경험한 강호, 박상렬, 장부순, 홍우기 씨와 부모사별을 경험한 김조이 씨 등 5명으로, 다른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보듬기 위해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이번 강의를 비롯해 다년간 도너패밀리들의 애도상담을 맡아온 양은숙 상담교육박사는 “선배 도너패밀리들의 선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유가족의 심리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내적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선배 도너패밀리들이 상담가 교육을 통해 또 다른 유가족들의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홍우기 씨(남, 73세)는 “뇌사로 하루아침에 자녀를 잃은 상실의 아픔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깊은 절망을 먼저 극복한 사람으로서 극심한 슬픔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도너패밀리들과 동행하며 삶의 의미를 함께 되찾아가는 따뜻한 위로자가 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교육을 수료한 5명의 도너패밀리는 동료상담가로서 활동하며 비교적 최근 뇌사로 자녀 및 배우자, 부모를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유가족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해 상실감과 죄책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게 된다. 이를 위해 향후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역사 내에 위치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쉼터인 ‘도너패밀리 사랑방’에서 전화 및 대면 상담을 통해 신규 도너패밀리가 사별의 충격에서 벗어나 고인이 떠난 새로운 현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오래 전,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먼저 경험한 유가족들이 아픔과 슬픔을 극복한 후 장기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앞둔 가족들을 위로하고, 결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실제 장기기증을 경험한 가족들이 성숙한 장기기증 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유대감과 함께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