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 <누가 예수 믿으면 잘산다고 했는가>, <톨레랑스가 필요한 기독교>…….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한참 밀려나 있는데도 오히려 여러 언론 매체들이 주목하는 신간들이다.

언젠가부터 기독교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최소한 똑똑한 체하려면 교회(특히 대형교회) 비판 한 마디쯤은 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다. 물론 달콤한 사랑의 언어보다는 날선 비판이 때론 반드시 필요하다. 예수님도 어떤 의미에서 ‘독설’을 서슴지 않으셨다. 구약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끊임없는 예언자들의 외침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요즘 ‘비판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겠다고 매사를 부정적·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오히려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고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며 “내부적인 소모전이 너무 심해, 세상을 향해 일어서야 할 힘을 상실해 버렸다(이동원 목사)”는 고백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예수를 통해 뭘 얻을까’보다, 예수님처럼 사는 데 집중하라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복음주의 신학교 교수인 빅터 쿨리진(Victor Kuligin)이 쓴 <누가 예수 믿으면 잘산다고 했는가(넥서스CROSS)>는 원 제목이 다. 직역하면 ‘예수가 말하지 않길 바랐던 열 마디’쯤 되겠다. 물론 원제 자체가 반어적이라 의역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제목을 대하면서 왠지 찜찜함이 가시질않는 것은 왜일까.

더구나 책 내용은 지나치다 싶을만큼 도발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원초적인 복음의 메시지라 씁쓸함이 더해진다. 책에서는 ‘번영 복음’을 강조하는 설교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지만 놀랄만한 가치가 있는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소개한다. ‘영적인 가난함을 사모하라’, ‘욕망과 욕구를 절제하라’, ‘온전히 헌신하라’, ‘하나님처럼 용서하라’, ‘자신의 믿음을 돌아보라’ 등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우리 몸에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끄집어내 ‘예수님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을까?’에 집중할 것을 역설한다.

전작 <예수 없는 예수 교회>의 기억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나온 한완상 박사의 <한국 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 31년 전 펴낸 <저 낮은 곳을 향하여>에서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골라내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들만 모아 다시 정리했다. 출판사(포이에마)에 따르면 <예수 없는 예수 교회(김영사)>에 이은 ‘교회 힐링 메시지’ 제2탄이라고 한다.

예수가 가셨던 갈릴리의 낮은 곳으로 가라

한완상 박사는 개정판에서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룬 거대한 교회들이 육중한 몸집을 뽐내며 여기저기 우뚝 버티고 서 있는데, 정작 새 세상, 새 역사를 만들어갈 생명체로 가득차야 할 방주 안에는 방주 밖에 있는 생명체보다 더 탐욕적이고 더 교만한 생명체들이 득실거리고 있다”고 한탄한다. 한국 교회는 오늘날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기독교 우파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하듯 권력의 변호인으로 전락했다며, 저자는 “근본주의 신앙이 권력과 결탁할 때 권력은 더 오만해지는 법”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그러면서 통일과 교육 등 다른 두 분야에서 부총리를 역임하고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으며, 한국방송통신대·상지대 총장을 지낸 자신에 대해서는 “부총리실과 총장실에서도 개인의 질병 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의 질병도 고치는 의사, 곧 ‘소셜 닥터(Social Doctor)’로서의 소명을 다하려고 애썼다”며 “부총리실에서 외로움과 괴로움,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할 때 제 곁에 계신 예수님은 높은 곳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높은 세속의 자리’에서도 아파하는 제 곁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시는 갈릴리 예수께서 함께 동고해 주셨다”고 말한다.

같은 출판사의 <톨레랑스가 필요한 기독교>는 서울지방법원장을 지낸 이우근 변호사가 판사 시절 보고 느낀 것들 가운데 차마 못볼 것, 차마 듣지 못할 말, 차마 경험하고 싶지 않은 느낌들을 진득하게 보고 듣고 느낄 줄 알아야겠다는 뒤늦은 깨우침으로 쓴 세번째 ‘광야의 묵상’이다. 로펌 대표·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개인정보분쟁 조정위원장·사학분쟁 조정위원·예술의전당 이사·한국과학생명포럼 이사·기윤실 이사·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명예지휘자 등 현직만 나열해도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용서의 종교’인 기독교를 향해 톨레랑스를 갖추라고 외친다.

지금은 보듬어안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더 필요하다

찜찜한 구석은 또 있다. 이 책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기독교 전문 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의 기독 브랜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들 출판사에서 ‘중이 제 머리 못 깎지 않느냐’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던 사람이 자세를 고쳐앉을 수도, 자리를 떠나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최근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받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장 교수는 늘 진솔하다. 훈계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얘기를 할 뿐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들은 자세를 고쳐앉고, 자신을 돌아본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동을 다잡게 된다. 요즘 널리 회자되는 ‘넛지(nudge)’와도 비슷하다. 내부 소모전 없이 세상을 향해 일어설 힘을 주는 이런 사람들을 교계에서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이동원 목사는 앞의 말 이후 “우리가 잘못한 것 사실 다 안다. 너무 아는 것이 문제”라며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인데, 진정한 예언자적 외침은 결국 하나님 백성들이 다시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