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출산 포럼
▲이상원 교수(총신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학협회). ⓒ크리스천투데이 DB
I. 들어가는 말

하나의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그 법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보편적인 도덕적 규범에 견실하게 기반을 두고 있는가, 그 법에 대하여 국민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그 법이 국민들과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어떤 것인가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의 시간을 가진 후에, 축적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신중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그리고 시간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법의 제정은 사회구조를 급격하고도 강제적으로 변화시켜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새로운 삶의 환경으로 국민들을 몰아넣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 국회와 지방의회를 비롯한 법제정기관들이 법을 제정하는 태도를 보면 이런 신중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터지면 재발을 막는다는 것을 빌미로, 그리고 특정한 계층의 압력과 요구가 있으면 그 계층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을 구실로 하여, 문제의 사안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토론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법안을 급조하여 몇 사람의 발의자를 모은 후에 국회나 지방의회에 들이밀어 버린다. 이렇게 급조된 법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빌미로 차별금지법안, 인권 조례안, 건강가정기본법안 등을 급조해내고,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다는 것을 빌미로 종교적 집회를 통제하는 다수의 법안들을 급조하여 발의하더니, 이제 한 연예인이 한국에서 비혼 출산을 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이 안 되어 있어서 일본에서 해야 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바로 비혼 출산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기 있는 법안 제정을 또 한 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도 들려온다. 이처럼 한국의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인간과 사회의 문제들을 무리하게 법제화를 통하여 해결하려는 환원적인 입법만능주의의 블랙홀에 빠져 있다. 법을 가지고 담을 수 없고 또 담아서도 안 되는 종교, 도덕, 학문, 예술의 영역까지도 법안에 구겨 넣고 법으로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환원적 입법만능주의는 한국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S양이 비혼 출산을 결심하기까지 개인적으로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음의 고통을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남자친구와의 연애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데 따르는 안타까움 등의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청년 남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며, 이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생명윤리와 성 윤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S양이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 곧 시험관수정방식에는 가볍게 간과해서는 안 될 윤리적인 함정들이 숨어 있으며, 더욱이 이 함정들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없이 이 방법이 덜컥 법제화되어 합법적인 출산방식으로 정당화될 때 우리 사회 전체에 찾아올 피해가 심대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S양의 비혼 출산이 제기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두 곳의 진원지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시험관 수정 시술을 이용하여 아기출산을 시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 배우자간 수정 곧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정자를 이용하여 아기를 갖고자 했다는 것이다. 시험관 수정방식을 이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며, 비 배우자간 수정방식을 이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성윤리 문제들이 발생한다.

II. 시험관 수정에 뒤따르는 생명윤리상의 문제점들

인위적인 방법으로 수정을 도와주는 기술로는 남자의 정자를 자궁 속 난자가 있는 곳에 집어넣어 수정을 유도하는 체내수정(artificial or intraulterine insemination)방식과 난관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막혔거나, 호르몬 장애 등이 있어서 체내수정이 불가능할 때, 또는 정자숫자의 감소로 운동성이 떨어진 경우에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여 페트리 접시 안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을 시킨 다음 자궁에 착상시키는 체외수정(시험관 수정, IVF, in vitro fertilization or extraulterine fertilization)-배아이식(ET, embryo transfer)방식이 있다. S양이 사용한 기술은 후자다.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볼 때, 수정기술 그 자체만을 보면, 체내수정은 인위적으로 배아를 파괴하는 일이 없고, 특히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신비로운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체내수정의 성공률은 60-80%로 상당히 높다는 점도 체내수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한다. 그러나 체외수정-배아이식(IVF-ET)방식은 시술과정 전체가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1. 우선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부터 윤리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난자채취과정에 사용되는 기술은 생체의 자연적인 운동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생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무리하게 변형시킴으로써 생체에 무리를 가져 온다. 예컨대 이 기술에 의하여 난자와 난자를 지지하고 있는 세포들 간의 중요한 화학적 상호작용이 방해받을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인위적으로 다루는 과정은 정자와 난자 그 자체, 그리고 수정된 배아와 출산된 아이에게도 상해를 입힐 수 있으며, 정자와 난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성별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버지이나의 페어백스에 소재한 유전학 및 인공출산기술연구소는 정자선별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은 여아의 경우 91%, 남아의 경우 73% 성선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형광염료를 정자에게 부가했을 때 정자에게 가할 상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성의 선별이 뒤센형근위축증 (Duchenne muscular dystrophy) 과 같은 성관련질환의 진단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원하는 성을 선택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 기술 이외에도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는 과정에서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 염색체를 가진 정자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정자를 알부민 용해액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난자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든지, X 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전기 자극에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남자아이 출산율을 높이는 시도를 할 수가 있다.

2. 정자와 난자를 추출하여 페트리 접시 안에 넣고 수정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시험관수정이 안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자연적인 성교 시 사정된 정자는 자궁을 통과할 때 질에서 분비되는 액체에 의하여 일정한 수가 죽게 되고, 또 난자에 도달하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가장 건강한 정자가 난자에 도달함으로써 이상이 있는 정자가 걸러지는 “여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시험관 수정 시에는 이 과정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상이 있는 정자가 난자와 결합할 개연성이 있다.

이와 같은 위험은 차치하더라도 시험관 수정은 그 실패율이 80% 내외에 달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수정이 이루어진 후 착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실패한다는 말은 곧 한 개의 배아의 착상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여러 개의 배아를 죽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배아폐기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험관 수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체외수정 시는 실패할 때를 대비하여 잉여배아를 만들어 냉동시켜 놓았다가 해동 (解冬) 시켜 착상을 시도하게 되는데, 해동의 성공률이 30-40% 정도 되므로 해동 시에도 기술미숙으로 배아살해가 뒤따를 수 있다. 따라서 시험관 수정은 배아를 폐기하지 않고 수행될 수 있음이 증명되기까지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3. 시험관 수정은 여분의 배아를 만들어 냉동시켰다가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에 사용하기 마련인데, 만일 잉여배아를 다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착상에 성공하는 경우 잉여배아는 냉동된 채로 남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남은 잉여배아가 유전공학자들의 손에 들어가 배아복제와 배아실험의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배아살해로 귀결된다. 냉동배아는 녹이는 과정에서 50% 정도가 죽는다. 전 세계적으로 잉여배아처리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바, 냉동배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는 냉동배아를 인간생명체로 보느냐의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4. 시험관에서 수정되어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까지 배아가 시험관에 노출되는 시기를 이용하여 산전 진단이 실시된다. 산전 진단을 통하여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배아를 착상시키지 않고 폐기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8세포기까지 자라난 3일된 배아를 상대로 한 착상 전 진단을 통하여 성별과 유전질환을 알아내어 착상 전에 미리 배아를 폐기시키면 임신이 된 후에 낙태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착상 전 배아와 착상 후 배아를 구분하여 착상 전 배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데, 수정란 단계부터 인간생명체로 본다면 착상 전 배아폐기나 착상 후 낙태는 같은 행동이 된다. 뿐만 아니라 배아로부터 세포 하나를 추출해내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후유증에 대해서는 조사된 일이 없다. 자라나는 배아가 초음파에 중복적으로 노출되고, 사람의 손을 타고, 인공적인 빛에 노출되고, 인간이 만든 도구에 들어가고, 비인간적인 환경에 노출될 경우에 배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지 등의 문제가 책임 있게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이런 과정이 암, 기형아 출산, 기타 장기적인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이 없는지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산전 진단의 길을 열어 놓은 연구소는 미국의 FGR (Fertility and Genetics Research, 임신 및 유전학 연구소) 이다. 착상 이후의 태아에 대하여 실시하는 양수천자기술과는 달리 산전 진단은 착상 전의 배아를 유전학적으로 조사하고 난 이후 안전여부가 확인된 후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서 2000가지 이상의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하여 분리된 태아로부터 결함이 있는 염색체를 변경시킨 후에 배아를 다시 어머니에게 돌려보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에드워즈 (Edwards) 는 유전자변형기술을 통하여 태아의 성을 확인함으로써 성과 관련된 유전질환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태아의 염색체를 수정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염색체를 첨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상 산전 진단은 몽골리즘과 같은 유전자 이상을 안고 있는 개인들의 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배아실험과 조작 그리고 폐기는 초기의 배아는 인간이 아니며, 배아는 과학의 가치와 기존인간의 이익이 요청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폐기될 수 있다는 인간관의 바탕 위에서 진행된다.

5. 시험관 배아의 착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3개 이상의 배아를 만들어 동시에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선별낙태가 뒤따른다. 시험관 수정과 배아이식을 통하여 쌍둥이를 가진 다음 양수천자검사를 통하여 한 아기에게서 유전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유산시킨 일이라든가, 역시 시험관 수정과 배아이식을 거쳐서 쌍둥이를 임신한 어느 여성의 경우에 후를러병을 지니고 있음이 판명된 한 태아의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두 번의 시도를 한 끝에 임신 24주경에 낙태시키고 다른 태아는 9주 뒤에 제왕절개를 통하여 출산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선별낙태는 명백한 살인행위일 뿐만 아니라 우생학적 시도로서, 윤리적 반성과 통제 없이 의술을 남용한 행위다.
복수임신을 통하여 다태아를 출산하는 경우에는 단생아를 출산하는 경우보다 미숙 (immaturity) 과 조숙 (prematurity) 과 관련된 주산기 질병의 발병률과 치사율이 높아지는 위험이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시험관 수정을 통하여 임신이 된 아이의 경우에도 저체중아 출산비율이 높아지고 선천적 기형아 출산비율이 정상임신의 경우보다 14배 증가하며 93%의 배아소실이 나타나서 13명 가운데 12명이 죽게 된다.

6.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하여 명확해진 것처럼 시험관 수정기술이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의 생명의 살해와 파괴를 담보로 하여 인간의 생명의 출산을 시도하는 매우 공격적이고 비윤리적인 기술이라는 데 있다. 배우자간 체외수정의 경우에 정체성의 문제는 제기되지 않으나 필연적으로 배아파괴를 거쳐야 하므로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인 원칙을 깨뜨리는 행위가 된다.

배아파괴 자체가 결정적인 비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에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시험관 수정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배아를 파괴하기 전에 배아 자신으로부터 고지된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의료에서 고지된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시술은 윤리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시험관수정은 인격체로서의 배아의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배아를 불임부부의 대상적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비윤리적 행위가 된다.

시험관 수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했던 생식과정이 완전히 인간의 인위적인 조작에 의하여 대체되고, 신체적인 의미에서 자녀출산은 부부간의 성교행위로부터 단절된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자율적 권리를 진작시킨다는 미명하에 전통적으로 “하나님에 의하여 주도된 인간의 출산” (divine-initiated human procreation) 이 “과학기술적 출산” (scientific technological reproduction) 으로 변모됨으로써 인간의 비인간화는 더욱 심화된다. 제왕절개술이 정상적인 출산기술로 보편화된 것처럼 IVF-ET 도 보편화된 출산기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관 수정기술은 착상 전 배아살해와 선별낙태의 계기로 악용될 수 있으며, 경제력이 없는 환자는 받을 수 없는 고가의 시술비용이 소요되는 기술이다.

III. 비 배우자간 수정에 뒤따르는 성윤리상의 문제점들

S양이 이용한 체외수정은 비혼 수정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 배우자간 수정방식이다. 비 배우자간 수정은 남편이 무정자증이거나 정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S양의 경우처럼 아예 남편이 없는데 아기를 갖기를 원하는 경우, 아내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난자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갖기를 원하는 경우에 시행하는 방식으로서 정자 혹은 난자를 제공받아 체내 혹은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여성의 자궁에 이상이 있어서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에 아이를 갖기를 원한다면 제3의 여성의 자궁을 빌려서 자녀출산을 시도하는 대리모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면 비 배우자간 체외수정에는 어떤 윤리적인 문제들이 뒤따르는가?

1. 부부가 비 배우자간 수정을 시행하는 경우에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관련된 성윤리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플레처(Joseph Fletcher)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인격적 관계만 신실하게 유지된다면 비 배우자간 수정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부부나 부모의 관계가 인격적 신뢰성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격적 신뢰성만으로 부부나 부모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나 부모관계의 독특성은 인격적 신뢰성이 생물학적인 성관계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인격적 신뢰성은 부부관계를 전인적 관계로 완성시키기는 하지만 생물학적 성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성관계로 인하여 나타난 어떤 결과도 포용할 만큼 인격적 신뢰관계를 절대화하는 것은 인간의 연약성을 고려하지 못한 소치다. 예컨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내가 임신하는 경우 아내는 본의 아니게 제3의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결과가 나타나며, 난자를 제공받아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켜 임신하는 경우에는 남편이 본의 아니게 제3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결과가 나타난다.
미혼 여성이 정자은행에서 익명의 남자로부터 정자를 받아서 임신하는 경우에는 혼외정사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이 미혼여성은 어떤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나 생물학적인 성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게 되므로 편부모인 자신과 자녀 사이의 부모관계가 해소될 수 없는 결함을 안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며, 자녀의 출생의 기원에 대하여 풍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는 아빠와 엄마의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라는 풍부한 인격적 환경 안에서 호흡하며 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증조부모 등으로 길게 연결되는 풍부한 가족의 족보에까지 연결되는 출생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익명의 남자의 정자로 태어난 자녀는 이 풍요로운 출생의 터전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다.

2. 이와 같은 결함은 비 배우자간 수정을 통하여 탄생한 아이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미혼여성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경우는 그 위기가 한층 더 증폭된다.

부부가 정자를 제공받는 경우에 아이의 아버지가 정자제공자인가, 아니면 법적인 양육자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난자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아이의 어머니가 난자제공자인가, 아니면 법적인 양육자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정자와 난자를 모두 제공받는 경우에는 아이의 부모 양편에 모두 혼선이 발생하며, 여성의 자궁까지 빌려오는 대리모의 경우에는 여성이 한사람 더 첨가됨으로써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정자나 난자 혹은 자궁을 제공한 자가 태어난 아이에 대하여 부모로서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기로 양해를 했다 하더라도 정서적인 유대관계까지 끊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나 어머니는 생물학적이고 정서적인 관계와 법적인 관계가 유리된 상태에서 평생 동안 고통을 받으며 그리움에 사로잡혀 지내야 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 관계도 분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본다면 32개 주에서는 법적인 아버지가 아이의 친부로 규정되어 있으나 17개주에서는 정자제공자를 친부로부터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때 잘못하면 친부모를 결정하기 위한 법정소송에 휘말려들어 갈 수 있다.

비 배우자간 수정을 통하여 태어난 아이의 기원에 대하여 부모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비 배우자간 수정방식을 통하여 아이를 얻은 부모들 가운데 대다수는 아이가 돈을 주고 제공받은 정자나 난자로부터 태어났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의 법적인 부모가 친부모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평생 동안 지내야 할 때가 있다.

제공된 정자나 난자가 익명으로 처리되는 경우에 아이는 자신의 생부나 생모를 모른 채 일생을 지내야 한다. 옛날에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낼 때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고 한 말이 현실로 나타난다. 이 아이는 자신의 일생의 이야기의 첫 장을 상실한 셈이다. 생부모에 관한 지식은 한 인간의 인격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본원적인 지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윌리엄 윈슬레이드 (William J. Winslade) 가 말하듯이 이 지식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지식은 아니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정자제공자와 난자제공자가 익명으로 처리될 경우에 인간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인 혼란을 초래하는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한 사람의 정자나 난자를 여러 사람에게 제공하여 자녀를 출산했는데, 동일인의 정자나 난자를 제공받은 사람들이 만나게 될 때 발생한다. 예컨대 이스라엘에서 어떤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다가 같은 사람의 정자를 받아 태어났음이 확인되어 결혼식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부부의 경우에 정자나 난자를 빌려서 태어나는 경우에는 정자 제공자나 난자 제공자가 익명으로 처리되어 생물학적 부모를 확인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법적인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을 수가 있으나, 익명의 정자를 이용하여 태어난 편모의 자녀는 정자 제공자 확인 불가능한 경우에 영구적으로 아버지를 갖지 못하게 되며, 가족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영구적으로 손상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3. 비 배우자간 수정 시에 열린 가능한 방식들은 관계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낙태된 태아에게서 난소를 채취하여 나이든 여성에게 이식하거나 그의 난자를 이용하여 아이의 출산을 시도한다든가, 죽은 남자의 정자를 채취하여 살아있는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켜 아이를 출산하게 만듦으로써 죽은 남자가 아버지가 되게 하는 일 등이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밴더빌트 대학교의 삐에르 수파트 (Pierre Soupart) 박사는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키듯이 난자와 난자를 결합시켜 배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시킴으로써 레즈비언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갖게 하려는 실험을 진행시키고 있기도 하다.

4. 또한 비 배우자간 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시킴으로써 돈으로 환산되어서는 안 될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손상을 가한다. 정자와 난자의 매매는 정자은행이나 난자은행에 냉동되어 있는 정자나 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우에 비 배우자간 수정의 절반 정도는 주로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한 익명의 제공자의 정자를 받아 이루어지는데, 한 건당 50불정도 되며, 어떤 정자 제공자는 일주일에 2-3회씩 수년간에 걸쳐서 정자를 판매하기도 했다. 정자제공자는 일정한 비용을 받고 음란물이 걸려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자위행위를 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 난자는 얻기가 희귀하여 어떤 경우는 개당 5000불을 호가할 때도 있다. 정자와 난자 제공자는 대부분 돈이 없는 가난한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넉넉했다면 결코 정자나 난자를 판매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정자나 난자매매는 가난한 계층의 착취라는 또 하나의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이들은 또한 정자와 난자를 익명으로 판매함으로써 자신의 생물학적 자손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며, 태어나는 아이가 자신의 출생에 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아이의 유기적인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한다.

역으로 IVF-ET 방식으로 자녀출산을 시도하는 자들은 수 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본인 자신들도 경제적인 곤경에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기술자체가 상당한 재력을 가진 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됨으로써 사회의 계층화와 위화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정자와 난자를 판매하는 과정에는 자연스럽게 우생학이 개입된다. 구매자는 냉동되어 있는 정자나 난자에 관한 정보들 중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대상을 찾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FGR은 매년 3만 명 내지 5만 명의 여성들에게 배아를 공급하는데, 비 배우자간 수정을 통하여 아이 하나를 얻는데 새 자동차 한대를 사는 만큼의 비용이 든다. FGR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대리모배아이식술 (surrogate embryo transfer, SET) 을 개발한 뒤에 상품화하여 보급하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거대한 이윤창출기업이 번성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리모 역할을 하는 여성들은 평범한 여성들보다 3-6배 정도 많은 심리적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 사례는 대리모가 여성의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보여준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비 배우자간 수정은 동물에게 적용되었던 동물사육기술을 인간에게 응용한 것이다.

6. 자녀출산이 불가능한 부부, 독신남성이나 여성, 동성부부는 대리모(surrogate mother)방식을 이용하여 자녀 갖기를 시도할 수 있다. 대리모방식이란 배우자간 체외수정 혹은 비 배우자간 체외수정방식으로 수정란을 만든 후에 제3의 여인에게 잉태시켜 자궁에서 자라게 하여 출산된 아이를 자기 자녀로 입적시키는 방법이다.
대리모의 역할을 하는 여성에게는 고가의 대가가 지불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대리모제도는 사실상 “어린이매매” (the sale of children) 행위다. 어린이매매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엄하고 고귀한 인격체로서 판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학적 사실과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칸트의 격률 등에 의하여 비판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리모와 출산된 자녀 사이의 모자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리모가 남편이 아닌 남성의 정자를 받아 자신의 난자와 결합시키는 전통적인 대리모 (씨받이) 의 경우는 대리모가 유전적으로 출산된 자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모성애적 관계를 단절시킬 수 없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비록 대리모가 자궁만을 빌려주는 임신 대리모의 경우라 할지라도 태아를 잉태하고 있는 기간 동안 대리모는 태아의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발달에 주목할 만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며, 실질적으로는 위탁부부보다 훨씬 더 강한 모성애관계를 맺게 된다. 만일 대리모로부터 인격적 모성애를 완전히 단절시킨다면 대리모는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다만 생물학적인 잉태기관으로만 대우받는 셈이 된다. 심지어 이타적 대리모라 할지라도 대리모는 “누군가의 출산목적을 위하여 출산과 관련된 사회적, 정서적, 도덕적 전체구조로부터 유리 (遊離) 된 임시적인 인큐베이터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비윤리적이다.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는 이미 대리모 자신의 인격성의 일부를 형성한다. 대리모의 모권제한은 출산되는 아이에게도 타격을 주는 바, 곧, 아이가 최선의 사랑, 돌봄 그리고 양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 왜냐하면 라이안도 지적한 것처럼 아이를 잉태한 사람이 아이를 가장 잘 양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가 법적 부모가 원하는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아이는 법적 부모의 분개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때 아이는 자신이 일종의 소모품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요소들을 검토해 볼 때 대리모로부터 모성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IV. 나가는 말

비혼 출산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정을 하여 자녀를 얻는 방법 특히, 시험관 수정-배아이식 방식으로 자녀를 갖기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혼 출산을 하려고 결심할 만큼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일생을 같이 할 배우자를 얻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하여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하여 우리는 공감하며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난관을 결혼관계 밖에서의 시험관수정-배아이식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능가하는 심각한 생명윤리와 성윤리상의 문제들을 산출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더욱이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험관 수정은 높은 실패율로 인한 살아 있는 인간생명인 배아파괴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기독교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시험관수정은 배아파괴 이 외에도 난자채취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 무리를 초래하고 산전조작 과정에서 태어날 아이에게도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 산전 진단을 통하여 질병의 가능성이 예측될 때 낙태시술을 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배아 자신으로부터 고지된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점, 자녀출산이 성교행위로부터 단절된다는 등의 많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자 혹은 난자를 이용하여 자녀출산을 시도하는 방식은 출산된 자녀로부터 풍부하고 따뜻한 출생기원의 밭을 제거해 버리며, 이로 인하여 자녀의 자기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되며, 레즈비언이나 동성애자들에게 가족이나 결혼관계와 단절된 비정상적인 자녀출산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혼과 가족에 대한 오해와 혼란과 해체를 초래하며, 정자와 난자 그리고 아기를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등의 성윤리상의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따라서 비혼 출산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더욱이 비혼 출산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진지한 토의를 거치지 않은 채 법제화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자녀출산은 결혼과 가족이라는 지평 (地平) 안에서, 부부간의 연합적 사랑과 이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의 열매로서 나타나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을 합법화하고 보편적인 결혼질서를 망가뜨리는 관행을 합법화하는 법은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

*지면 한계상 참고문헌 정보는 생략.

이상원(총신대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