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그리스도는 어떻게 성도 안에 들어와 사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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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가 성도 안에 들어와 사시는 원리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그리스도는 그의 죽음을 영접하는 자 안에 들어오신다

‘영접한다(요 1: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는 말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많지 않다.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에 기반한 ‘인격주의(personalism, 人格主義)’ 류는 그것을 ‘온 마음을 다해, 진실한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환영하여 모셔들인다’는 뜻으로, 신비주의자들은 ‘신비적 합일(mystical union)’ 쯤으로 이해한다.

일견 뜬금없어 보이나, 그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한다’ 혹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갈 2:19)’는 ‘연합’의 의미다. 이는 잇따라 나오는 ‘그 이름을 믿는 자(요 1:12)’라는 말씀으로 부연(敷衍), 확장시킬 때 그렇게 생경(生硬)스럽지만은 않다.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는 “나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이름 예수’를 믿는 자‘요, ‘영접하는 자’는 ‘나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하는 자’라는 뜻이 된다.

이는 베드로가 예수를 ‘그리스도(나를 위해 죽으신 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마 16:16)의 이름’으로 고백한 것과 상통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리스도의 이름’는 ‘상호 교호(interchange, 相互 交互)’되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함’이 ‘그의 죽음을 영접함’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성도와 그리스도의 죽음과의 연합’을 통해 그리스도는 성도 안에 들어와 내재하신다. 다음은 그것의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절들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19)”.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요 6:56).”

그리스도가 ‘자신의 죽음을 앞세워 성도 안에 들어오시는 것’은, 거룩하시어 부정(不淨)한 죄인 안에 들어오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의 피로 우리를 정결케 하면서 들어오신다. 따라서 그의 죽음을 영접하지 않는 자에겐 그가 들어가실 수 없다.

오늘 소위 ‘영성훈련’ 같은 데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셔 들인다는 미명 하에, ‘예수님 내 안에 들어오소서’라는 ‘신성한(?) 주문(Divine incantation)’을 외우거나, 헤시카스트들(Hesychasts, 주후 4세기 시나이(Sinaite)의 수도사들)이 ‘호흡 기도’ 등을 통해 성령을 불러들이는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율법을 향해 죽은 자만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음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했다’는 말은 ‘율법을 향해 죽었다’는 말이다. 이는 그의 ‘죽음 영접’을 통해 ‘죄삯 사망’이라는 율법의 요구를 성취하므로 ‘율법과의 거래관계’를 끝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율법을 향해 죽었다’는 말은 단지 ‘율법과의 거래 청산’을 넘어,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갈 2:19).” 율법을 향해 죽음으로 비로소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 로마서 7장 4절의 말씀도 같은 취지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로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히게 하려 함이니라(롬 7:4)”.

반대로 ‘율법을 향해 죽지 않은 자’는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없다. 이는 그가 ‘율법 아래’서 죽어 있기에 ‘산 자이신 하나님(마 22:32)’을 향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죽음’을 앞세워 성도 안에 들어오신 그리스도는 그들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안방 늙은이’로 계시지 않는다. ‘일하시는 그리스도(working christ, 요 5:17)’는 성도 안에서도 쉬지 않고 일하신다.

사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향해(위해) 사는 것은 그의 안에서 그리스도가 일하신 결과이다. 다음의 성경 구절들이 다 그것을 진술한다.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골 1:29)”,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 1:6)”.

갈라디아서 2장 19-20절이 ‘율법을 향해 죽음’과 ‘그리스도의 성도 내주(內住)’와 ‘성도가 하나님을 향해 사는 것’을 긴밀히 연결 지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19-20)”.

이 점에서 하나님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수고는 어디까지나 ‘피동태( passive voice, 被動態)’이다. 그가 하나님을 향해 하는 모든 몸짓 곧, 그를 믿고 사랑하고 그에게 기도하고, 충성과 순종을 바치는 모든 것이 그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음이다.

다음 사도 바울의 고백 그대로이다.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화롭게 하는 삶

사도 바울은 ‘자기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안 후 그가 육체 가운데 사는 목적’을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20절)”이라고 고백했다. 이 말씀은 두 가지를 함의한다.

첫째,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을 덧입게 하신 것’이 ‘믿음’이며, 이제껏 그랬듯 남은 여생(餘生)도 이 믿음을 지키며 살겠다는 뜻이다.

둘째,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을 존귀하게 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뜻이다. 곧 ‘그의 죽음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기 위해 살겠다’는 뜻이다.

그가 ‘오직 복음 일념’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아들의 복음 안에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었던 것(롬 1:9)’도 ‘그리스도 죽음의 존귀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던 것(고전 2:2)”도 ‘그리스도의 죽음’에 압도당해 그것 외엔 달리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그의 제자들과 성찬식을 하시면서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전 11:26)”고 하신 말씀도,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한 사람(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신 자)’의 사명이 그의 죽으심을 전하는데 있음을 말씀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일 뿐더러, ‘그리스도의 죽음을 자랑하고 전하는 자’이다. 그리고 이 역시도 그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가 그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피동(被動)시킨 결과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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