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달 [월간 초대석]에는 예장 합동정통 교단의 증경총회장이자 한기총 통일선교대학 이사장 등 교계 연합사업에서 두루 섬기고 있는 양병희 목사(영안교회)를 만나 ‘북한선교’와 ‘차세대 리더십’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양병희 목사는 특별히 북한 선교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며 강하게 자기 소신을 전했다. ⓒ 송경호 기자
양병희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영안교회는 성도수가 총 2만여명으로, 한국교회에서도 유명하지만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무척 유명하다. 이는 북한 선교에 대한 양 목사의 비전이 남다르기 때문. 교회 3대 비전 중 하나가 ‘통일시대 준비’인 영안교회에는 탈북자 성도가 500여명에 달할 뿐 아니라 이들만을 위한 ‘탈북자 출신’ 교역자가 섬기고 있다.

양병희 목사는 인터뷰에서 특별히 북한 선교와 차세대 리더십 양성에 대한 강한 자기 주장과 애정을 나타냈다. 얼마 전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한 달 가량 공식 일정을 거의 취소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확고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 버리고 인내하며 선교해야

-목사님께서는 한기총 통일선교대학 이사장과 북한결핵어린이돕기범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역임하시는 등 북한 선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북한은 적대국인 동시에 우리의 민족과 동족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나 이슬람권도 선교를 하며 돕는데, 어떻게 같은 민족인 북한에 대한 선교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교회에는 탈북자들이 500여명 정도 등록돼 있고, 그들을 위한 ‘탈북자 출신 교역자’가 있습니다. 5주 과정의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세례도 다 받았습니다. 탈북자들을 보면 내면에 박탈감이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삶보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서 느껴지는 빈부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면 그런 데서 오는 분노를 과격한 방식으로 표현할 때도 있는데, 그것을 갖고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져선 곤란합니다. 그런 모습을 용납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선교를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는 뭐냐면 돈을 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정부에서 정착지원금을 3천만원 이상 주니, 대부분 흥청망청 쓰다가 전부 탕진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는 그 돈을 받아 6부 이자로 관리해 줍니다. 필요할 때만 조금씩 돈을 주면서 자본주의 교육을 시키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한 교회가 탈북자를 한 명씩만 맡아 도와줘도 현재 국내에 2만여명에 달하는 탈북자 모두를 선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북 정책에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복음은 북한사회에 ‘스며들듯’ 들어가고 있다

-“대북 정책에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강조해 오셨는데, 그 ‘방향’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통일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의 정치적 접근을 지양해야 합니다. 가끔 북한의 봉수교회에 가서 설교를 전할 때가 있는데 저는 오직 ‘복음’에 대한 것만 이야기합니다. 우리 몸에는 한 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고, 우리 영혼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입니다. ‘제2의 예루살렘’이라고 했던 평양에 다시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나님 은혜를 설교합니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보위부 직원들이 저를 경계했지만 한 번 그렇게 설교한 뒤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그들이 싫어하는 정치적 이야기나 체제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정죄하는 설교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변화되는 것도 아니구요.

봉수교회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평가하실 문제입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 정책적으로 세운 교회지만 그 안에서 예배 드리는 사람들은 다 예전에 장로·권사·집사였던 분들의 자녀들입니다. 이번에 고려대 대학원에서 ‘북한의 종교 정책이 북한에 미친 영향’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했습니다. 북한은 60년대 종교를 말살하려는 탄압으로 교회가 수난기를 맞이했고, 70년대 주체사상 확립으로 암흑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80년대 회복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적인 변화를 살펴 보면 국제정세, 남북관계, 그리고 북한 내부의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NGO나 해외동포들이 방북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면서 종교가 있다는 것을 형식적으로라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릴 사람이 없으니 예전에 믿던 부모들의 자녀들 중에서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들을 모아 앉혀 놓고, 성경도 번역해서 출판했어요. 92년에는 헌법도 개정해서 ‘종교의식의 허용’ 등이 명시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에요. 이제 북한이 원치 않아도 형식일지라도 조금씩 종교 수용기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볼수 있습니다. 종교가 들어올 수 없도록 장막을 쳐 놓았지만, 복음은 북한 사회에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호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남북관계는 상호주의가 아니라 인도주의 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통일 문제는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꼭 흑백논리로 갈 필요가 없어요. 예수 믿느냐 안 믿느냐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기독교를 인식시켜 주기만 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저 묵묵히 대북지원을 하면, 북한 사람들이 그냥 받는 것 같지만 다 어디서 보내는지 확인을 합니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통해서 왔습니다고 하면 ‘아, 요새 조그련이 좋은 일 많이 하는구먼’이라고 합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종교적으로 마치 백지와 같아서 통일이 된 뒤에는 누가 먼저 복음을 전하느냐에 따라 종교가 달라질 겁니다. 마치 올림픽에서 100m달리기 선수가 단 몇 초를 뛰기 위해서 4년이라는 시간을 피눈물 나게 준비하듯이, 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을 누가 제일 열심히 하고 있느냐. 유감스럽게도 통일교입니다. 통일교는 평화자동차를 비롯해서 북한의 여러 영역을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가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최근 북한의 로켓 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때에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북한의 마지막 발악과 같은 벼랑 끝 선택이라고 봅니다. 사실 국제사회에 더욱 고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적인 체제를 유지하며 결집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안타까운 것은 동북아가 군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 군비 증강의 당위성을 제공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핵개발 시설이 다 준비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정부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NGO를 통해서 이 사실을 끊임없이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든지 남북대화를 통한 교류를 회복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국들과의 국제관계를 통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허리 튼튼해야 건강, 교회도 중견세대 세워야

▲양 목사는 한국교회에 허리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견 세대를 세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송경호 기자
-이번에는 한국교회 리더십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교회는 조용기·곽선희 목사님 등으로 상징되던 리더십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사역계승이라는 단어도 자주 언급되는데요. 이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선배 목사님들의 발자취를 잘 계승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도 정권이 바뀌면 무조건 전 정권의 업적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려고만 한다면 역사의 악순환이 된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후배 목사님들이 선배 목사님들의 장점을 더욱 계승해야 합니다. 또한 선배 목사님들은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다음 세대를 키우고 일꾼을 양성한다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후배들을 믿고 과감히 바톤 터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50대 중견 목회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배목사님들을 존경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며 한국교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함께 공유한다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리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사랑과 존경입니다.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합니다. 어른들을 잘 섬겨야 합니다. 또한 한국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중견 세대를 세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항상 머리보다 허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리가 튼튼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듯,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허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건강해질 것입니다.”

한국교회 추락 이유는 하나되지 못함에 있어
한희년-봉사단, 지금이라도 통합 논의했으면

-그런 중견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됐던 한국교회희망연대와 한국교회봉사단과이 얼마 전 통합을 추진했으나 결렬됐습니다. 목사님께서도 한희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통합을 기대했었는데 대단히 아쉽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교회 앞에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신학적인 문제도 아니고, 교단적인 문제도 아닌데, 지역과 국가를 위한 봉사적 차원의 봉사기구마저 통합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호간의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언론에 부각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일부분의 사건이 마치 전부인양 매도를 당해도 강력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 추락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되지 못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집된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려놓으면 됩니다. 한기총에 소속된 교단만 해도 60여 교단이 넘습니다. 이게 말이나 될 일입니까? 신학적인 문제라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같은 신학노선을 지향하면서도 갈기갈기 찢어진 것은 하나님 앞에 진정 내려놓지 못하는 자리다틈과 명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라, 용서하라, 낮아져라 수없이 강조하면서도 진정한 보혈의 십자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리와 명예만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또 하나, 역사의식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과 세계선교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더욱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신학과 신앙이 같은 교단들이 서로 통합하여 역사의 주도권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저는 총회장 임기 때부터 한결같이 한국교회의 연합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금도 한결같은 소신입니다.”

-그래도 한희년은 연합기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1년간 섬기시며 느낀 점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몇 가지 굵직한 봉사활동을 정착시켰습니다. 1월 다문화 가정사랑나눔, 2월 서울역 노숙자 돌봄, 4월 장애인 돌봄 국내외 재난 긴급봉사 등 이젠 봉사활동이 정착됐습니다. 한희년은 정말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구조입니다. 1년간의 활동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교단들이 내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타 교단이 분열의 아픔을 겪는 것을 보며 매우 안타깝습니다. 큰 틀에서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양병희 목사는

고려대학교 와 고려대 정책대학원에 이어 백석대 신학대학원, 총신대 신학대학원, 감신대 신학대학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등을 두루 거치며 학문을 쌓았다. 미 캘리포니아신학대학원 목회학박사와 백석대학교 명예신학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사)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재)신망애복지재단 이사장, 한기총 선교위원장, 예장 합동정통 증경총회장, 대한성서공회 이사, 서울 경찰청 경목회장 등을 역임하며 교회와 사회를 섬겨왔고, 아신대 목연원 객원교수, 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강사 등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루터의 기독교이념연구」, 「평신도 성서대학 교재」, 「헛되지 않는 수고」(공저), 「신바람 목회」(공저), 「평신도교육의 이론과 실제」, 「계시록 요약강해」, 「꿈이있는 백성은 흥한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준비」, 「북한교회 어제와 오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