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자신은 자신에 대하여
다 알 수 없는 미궁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엔
두 눈을 바로 뜨고 대면할 수 없는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이런 점에서 고흐는 무서운 존재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대면하고 있으니.

어떻게 고흐는 이토록 강렬하게
자신을 대면할 수 있을까

고흐는 고흐로서 존재하고 픈 열렬함
열정적인 자기 사랑
이것이 자기 폭로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다.

누구나 옷을 입고 살아가려는데
홀로 옷을 벗는 용기는 위태로운 것이다.
삶의 안전핀을 뽑은 것이다.

고흐는 안전핀을 뽑고
존재의 지뢰 미확인 지대에서
춤을 추었다. <연>

* 저는 고흐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으로 떠났습니다.
이미 그의 작품을 보았지만 그가 살던 그 공간 안에서
호흡하고자 떠났습니다. 참으로 오래도록 벼르던 일입니다.
로마에 가서 미켈란젤로와
아시지에 가서 성프란시스코도 만나고 돌아오렵니다.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미워하고자 하면
그 누구라도 미워하지 못하겠습니까?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