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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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적 전승이 전통으로 수용되기까지... 상징과 기호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혹은 그 상징으로서 트리에 관한 유래는 대개 이교도 전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하여 교회 전통으로 들여놓기에 불경스럽게 여기는 정서도 있지만, 어떤 교회사적 전승 하나가 전통으로 수용되기까지는 그 상징과 기호의 호환이 일으키는 보편성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전승들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전승의 상징이 일으키는 호환관계를 그 예시로 제시한다.

§

7세기 잉글랜드에 윈프리드(Winfrid)라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부모의 반대에도 베네딕트 수도회에 입회하기로 결신했다. 수도원에 들어간 그는 오래 전 수도사들이 영국에 신앙을 가져다준 것처럼 그리스도의 빛이 독일 이교도에게도 전해지기를 염원하였다.

그래서 그는 교황 그레고리 2세(715-731) 시절인 716년 바바리아로 파견되기를 자원한다. 그는 튀빙겐, 바바리아, 프랑코니아, 헤세 지역에서 복음을 전파하도록 위촉됐고, 721년 독일 중부인 헤세를 거점으로 본격적인 사역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윈프리드는 토르 신을 숭배하는 게이스마 지역 주민들이 '썬더 오크(Thunder Oak)'라 불리는 거대한 오크 나무에 연례적 제사를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제사에는 살아있는 사람, 대개 작은 아이를 희생제물로 바치는 행위가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윈프리드는 그 거대한 나무가 파괴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동료 선교사들은 독일인이 자신들을 죽일까봐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Bonifacius” (1905) by Emil Doepler

▲“Bonifacius” (1905) by Emil Doepler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은 그들은 썬더 오크로 접근했고, 윈프리드가 드디어 그 천둥의 신 토르의 나무를 찍어 내기 시작했다. 독일인들은 너무도 놀라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윈프리드는 그 오크 나무 뒤에 있는 작은 전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이 작은 나무, 숲의 이 어린 아이가 오늘 밤 당신들의 거룩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평화의 나무입니다. 이것은 잎이 녹색이기 때문에 끝없는 삶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천국을 어떻게 가리키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그리스도의 나무라 부릅시다. 이 우상의 오크 나무가 아니라, 또한 이 우상을 향한 피의 행위가 아니라, 사랑의 선물과 평화의 의식을 가지십시오."

마치 아브라함 자신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숫양을 발견한 장면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이 설교를 들은 독일인들이 그곳에서 세례를 받았다.

▲Emil Doepler 작품

▲Emil Doepler 작품
윈프리드는 이 현장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 이교도 무장세력이 들이닥쳐 순교하고 만다. 윈프리드는 그의 소년기 이름이고, 수도회에 입회하고서 얻은 이름은 바로 보니파스(Saint Boniface)라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보니파스라는 이름이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에서 희생당한 미군 장교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1976년 8월 18일 대한민국 판문점 인근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벌어진 이른바 '판문점 도끼 살인 사건'은 북한 군인 30여명이 도끼를 휘둘러 주한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당시 그 미군 장교들 역시 다름 아닌 벌목 작업을 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전승과 긴밀한 상징의 호환을 일으킨다.

북한군은 주한 미군과 대한민국 국군 병력 다수에게 피해를 입혔는데, 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미루나무 제거 작업, 즉 미루나무 가지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북한 지역을 제대로 관측할 수 없어 감행한 이 작벌목 작업을 주도한 주한 미군 경비중대장(대위) 이름이 바로 보니파스(Arthur George Bonifas, 1943-1976)였던 것이다.

▲도끼 만행 사건 현장.

▲도끼 만행 사건 현장.
그도 역시 윈프리드 보니파스처럼 나무를 자르고 순교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실 크리스마스와 그 트리에 관한 유래는 다양하며, 이교도 전승이 주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승과 유래란 보편 속에서 호환되는 것이며, 그것을 누가 어떠한 기억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제정하느냐에 따라서 유일한 전승이 되는 법이다.

▲Arthur George Bonifas. ⓒapps.westpointaog.org

▲Arthur George Bonifas. ⓒapps.westpointaog.org
왜냐하면, 그 나무가 '오크 나무였느냐 전나무였느냐ㅡ' 따위의 목재 성분이 상징의 성분을 결정 짓는 게 아니라, '왜 잘랐느냐ㅡ' 라는 그 행위의 질료에서 상징이 기호로 맺히기 때문이다.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이다.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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