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명희 박사, 김선일 교수, 김광건 박사, 임채남 박사. ⓒ학회 제공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회장 김상구 박사) 제29회 정기학술대회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창신교회(담임 유상섭 목사)에서 개최됐다.

‘한국교회 목회적 현실과 실천신학적 대응’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김선일 교수(웨신대)가 ‘선교적 교회론의 복음주의적 수용 연구: 실천신학적 관점에서’를 주제발표했다. 사회는 이명희 박사(침신대), 논평은 김광건(서울장신대)·임채남(대전중앙교회) 박사가 각각 맡았다.

김선일 교수는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church·미셔널(미션얼) 처치]’의 실천적 흐름이 매우 실제적이고 일상적인 사역의 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 흐름을 실천신학의 두 초점인 선교적 초점과 교회적 초점에 상응하는 복음주의적 수용의 이중 과제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교적 교회론의 주요 실천적 의제들 5가지를 소개한 후, 복음주의적 수용을 위한 수렴점으로서 ‘복음 전도’와 보완점으로서 ‘예배 공동체’를 각각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선교적 교회론이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에서 성육신적 삶을 실천하고 세상과 일상에서 증인으로 산다는 ‘보냄 받은 사명’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복음주의 운동이 함께할 수 있는 유력한 현황”이라며 “특히 복음주의 운동은 선교적 교회론의 이러한 프락시스(praxis·실천과 이론, 행동과 사고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를 선교와 전도의 온전한 이해에 비추어, 복음전도적 수렴점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일 교수가 주제발표를 전하고 있다. ⓒ학회 제공

그는 “선교적 교회론은 비교적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양 진영에서 호의적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복음주의나 개혁주의 일각에서 이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이러한 신중론은 한편으로 선교적 교회론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n Dei)’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경계의식이 바탕을 이루고, 다른 한편으로 전통적 교회의 표지를 수호하려는 입장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선교적 교회론이 일반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준 데는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와 앨런 허쉬(Alan Hirsch) 등 현장중심적 저술가들의 역할이 컸고, 특히 한국에서 선교적 교회론은 구체적인 교회 사역의 모델로 먼저 소개됐다”며 “이처럼 교회가 구심점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성육신적(incarnational) 사역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나, 특이했던 점은 신자 개인이나 교회 내 아웃리치 그룹으로서 약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다가가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회중의 삶과 리듬 자체가 세상 속에서 형성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근 선교적 교회 사역자들의 실천은 선교적 비전을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 체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관념에서 벗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로서의 선교’, 사역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대하는 ‘이웃됨’의 선교, 이 둘을 교회와 일요일이 아닌 세상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삶에서 구현하는 ‘일상의 선교’, 몸과 영혼을 통합적 존재로 보는 ‘몸의 선교’, 타문화권이나 원거리 선교지 뿐 아니라 삶에서부터 선교를 실천하는 ‘보냄 받음(sentness)’ 등 5가지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최근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적 흐름은 단순히 사회 속 의제에 참여하거나 지역을 대상화시키는 아웃리치가 아닌 구체적인 지역에 동등하게 참여해 이웃이 되는 과정을 강조하고, 배후에 의도된 프로그램을 숨긴 채 이웃의 삶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이웃 자체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러한 이웃됨은 우리의 몸으로 일상에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점이 복음주의 운동에 중요한 이유는, 복음주의 교회들이 근대사회의 대중적·개인주의적 경향에 적응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전인적 진리로 표현하고 경험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선교적 교회론은 복음주의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실용적 효과에 따라 사역을 구상하던 습관을 극복하여,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보냄 받음을 자각하고 기독교를 구현하는 프락시스를 형성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전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선교적 교회론과 복음주의의 ‘가교’로써 ‘복음 전도’와 ‘예배 공동체’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복음주의적 의구심은 ‘하나님의 선교’ 사상의 영향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되는데, 즉 선교라는 개념을 사용함에도 세상에서의 선한 공적 실천만 강조할 뿐 죄 용서와 구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교회의 성육신적 측면만 강조함으로써 하나님의 임재와 은총을 갈망하는 예배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간과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특히 교회의 전통적 표지를 강조하는 개혁주의의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다”며 “하지만 ‘복음 전도’의 과제는 상당히 빈번하게 언급되나 ‘예배 공동체’는 논의 과정에서 ‘세상에서의 증언’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어, 둘은 정도의 차이에서 동등하지 않다”고 했다. ‘복음 전도’는 선교의 궁극적 초점이자 선교의 자연스러우면서 의도적인 결론이어야 하고, ‘예배 공동체’는 선교적 지향성을 갖추면서도 어두운 세상에서 빛으로 불러내신 하나님의 임재 앞으로 나아가는 ‘은총적 속성’이 동등하게 강조돼야 한다는 것.

김선일 교수는 “이처럼 회심에 가치를 부여하는 복음주의적 신념은, 선교적 교회가 행동주의적 선교에 천착하지 않고 구원과 은혜의 예배 공동체라는 보완적 준거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논의가 복음주의 교회와 운동 안에서 상호적 이해에 기초하여 비판적으로 수용되고,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위해 동역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고 정리했다.

▲학술대회 개막에 앞서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학회 제공

이후 정성규 목사(부천예인교회)가 ‘도시 속 피난처 예인교회’를 사례발표했고, 학자 9인의 자유발표가 이어졌다. 앞서 개회예배에서는 유상섭 목사가 설교했으며, 이재욱·김진오 목사와 강덕구 전도사에게 우수논문상을 수여했다. 김순환 교수(서울신대)의 저서 <예배와 예술>은 봄 학회 저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