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낙태 찬성 연설 중 갑자기 십자성호… ‘신성모독’ 논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교계와 생명수호단체들에게서 비판 쏟아져

▲민주당 니키 프리드 의원의 낙태 찬성 연설 도중 십자성호를 긋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유튜브 영상 캡쳐
▲민주당 니키 프리드 의원의 낙태 찬성 연설 도중 십자성호를 긋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유튜브 영상 캡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서 낙태 찬성 연설을 듣던 중 십자성호를 그어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켰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인 바이든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 도중 민주당 니키 프리드(Nikki Fried) 의원의 연설을 듣다가 갑자기 십자성호를 그었다.

프리드 의원은 낙태에 중점을 둔 이번 집회에서 ‘로 대 웨이드’(낙태 전면 합법화 판례)를 뒤집은 2022년 미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며 “미국 전역의 여성에게 의료 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공화당 론 드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격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5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관련 영상에 따르면, 프리드 의원이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대통령에 출마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에게) 15주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6주로 가야 했다”고 발언하자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십자성호를 긋는다.

해당 영상은 인디애나에 본사를 둔 비영리 친생명 단체인 가톨릭보우트(CatholicVote.org)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정말 사악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열린 낙태 집회에서 십자성호를 그었다! 가톨릭 신자가 되어 낙태를 지지할 수는 없다! 하나님을 부르며 죽음을 조장할 수는 없다!”고 비판한 후 갈라디아서 6장 7절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말씀을 인용했다.

가톨릭보우트의 브라이언 버치(Brian Burch) 회장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의 행동은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낙태 극단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십자성호를 긋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은 그의 새로운 낙태 종교를 지지하기 위해 성스러운 관습을 이용한 비열한 행동이다. 또 그의 행동은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기독교 신앙을 공개적으로 조롱한다”고 했다.

버치 회장은 “바이든은 무고한 아이들의 생명을 파괴하는 데 하나님의 지지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며 “그의 행동은 그가 매우 순진하거나 노쇠하거나 미국 수백만 기독교인의 기본 신앙에 냉담할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바티칸과의 긴장 속에서 최근 텍사스 타일러의 주교직에서 해임된 조셉 스트릭랜드(Joseph Strickland) 주교도 버치 회장의 입장에 동의했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완전히 사악하다. 우리 대통령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자. 그는 연약한 노인이다. 자신을 지은 존재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X 사용자들도 가톨릭보우트의 영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친생명 단체인 ‘수잔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Susan B. Anthony Pro-Life America)는 “낙태가 이제 좌파의 성례인가?”라면서 바이든의 선거 캠페인을 ‘낙태 공포감 조성 투어’라고 표현했다.

가톨릭 친생명 운동 단체인 미국생명연맹(American Life League)은 “바이든이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기는 것은 교회 계층의 많은 구성원들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침례회 리더십을 위한 센터’(Center for Baptist Leadership) 윌리엄 울프(William Wolfe) 사무총장은 “악마적이다. 조 바이든이 낙태 찬성 집회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있다”며 “그의 행정부에 사악한 영적 세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연설문 작가이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출신인 마크 티센(Marc Thiessen)은 “이것은 정말 신성모독이다. 우리 ‘가톨릭’ 대통령이 낙태 집회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정치 평론가인 메르세데스 슐라프(Mercedes Schlapp)는 “정말 역겹다. 바이든은 가톨릭의 생명 보호 가르침에 위배되는 죽음의 문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기도와 금식, 지역사회 봉사 활동, 클리닉 인근 철야 기도 등으로 낙태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생명을 위한 40일’(40 Days for Life)은 “바이든이 낙태 집회에서 십자가를 긋는 것은 그와 생명의 신성함에 관한 가톨릭의 가르침과 행동 사이의 단절을 극명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낙태를 찬성해 온 바이든의 신앙고백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몇 주 전, 워싱턴 대주교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추기경은 “바이든은 자신이 원하는 가톨릭 요소를 선택해 따르는 ‘카페테리아 가톨릭 신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3월 31일 CBS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과거 우리는 매력적인 것을 선택하고 도전적인 것은 무시한다는 의미로 ‘카페테리아 가톨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바이든은 이달 초 부활절 주일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로 선언해 많은 기독교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카린 장 피에르(Karine Jean-Pierre) 백악관 대변인은 “부활절이 매년 3월 31일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이 우연이었다”며 반발을 무마하려 했다. 또 이에 분노한 공화당원들에 대해 “잔인함을 보이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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