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문화원이 매달 진행하는 이어령-이재철 대담이 2012년 ‘성서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왔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지성과 영성의 만남’, 2011년 ‘성서로 문화읽기’ 등의 대담을 진행했다.

29일 오후 서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열린 2012년 성서 스토리텔링 대담의 첫번째 주제는 ‘다윗’이었다. 오는 4월 마지막 주에는 ‘솔로몬’에 대해 대담한다.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양화진문화원 제공

먼저 ‘스토리텔링’의 정의에 대해 이어령 박사는 “관념적으로 ‘사랑’을 말하고 정의(definition)할 때는 잘 모르지만 이를 이야기로 풀면, 즉 정의가 아닌 스토리로 왔을 때 확실치는 않지만 사랑과 거의 등가물의 무언가를 이야기와 컨셉이 서로 마주쳐 나의 행동이나 느낌 속에 온다”며 “결론적으로 성경에 잠언과 시편, 예수님 말씀 중 많은 아포리즘(aphorism·경구)이 있는데 하나의 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 죽은 자를 살리시거나 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실제 행위, 이벤트를 통해 오는 메시지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에서는 이벤트, 지상에 딱 한 번 일어난, 하나님의 독생자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셔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셔서 40일간 함께 계시다가 가셨던 그 이야기가 관념적인 모든 말보다 그 스토리나 이 세상의 행동, 모든 메시지를 안고 있다”며 “그러므로 관념이 아닌, 이야기 속에서 전개되는 사건을 통해 이해하는 이 스토리텔링은 또 하나의 이해의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철 목사는 “자칫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기 쉬운 사건이나 말을 입체적이고도 생생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정리했다.

이어령 박사 “하나님은 한 손으로 징벌하시면서, 다른 손 내미시는 분”

▲이어령 박사.
이후 이어령 박사는 성경을 기독교적 입장에서 읽지 않고 소설처럼 스토리텔링으로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이야기는 해석 코드, 의미 코드, 행위 코드, 문화 코드, 상징 코드 등 5가지 코드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이 늑대를 쫓아낼 때 던지던 물맷돌과 막대기는 사울이 골리앗을 무찌르겠다는 다윗에게 주었던 투구와 칼과 비교할 수 있는데, 이를 다윗이 왜 벗어던졌는가 하는 것들이 문화 코드와 상징 코드가 될 수 있다”며 “이 5가지 코드가 교향곡처럼 어울리면서 어떤 때는 이런 저런 코드가, 다른 때는 모든 코드가 어우러져 기가 막힌 이야기들을 얻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화읽기에서 언급된, ‘빵’이 ‘떡’이 될 수 없는 이유도 이 문화 코드 때문이 된다. 이 박사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양치는 소년이 사울의 군대에 속하지 않고 군인을 이긴 것이고, 칼을 쓰는 지상의 권력과 달리 돌을 던지고 막대로 치는 게임인데 사실 돌과 칼이 맞닥뜨리면 돌은 거리를 두고 던지는 것이라 칼을 이길 수 없다”며 “양을 친 경험이 없는 사람이면 다윗이 어떻게 골리앗을 이겼는지 알기 힘든데, 이런 것이 바로 문화 코드”라고 했다.

그는 “다윗은 사울과의 관계에서 범죄한 사울이 계속 죽이려 하지만 배신하지 않고 몇 번이나 질투 속에서도 사무엘마저 버린 사울을 살려준다”며 “나중에 아들 압살롬과의 관계에서는 다윗 자신이 남의 여자를 손대고 그 남편까지 죽이고 맏아들 암논과 관련해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하는 등 사울처럼 범죄하게 되고, 압살롬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정의와 개혁을 부르짖으며 다윗과 대립하는 위치가 된다”고 했다. 정리하면 다윗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간관계’와 압살롬의 ‘합리적이고 논리중심적 세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어령 박사는 “오늘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구약은 정의의 하나님을 말한다는데 하나님이 다윗의 마땅한 죄를 단죄하셨는가 하는 것”이라며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모든 것을 옳고 그름을 따져 이성적으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신가 아니면 구제자이신가” 라고 물었다.

그는 “하지만 인간들은 ‘심판의 하나님’만을 내세우는데, 이것이 큰 죄이고 오늘날 정치나 세상이 모두 이렇게 된 것이 바로 이 문제가 해결 안 되기 때문”이라며 “이걸 모르면 크리스천 정신을 모른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철 목사는 “인간의 심판은 압살롬처럼 죽이는 심판이고, 하나님의 심판은 당신이 죽는 심판”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이 박사는 “오늘날에는 신의 최고 영역을 심판자로서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신약이고 구약이고 관통하는 것은 정의의 심판 뿐 아니라 우리를 구제해주는 사랑과 죄를 지어도 끌어안아주는 힘”이라며 “하나님은 공의의 압살롬이 아니라, 다 잃고 추락해버린 다윗의 편을 들지 않으셨느냐”고 했다. 그는 다윗이 사울과 압살롬을 죽이지 않으려 하는, 아이러니하지만 복종을 상징하는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경에 나오는 스토리텔링은 탕자의 비유에 나오듯 반드시 인간의 입장과 하나님의 입장이라는 2중 구조”라고 했다.

그는 “제가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것도 그런 하나님을 모르고 압살롬처럼 논리와 정의를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에덴동산 이야기만 봐도 피도 눈물도 없는 준엄한 심판자가 아니라 구제의 길 하나는 터 주시는, 절대 두 손으로 징벌하지 않고 한 손으로 치고 한 손으로 내미시는 분”이라고 전했다. 또 “심판하시는 하나님인데도 딱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 마음을 모르면 예수님 마음도 모르고 구약과 신약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정의의 하나님이면서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재철 목사 “하나님은 사명 주실 때, 우리에게 있는 것으로 역사하신다”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재철 목사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성경 스토리텔링을 전개했다. 이 목사는 “다윗 이야기를 소개해 주는 사무엘서를 확대하면 구약의 역사서는 한 가지 관점에서 쓰였는데, 이를테면 사무엘상 2장 30절에 나오는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는 말씀이 역사서를 관통하는 구절”이라며 “이를 두 그룹으로, 예를 들면 엘리 제사장과 한나, 이들의 자녀인 홈니-비느하스와 사무엘, 골리앗과 다윗, 사울과 다윗 등을 비교해 보여주는 것이 사무엘상이고, 사무엘하는 다윗이라는 한 인간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존중히 여길 때와 멸시할 때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골리앗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아는 다윗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다윗이 골리앗을 어떻게 만났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며 “사람들은 다윗이 일평생 가장 잘한 일이 골리앗 격파라 생각하지만, 저는 아버지 말씀에 순종해 집에 남은 다른 형제들이 있음에도 먼 길까지 양식을 전하러 전쟁터로 나간 일이라 본다”고 했다.

물맷돌과 막대기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시키실 때 우리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으로 역사하신다”며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일을 하고 소명의 삶을 살 때 특히 요즘은 돈의 지배 속에서 ‘돈이 있어야 하나님 일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나한테 지금 있는 것, 그것이 마른 막대기와 차돌 5개 뿐이라도 그것으로 주님 위해 살려고 할 때 주님의 역사는 우리를 통해 이뤄짐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윗의 범죄에 대해서는 “인생의 최전성기에 남의 여자를 데려다 불륜을 저지른 후 자기 죄를 깨닫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범죄했다고 고백한 다윗은 위대했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바로 용서를 선포하셨다”면서도 “그러나 하나님의 용서가 징계를 면하게 하지는 못했으며,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징계하신다”고 강조했다. 징계가 없으면 같은 죄를 밥 먹듯이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윗을 징계하는 도구로 쓰임받은 것이 압살롬이었고, 이를 알고 있던 다윗은 괴로웠고 죄가 있지만 죽일 수 없었다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부모로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할 때 말씀을 경멸하는 내 삶은 자식에게 답습될 수 있다”며 “우리 삶은 대단히 중요한데, 자식에게 부모는 복사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왜 하나님을 그렇게 섬기던 다윗이 그런 욕정의 나락으로 한 순간에 떨어졌는가 하는 것인데, 이는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됐는데도 부하들만 보내고 자신은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 나라의 기쁨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만 주어지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책임과 의무에 늘 깨어있지 않으면 상대가 여자나 돈, 권력 등 형태와 대상만 다를 뿐 언제든 영적으로 주색에 빠질 수 있고 그 현장은 아무도 모른다 해도 반드시 하나님께서 보신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박사는 “하나님은 정의를 넘어선 사랑이고 연민이고 더 큰 하나의 것이 있는데 옳고 그름만 판단한다고 생각하면 정치 논리에 빠지기 쉽고, 그런 왕보다 하나님은 위대하시다”고 했고, 이재철 목사는 “정의에 사랑이 수반되지 않으면 폭력이 되고 정의가 수반되지 않는 사랑은 아편이듯, 하나님의 사랑은 당신이 죽는 사랑이고 그래서 하나님의 정의는 생명으로 드러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