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급여 100% 보장, 임대료 등 대금 100% 납부
돈 아닌 학생 성장 위한 교육적 책임 다하기 위해
학생들과 대구에 기부… 학부모들 자발적 입소문

유 하워드
▲유 하워드 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희생적인 ‘소금’의 사명을 실천한 그리스도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중형 영어학원인 eMAX(이맥스)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잘 풀리는 자녀의 비밀(생명의말씀사)> 저자 유하워드 원장은 지난 2월 24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먼저 ‘한 달간 휴원’을 선포했다. 기간은 3월 28일까지다.

이는 교육부에서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교 개학일을 연기하기도 전이다. 학원에서 자발적으로 한 달간 휴원을 결정한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봐도 유일무이한 사례다.

지난 3월 3일 기준으로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강남서초 지역 관내 학원과 교습소들의 휴업 참여 사례가 18.5%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35일간 휴업’은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유 원장은 휴원 당시 “지금은 아이가 덜 배우고 학원이 덜 벌어도, 온 국민이 자가 격리해야 할 때”라며 “저희의 희생이 아이들에게 건강한 시민의식을 심어줄 것이다. 영어 100점, 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부요함을 보여주면서 다음 세대를 살리는 사명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eMAX 어학원은 휴업 기간 중 전 직원들의 급여도 ‘100% 보장’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어학원 임대료를 비롯해 연관된 모든 관련업체 대금을 정시에 100% 지급하겠다고 선포했다.

물론 유 원장이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실제로 여유자금이 없었기에, 35일 휴업을 생각한 뒤 흔들리고 갈등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경영자로서 더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미리 선포했다. 그리고 어학원 내 전 직원들에게 법적인 끈을 제공하기 위해 휴업기간 100% 급여 보장을 대외적으로 선포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는 노동법상 공식적으로 선포한 급여 보장을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맥스 어학원 eMax
▲이맥스 어학원의 휴원 공지. ⓒ홈페이지
주변의 유혹도 없지 않았다. 그는 “선배 원장님들이 ‘대치동은 특수 지역인만큼, 수강료도 다 받고 휴업 없이 수업하라’고 조언하셨다. 휴업을 꼭 해야 한다면, 3일에서 1주일씩 ‘찔끔찔끔’ 하면서 수강료는 최대한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사업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에 있다는 교육적 책임의 관점에 섰더니, 35일 휴업 결정은 어렵지 않더라”고 전했다.

전 직원 급여 100% 보장도 그 일환이었다. “주변에서 힘들면 인력을 정리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정리되지 않는 인력은 노동법을 활용해 70%의 급여만 지급하라고도 했다. 긴급 폐업하고 다시 개업하면 수천만원 넘는 인건비를 합법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깎아주겠다는 건물주들도 많으니, 떼를 쓰든지 해서라도 깎아보라며 압력을 가하는 갖가지 꼼수도 알려 주셨다”며 “아직 이런 관행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강생들과 직원들이 힘을 모아 대구시에 휴원 결정 이후인 지난 2월 28일 1천만원을 기부했다. 2019년 겨울 ‘마켓 데이’ 행사 중 학생들이 기부한 금액에 교직원들의 정성을 보탠 것이다.

유하워드 원장은 “우리 자신의 살을 떼어 남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어 더 인색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구시에는 작은 위로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영어 이상의 교육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이맥스 어학원 eMax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이맥스 어학원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
기적은 그 이후 일어나기 시작했다. 계산에 빠르고 손해보는 일은 절대 안한다는 대치동 학부모들이, 이맥스 어학원을 수험생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 인터넷 카페에서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맥스 어학원이 수업을 지속하며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오보’라며 해당 신문사를 향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항의와 기사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 원장은 “재원생 학부모님들 중에 수강료를 그냥 주는 분들이 많으셨다. 수개월치 수강료를 선결제 해주시기도 했다”며 “35일간 학습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에게 전화영어나 이메일로 영어 작문 주고받기 등을 하게 됐는데, 이것이 급속도로 발전해 새로운 형태의 수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형태의 수업에 대한 학부모님들 반응도 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특정 학원을 칭찬하며 보호해 주는 일은 적어도 대치동에서는 전무한 일”이라며 “학원이 어려울수록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하며 교육적·기업적·사회적 책임이라는 본질에 희생적으로 최선을 다했더니,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의 결정체라고 하는 강남 사람들도 감동하며 학원을 도와줬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사명을 실천했더니, 적어도 휴원을 결정한 3월 한 달은 학생들도 살고, 학부모님들도 기쁘고, 학원도 살았다”며 “사업은 본질을 놓치지 않을 때 생존하고, 본질에 충실할 때 번창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욕심은, 어린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 본질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것 같다. 많은 경영자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사업의 본질로부터 이탈하게 하는 큰 유혹”이라며 “현실이 치열할수록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해야 본질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숨이 막혀올수록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할 때, 본질을 실천할 용기가 생긴다. 하나님의 은혜로 3월 한 달은 살아갔지만, 4월에도 생존할 수 있을지 염려가 가끔 밀려올 때 마태복음 6장을 묵상하고 있다”며 “마태복음 6장의 기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모든 자영업자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말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