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 본지에 ‘비대면 성지순례’를 연재 중이신 권주혁 박사님께서 바울의 제2차 전도여행 연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3차 전도여행에 대해 소개하기 전, 주일성수에 대한 특별기고를 보내 주셨습니다. ‘비대면 성지순례’는 다음 주부터 다시 계속됩니다. -편집자 주

40일 유럽 여행 기간 5차례 주일
관광과 여행 중단하고 예배드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예배
Y집사님 새벽에 나와 음식 선물

주일성수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교회 주일 예배 모습.

1979년 2월 1일 목요일, 당시 신입사원이던 필자는 회사 업무로 서울 김포공항에서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태국 항공사의 A300 에어버스)에 탑승해 타이완 타이페이 공항(당시는 장개석 공항)과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서 몇 시간 후 파푸아뉴기니 국적 항공사 에어뉴기니 보잉 707기를 타고 다음날 이른 아침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스비(Port Moresby, 발음은 포트모르즈비가 아님)에 도착했다. 이것이 필자가 한 첫 해외 방문이다.

이후 45년 동안 여러 나라를 방문했고, 금년(2024년) 1월에는 손녀들을 데리고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방문했다. 튀니지는 필자에게 145번째 방문국이 됐다.

이사야 58장 13절에는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라”는 말씀이 있다. 필자는 지난 45년 동안 39년의 회사일과 개인 여행으로 수많은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부족하지만 이 말씀에 순종하여, 주일날은 비행기나 차량 등 어떤 여행도 하지 않고 현지 교회를 찾아 예배드리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금년 1월 초 필자의 손녀와 외손녀가 동시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시간이 있으므로, 필자는 손녀들에게 서양 문명의 모체인 그리스와 로마(이탈리아) 문명을 현장에서 공부시켜 주려고 40일 동안 이들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에는 이 두 나라 외에 지중해 패권을 놓고 로마와 싸운 카르타고(오늘날 튀니지), 그리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 육지로 연결된 발칸반도 여러 나라도 포함시켰다.

여행 기간 동안 주일날이 5번 있었으므로, 주일에는 관광이나 여행을 중지하고 항상 현지 교회를 찾아가 예배를 드렸는 바, 여기서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드린 주일예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일성수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리예카 시내 고급 식당 안에 전시중인 어뢰 모델.

우리는 자그레브를 방문하기 전에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에 면한 항구도시 리예카(Rijeka)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지정학적 중요한 위치 때문에 근대 들어 도시의 국적이 여러 차례 바뀐 이 도시의 역사와 매력을 손녀들에게 보여주어, 아드리아 바다의 찬란한 역사와 문명을 가르쳐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19세기 말 어뢰(魚雷)를 제조하여 100여 년 동안 생산하였던 공장 방문, 그리고 이를 기념하여 시내 고급 식당에 전시해 놓은 어뢰를 보여주며 당시 국제정세를 손녀들에게 실감나게 설명해 주었다.

그 후 기차를 타고 수도 자그레브로 이동하였다. 1월 28일 주일날 아침, 쌀쌀하였으나 춥지는 않고 날씨는 청명하다. 전날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한인 교회를 찾아 숙소를 나섰다.

교회는 숙소에서 2km 떨어진 곳이다. 30분을 걸어서 도착하였는데, 휴대폰 지도가 가리켜주는 대로 따라가 보니 경사진 도로 오른쪽 여러 건물 사이에 교회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마 한국인 교인들이 이 현지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는 줄 생각하고, 우리가 인터넷에서 본 그 교회라고 여겨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침례교회 안은 현지인 교인들로 빈 자리가 거의 없이 가득하고, 한국인은 보이지 않는다.

주일성수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침례교회. 가운데 갈색건물.

오늘날 유럽의 개신교회는 사실상 죽어 있다. 주일날 교회에 가도 문을 닫았다는 공고문을 문 앞에 붙인 교회도 있고, 주일예배를 드려도 노인 서너 명만 모인 곳이 많다. 이렇게 죽어가는 유럽 교회들에 비해, 2백 명이 모여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는 자그레브 교회는 활기가 넘쳤다.

그러므로 필자는 “아마 한국인 예배는 인터넷에 올려진 시간이 아니고 오후인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현지인들 예배에 함께 하기로 작정하였다.

우리 네 명은 각자가 한국에서 가져간 성경을 펴놓고 설교 본문 말씀을 보고 있는데 우리를 보고 어느 동양인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우리말로 한국에서 왔느냐고 조용히 물어본다. 이 분은 한국 교민으로서 이 교회 Y집사님이다.

현지인 목사님은 누가복음 15장을 봉독하고, 탕자의 비유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교하였다. 크로아티아 말을 전혀 모르는 우리는 Y집사님이 가져 온 통역기(영어)를 귀에 대고 설교를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우리는 Y집사님을 따라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현지인 교인들이 차와 과자를 들면서 성도의 교제를 하고 있었다. 많은 현지인 교인들이 우리에게 과자를 들고 다가와 먹으라고 권하고 모두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원래 한국인 교인들은 이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렸으나 교인들 사이 의견이 갈려 한국 교인들의 예배는 중지되고 일부 한국인 교인들은 인근 장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교회는 주일 오전 예배만 드리고 더 이상의 예배가 없었다(이 교회뿐만 아니고 외국의 거의 모든 교회가 그렇다).

주일성수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은박지에 싼 김밥, 빵 등 Y집사님이 가져온 선물(버스 속에서 촬영).

평일에는 시내 관광에 정신이 빠져 돌아다니던 손녀들이지만, 주일날은 여행이나 사사로운 일을 하는 날이 아니라 거룩하게 보내는 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필자에게 어디어디를 보고 싶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쉰 후, 방에서 우리끼리 둘러앉아 찬송가를 부르며 오후 예배를 드렸다. 필자가 요한일서 3장 9절 말씀을 본문으로 읽고 나서 예수 믿어 중생한 영혼은 다시 죄를 짓지 못하나 마음은 연약하므로 정신 안 차리면 마음이 죄를 짓게 되므로 항상 우리 마음이 하나님과 연결된 중생한 영혼에 붙어 있는 생활(성화구원 또는 건설구원)을 힘써 하자고 설교하였다. 성경(잠언 16장 32절)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는 말씀이 있다.

크로아티아가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에 가려고 자그레브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르려 할 때, 갑자기 주일날 교회에서 만났던 Y집사님이 나타났다.

동이 트려고 하는 이른 아침에 뭔가 잔뜩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고 나타나 집사람에게 안겨준다. 그 안에는 새벽에 일찍 있어나 우리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김밥 4개를 포함하여 각종 빵과 비스켓, 음료 4개, 삶은 달걀 4개, 소금, 방울 토마토 등 장시간 버스여행 도중에 먹으라고 많은 음식이 들어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를 졸업한 손녀들에게 주는 졸업 기념선물이라고 크로아티아 기념품까지 들어 있었다.

Y집사님이 준 선물 덕분에 우리는 두브로브니크까지 10시간의 긴 버스 여행을 즐겁게 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의 사랑을 피부로 느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