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박에스더), 구글에서 소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3월 16일 구글 초기 화면.
▲3월 16일 구글 초기 화면.

포털사이트 구글(Google.com) 초기화면이 16일 '한국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박에스더) 탄생 142주년을 기념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미국 유학생이자 여의사이기도 한 박에스더 여사(1876-1910)는 선교사를 통해 인생이 변화됐다. 다음은 허명섭 교수(서울신대)가 본지를 통해 소개했던 김점동(박에스더) 여사의 이야기.

박에스더(Mrs Esther Kim Park)의 본래 이름은 김점동이다. 1876년 3월 16일 정동 근처에서 살던 김씨의 셋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10살에 선교사 아펜젤러의 소개로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학에 뛰어난 재질을 보여 영어를 곧잘 하였다.

이런 연유로 1890년 이화학당을 졸업한 그녀는 그해 10월에 미국 감리교 선교사로 내한하여 보구여관에서 사역하던 닥터 로제타 셔우드(Rosetta Sherwood)의 통역 겸 보조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만남은 그녀의 일생은 완전히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는 그녀는 본래 수술보조를 꺼려했으나 홀 부인의 언청이 수술을 본 후로는 마음이 달라져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신앙적인 면에서도 로제타 셔우드의 영향을 받아 건실하게 되어 15세에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에스더(Esther)는 바로 그때 받은 세례명이었다.

한 번은 홀 부인(로제타 셔우드는 내한 감리교선교사 윌리암 제임스 홀과 1893년 6월에 결혼)이 에스더에게 예수님을 위해 평양에 가서 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에스더는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시는 데는 어느 곳이라도 가겠습니다. ... 비록 사람들이 나를 죽인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일에 내 목숨을 내 놓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신앙이 분명했다.

에스더는 당시로는 좀 늦은 16세 되던 1893년 5월 결혼했다. 처음에 에스더는 결혼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바느질과 같은 가사일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의 관습은 그녀의 그러한 생각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조선에서 여자들은 14세가 되기 전에 혼인을 해야 했다. 무당이나 병신 혹은 병에 걸린 사람만이 미혼으로 남았다. 더구나 처녀들은 머리를 길게 땋아서 등으로 늘어뜨렸기 때문에 미혼자와 기혼자가 쉽게 구별되었다. 에스더가 16세가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있으니 자연 사람들의 입에 크게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에스더의 집안에서는 이런 수치를 더 이상 용납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신랑감을 골라 에스더를 시집보내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심하던 홀 부인의 눈에 뛴 청년이 박유산이었다. 그는 성품이 온유하고 매사에 성실했으며 몸 또한 건장했다. 홀 부인의 소개로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에스더는 남편의 성을 따라 박 에스더로 불려지게 되었다.

한편 청일전쟁 후 평양에서 밤낮이 없이 환자와 부상병들을 돕던 닥터 홀은 과로로 건강이 악화되어 그만 말라리아에 걸리고 말았다. 그 여파로 닥터 홀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내가 평양에 갔던 것을 원망하지 마시오. 나는 예수님의 뜻을 따른 것이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1894년 11월 24일 주님 품으로 돌아갔다. 당시 홀 부인에게는 1세 된 아들(셔우드 홀)과 임신 7개월 된 배속의 아이(에디스 마거리트)가 있었다.

남편의 장례식을 마친 후 홀 부인은 미국의 친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때 박에스더는 홀 부인에게 자기도 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홀 부인은 에스더가 그토록 갈망해 왔던 의학 공부를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그 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에스더를 남편과 너무 오랫동안 헤어지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부부를 함께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박에스더 여사.
▲박에스더 여사.

홀 부인 일행은 1895년 1월 중순경 미국에 도착했다. 그해 2월이 되자 박 에스더는 리버티의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박유산은 셔우드 가의 농장 일을 돕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수업은 선교 중심의 학습이라 그 내용이 단순했지만 미국에서의 교과과정은 매우 달랐다. 따라서 매달 과외비용을 지불하며 따로 공부해야 했다.

그 결과 박에스더의 성적은 많은 진전을 보였으며, 1895년 9월에는 뉴욕시의 한 유아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1년 이상 일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한편 개인교수를 찾아 라틴어, 물리학, 수학을 공부했다.

마침내 1896년 10월 1일, 박 에스더는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Women's Medical College of Baltimore)에 입학했다. 이로써 그녀는 정식으로 서양의학을 공부한 최초의 한국인 여성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광의 배후에는 남편인 박유산의 눈물나게 아름다운 헌신이 있었다. 에스더가 의과대학에 다니는 동안 박유산은 볼티모어의 한 식당에서 일하며 그녀가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던 중 박유산은 그만 폐결핵에 걸리고 말았다.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온갖 일을 했던 탓에 건강이 나빠졌던 것이다. 결국 박유산은 회복되지 못하고, 아내의 졸업을 목전에 두고 이국 땅에서 병사하고 말았다. 아내를 위해 더 크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었던 것이다.

남편의 성공을 위한 아내의 눈물겨운 내조 이야기는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남편의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더구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비록 먼 이국땅에서 행해진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혁명적 변화'였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복음의 능력이 아닐까. 신분, 성별, 소유, 연령 등의 차별을 떠나 서로를 위해 썩어지는 밀알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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