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갖고 개척해 떠난 성도들, 축복기도 해주고 애경사 챙긴 목사

|  

[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 훈련

▲총회에서 한 목사가 축도하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크투 DB

▲총회에서 한 목사가 축도하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크투 DB
얼마 전 페북에서 남편의 목회 스타일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한 사모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사모님은 자신을 ‘예스 노가 분명하고,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는 똑부러지는 스타일’로 평가했다.

그리고 부드러울 땐 부드럽지만 강할 땐 강한 그런 목회 스타일을 원하는데, 남편은 ‘한없이 부드럽기만 하고, 너무 배려만 하고, 모진 수모와 멸시에도 바보스럽다 싶을 정도로 침묵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속이 다 터질 것만 같다고 한다. 그래도 결혼한 부부니까 정말 못마땅하긴 해도, 남편의 그런 스타일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답답해 보이는 남편의 성향과 기질대로 하나님이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사모님의 영적 공급원은 ‘남편의 입술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 전부라고 고백한다.

그녀에게는 ‘생명의 삶’이나 ‘매일성경’과 같은 묵상집이 필요치 않았다. 새벽마다 전하는 남편의 말씀이 그분에겐 최고의 묵상 자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매일 같이 하루의 반나절은 말씀을 묵상하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입술로 선포되는 하나님 말씀은 늘 새롭게 들려온단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영적 사람인데, 교회와 남편 목사님에 대해 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분들이 교회 안에 있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무슨 행사를 하거나 외부 강사를 모셔서 집회를 하고 나면, 꼭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지적하고 원망과 불평을 늘어놓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남편의 사역에 늘 걸림이 되고 방해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어느 주일, 그들은 결국 10여 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 교회를 떠나 따로 개척을 했다고 한다.

그 때 사모님이 받은 배신감과 상처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남편 목사님의 태도였다. 남편은 따로 나가서 개척하는 그곳에 가서 축복기도를 해주고 왔다고 한다.

“교회가 싫고 담임목사가 싫어서 그렇게 원망하고 불평하다가 결국 교회를 떠나 차갑게 등을 돌린 사람들인데, 아무리 그래도 목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에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왔다고 한다. 사모님은 남편 목사님의 그런 모습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그 사람들의 애경사에 일일이 찾아가 축복하고 위로했다고 한다. 사모 몰래 말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사모님은 남편에게 이런 말을 쏟아놓았다고 한다.

“그들이 아무리 힘들게 하고 했어도 미워해선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당신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인데, 그냥 관심을 끊으면 안 되겠는지요? 당신이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닐텐데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닌가요?”

그때 얄밉게도 남편은 이런 말을 아내에게 해주었단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교회가 세워지고 3년이 지나는 동안 에어컨을 설치하고, 중식을 할 때 쌀을 제공하고, 화장실에 싱크대도 설치하고, 난로도 사놓고 그렇게 한 사람들이야. 그래도 그 때까지 하나님이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사용하신 거잖아. 생각해 보면 고마운 것도 많아.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저들을 미워할 것 같아서 사실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더 그렇게 하는 거야!”

이후 내용은 그녀의 말 그대로 여기 옮겨본다.

“그런데 그 이후 몇 년이 더 흘렀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그 때 떠났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 두 사람씩 찾아와서는, ‘내가 잘못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부족하고 연약한데, 그땐 그걸 모르고 칼자루를 쥐고 흔들었어요. 교만했던 내 잘못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이런 고백들을 하며 다시 교회로 돌아옵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다시 교회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누리는 교회(사모님의 교회)’가 이전할 즈음 찾아와서는 지난 날 죄스러운 마음을 회개한다며, 이전하는데 사용하라고 큰 금액을 헌금하기도 하였답니다.

가만히 보니 모든 상황들을 역전시켜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들이었어요. 교회를 세워 가시는 분은 결국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아, 너무도 감동적인 간증이다. 한결같은 목사님의 사랑이 배신한 성도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 이게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이기는 힘이다.

이 글을 읽은 후 사모님은 물론,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남편 목사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만나서 식사대접을 하면서 못다 한 얘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다.

목회학 석사 과정에서 내 수업을 듣고 있는 사모 한 명이 있다.

설교학 수업에서 베스트 설교문 작성으로 최고 점수를 받은 인재다. 지금 외대 통역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마치려 하는, 똑똑하고 강의도 잘하고 대단한 재능을 가진 실력파다.

작년에 남편 목사님과 함께 식사하며 교제를 나눈 적이 있다. 남편은 깐깐한 사모와 달리, 유난히 너그럽고 성격 좋은 덕스런 목회자였다.

위 이야기가 그 부부의 이야기와 흡사해, 제자 사모에게 문자로 내용을 보냈다.

다음날 답장이 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님, 어쩜 이리도 저와 제 남편 목사님과 쏙 빼닮은 부부의 얘기를 제게 보내주셨는지요? 너무 놀랐어요. 이 글을 읽고 많이 울고 많이 회개했어요. 이제부턴 착한 남편을 더욱 존경하며 목회에 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소중한 글을 보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교수님!”

가슴 뿌듯한 반응이었다. 부부 간에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에 부딪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면 심각한 문제로까지 번지게 된다.

서로 자기 입장이 아닌 남의 입장에 서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집집마다 “내 생각과 내 방식이 옳다”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라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를 오늘부터 실천해 보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동성 동반자 커플 대법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사실혼 관계’와 ‘동성 동반자’가 어떻게 같은가?”

왜 동성 동반자만 특별 대우를? 혼인 관계, 남녀의 애정이 바탕 동성 동반자 인정해도 수 비슷? 객관적 근거 없는, 가치론 판단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에서 동성 파트너의 건보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을 19일 발표했…

이동환 목사

법원, ‘퀴어축제 축복’ 이동환 목사 출교 ‘효력 정지’

‘퀴어축제 성소수자 축복식’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 11부(부장판사 송중호)는 19일 이 목사 측이 감리교 경기연회를 상대로 낸 가처…

대법원

기독교계, 일제히 규탄… “동성혼 판도라의 상자 열어”

대법원이 동성 커플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을 두고 기독교계가 “동성결혼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폭거”라며 일제히 규탄했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를 열고 소성욱 씨(김용민 씨의 동성 커플)가 국민건…

지구촌교회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 사임 이유는…”

느헤미야 프로젝트 이끄는 과정 부족한 리더십 때문에 자진 사임 성도 대표 목회지원회에서 권유 李 원로, 교회 결정 따른단 입장 지구촌교회가 주일인 21일 오후 임시 사무총회를 열고, 최성은 목사 사임에 관해 성도들에게 보고했다. 이날 사무총회는 오후 6…

올림픽 기독 선수단

제33회 파리 올림픽 D-3, 기독 선수단 위한 기도를

배드민턴 안세영, 근대5종 전웅태 높이뛰기 우상혁, 펜싱 오상욱 등 206개국 1만여 선수단 열띤 경쟁 제33회 하계 올림픽이 7월 24일 부터 8월 12일까지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206개국 1만 5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32개 종목에서 329개 경기가 진행된다. 이번 파리 올림…

넷플릭스 돌풍

<돌풍> 속 대통령 역할 설경구의 잘못된 성경 해석

박욱주 교수님의 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넷플릭스 화제작 ‘돌풍’을 다룹니다. 12부작인 이 시리즈에는 설경구(박동호), 김희애(정수진), 김미숙(최연숙), 김영민(강상운), 김홍파(장일준)를 중심으로 임세미(서정연), 전배수(이장석), 김종구(박창식)…

이 기사는 논쟁중

지구촌교회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 사임 이유는…”

느헤미야 프로젝트 이끄는 과정 부족한 리더십 때문에 자진 사임 성도 대표 목회지원회에서 권유 李 원로, 교회 결정 따른단 입장 지구촌교회가 주일인 21일 오후 임시 사무총회를 열고…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