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레위인들을 위한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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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서 연구(39)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땅 분배와 관련하여 실로에서 있었던 마지막 조치는 레위인들의 거주도시를 선정하는 일이었다(21장). 이스라엘의 다른 지파와는 달리 레위인들에게는 생활의 기반이 되는 토지가 분배되지 않았다. 그들은 땅을 분배받은 다른 지파들이 바치는 십일조 헌금을 받아 생활하였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거주할 성읍과 함께 가축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목초지가 분배되었다. 그것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기초재산이자 최소한도의 생활근거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도피성 선정은 지파별 안배가 아닌 지역별 안배 원칙으로 이루어졌다. 곧 요단강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에 각각 세 개의 성읍이 도피성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레인인들의 성읍은 지파별 안배 원칙에 의하여 선정되었다. 레위인이 거주하는 성읍은 모두가 마흔 여덟 개였는데, 이것은 지파별로 네 개씩 분담이 된 셈이다. 그러나 약간의 예외도 있었다. 납달리 지파 중에는 세 개의 레위인 성읍만이 있었고, 그 대신 유다와 시므온 지파 가운데는 아홉 개의 레위인 성읍이 있었다. 요단강 양편에서 모두에서 땅을 분배받은 므낫세 지파 가운데 레위인 성읍은 강 양쪽에 각각 두 개씩 네 성읍만이 있었다. 큰 땅을 갖고 있는 지파라고 하여 더 많은 성읍이 분배되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레위인들을 위한 성읍의 선정은 지파 간의 공평성 원칙이 적용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레위인 성읍이 지파 간의 공평성 원칙으로 이루어진 것은 레위인들은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레위인들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여호와의 제단에서 제사 업무를 관장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율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치는 일이다(신 33:10; 대하 17:7-9; 35:3; 말 2:6-9). 전자는 성막이 있었던 실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중앙집권적 관점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스라엘 모든 지파들에게 적용되는 지방분권적 관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신앙의 선도자 역할을 하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레위인 성읍은 각 지파별로 네 개씩 선정이 된 것이다. 신앙 안에서의 올바른 삶은 지파의 크기나 영향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지켜야 할 필수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지파별 땅 분배에서처럼 레위인들의 성읍을 나누는 것 역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명령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민 35:1-8). 그리고 분배방법 또한 제비뽑기를 통해서 공정하게 시행되었다. 성읍을 분배받는 대상은 레위의 세 아들인 그핫과 게르손과 므라리의 자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그핫 자손에 속했던 제사장 아론의 자손들은 별도로 구별되어 레위인 성읍을 분배받았다. 그래서 여호수아서 21장은 '아론 자손'과 '그핫의 남은 자손'을 구분하고 있다. 이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제사장의 위치와 역할을 그만큼 컸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아론의 자손들은 유다 지파와 시므온 지파와 베냐민 지파 중에서 열 세 성읍을 분배받았으며, 그핫의 남은 자손들은 에브라임 지파와 단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 중에서 열 성읍을 분배받았다. 게르손 자손들은 잇사갈 지파와 아셀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 중에서 열 세 성읍을 분배받았다. 그리고 므라리 자손들은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스블론 지파 중에서 열두 성읍을 분배받았다.

레위 자손들은 이스라엘의 영적문제를 위하여 특별히 선별된 지파였다. 그들은 백성들을 대신하여 제물을 바치는 것과 율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런 사명에 전념하도록 이스라엘의 다른 지파들은 십일조를 바쳐 그들의 생활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영토 안에 있는 성읍을 내주어 거주지를 삼게 하였다.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갈 6:6)는 사도바울의 권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레위인들에게 자신의 좋은 것을 나누어주는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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