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훈
▲백성훈 목사가 한 성도의 개업예배에서 축복기도하는 모습.
시편 86편

고난에 직면한 바로 그때가 골든타임입니다

우리는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119로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빨리 구조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의 타이밍을 ‘골든타임’(Golden time) 또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합니다. 이 시간을 놓친다면 구조를 받기 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에서 건져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의미로 ‘골든타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갑작스런 고난을 당할 때도 빨리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세상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다 마지막까지 해결이 안 되었을 때 마지막 수단, 즉 ‘히든카드’(hidden card)로 ‘기도’를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바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우선순위와 관련이 깊습니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존재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항상 하나님을 찾고 의지합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일수록 하나님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나중에 찾는다면, 그것은 우선순위에서 하나님이 먼저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문제가 일어나면 하나님부터 찾는 것이 우리 믿음의 증거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도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내가 ‘세상을 의지하기 전’입니다. 세상의 방법을 찾기 전에,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라는 말 자체가 기도의 골든타임입니다.

다윗은 이 골든타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먼저 하나님부터 찾았습니다. 시편은 모두 150편입니다. 이 중 다윗의 시편은 73편으로, 거의 50%에 해당합니다.

이 많은 다윗의 시편들 대부분은 기도의 내용입니다. 대부분 고난 중에 있을 때,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던 내용입니다.

다윗이 얼마나 하나님을 붙들고 의지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만 찾았습니다. 본문인 시편 86편도 다윗의 시편입니다. 역시 고난 중에 있을 때 하나님을 찾는 기도의 내용입니다. 다윗은 1절에서 기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여호와여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니 주의 귀를 기울여 내게 응답하소서(1절)”.

자신이 가난하고 궁핍하니까 기도한다고 고백합니다. 가난과 궁핍은 고난의 요소입니다. 그러나 다윗에게는 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바로 기도의 요소입니다.

그래서 가난과 궁핍의 상황이 닥쳐왔을 때 가장 먼저 기도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어떤 일이 있어도 기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입니다.

예수님이 ‘탕자의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탕자의 아버지를 생각해 봅시다. 탕자는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받아 홀로 나가 살며 방탕한 인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결국 유산을 탕진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다시 아버지 집으로 돌아올 때는 화가 난 아버지를 상상했습니다. 때문에 아버지의 종이 되어 종살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탕자를 보자마자 달려 나와 안아주고 환영합니다. 마치 언제든 돌아오기만 하면 안아주고 받아주리라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마음으로 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언제든지 기도를 들어주시고자 기다리십니다. 마치 기도만 하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우리의 기도를 품에 안으시고 반겨 주실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다윗은 그 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난과 궁핍의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달려간 것입니다.

이처럼 고난 중의 기도는 이미 우리 마음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소 어떤 일이 있어도 기도부터 하겠다는 결단입니다.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골든타임에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주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종일 주께 부르짖나이다(3절)”.

다윗은 하루종일 기도한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종일’이라는 표현은 그저 기도를 많이 했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입니다. 응답하실 때까지 기도하겠다는 간절함이며, 자신의 고난의 정도가 이토록 크고 깊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고난을 당할 때 이런 다윗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일상을 살며 기도할 때, 생각으로만 기도하거나 식사기도나 잠자기 전에 잠시 중얼거리고 끝내듯이 기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난 중의 기도는 달라야 합니다. 다윗처럼 기도를 붙들고 늘어져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그 간절함과 고난의 정도를 정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오래 전에 알던 한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남들 사는 만큼 사는, 아주 평범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아들이 사고로 죽은 것입니다. 이 끔찍한 사고에 남편은 충격을 받고 매일 술에 취해 살았습니다. 이 집사님도 얼마동안 이 고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회도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금요예배에 오셨습니다. 안부를 물으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구요. 지금 기도해야 한다는 것만 계속 생각이 나더라구요. 제가 모태신앙인데, 이 상황이 되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말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왔어요.”

저는 그 집사님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사님, 가장 유일한 선택이고 가장 확실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저도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반드시 이 상황을 위로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다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던 저에게 이 분이 연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제 아들을 다시 살려주시지 않았지만, 이 고난을 믿음으로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제 남편의 영혼을 살리시고 제 영혼도 살리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지금 다윗의 기도처럼 그분은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온 종일 기도하셨습니다. 정말 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골든타임의 기도는 언제나 응답됩니다

“나의환난 날에 내가 주께 부르짖으리니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리이다(7절)”.

다윗이 이렇게 기도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응답에 대한 확신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기도가 반드시 응답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 표현은 다윗의 시편들에서 자주 나옵니다. 다윗은 기도할 때마다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습니다.

어린 시절 비가 올 때면, 우산을 들고 아버지를 마중 나가곤 했습니다.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서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혹시나 늦게 오셔도 계속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오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면 오신다는 그 확신은 빗속에서 춥고 배고픈 저 자신을 다독이는 충분한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버지가 버스에서 내리시면, 같이 집으로 와서 맛있는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그때 먹던 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기도의 응답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응답하실 때,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대하는 마음과 확신을 가진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드려진 기도는 반드시 응답됩니다. 다윗은 그 응답의 결과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가르치소서 내가 주의 진리에 행하오리니 일심으로 주의 이름을 경외하게 하소서(11절)”.

하나님은 고난당한 자의 기도를 통해 일하십니다. 고난 자체를 제거하실 때도 있지만, 고난을 감당하고 이기도록 인도하실 때도 많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인도하실지 모르지만 다윗은 상관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자신이 하나님을 더 경외하는 결과가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악한 자들을 모두 죽여 달라고 간구하면서도, 무엇보다 자신이 하나님을 더 경외하게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기도입니다. 골든타임의 기도는 이렇게 응답의 확신과 하나님을 더 경외하게 되는 결론을 가지고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하고 있습니까? 지금 고난 중에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이 반드시 응답하실 것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어떤 방법이든지 내가 하나님을 더 경외하게 될 것을 기대하십시오. 그렇다면 우리는 다윗의 기도처럼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백성훈 목사(김포 이름없는교회)
<시편의 위로>, <시편의 소망>, <팀사역의 원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