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만 집중하면 사람 마음 놓쳐
심한 경우 하나님의 마음 왜곡해
더 많은 질문 답할수록 깊이 이해
관찰 결과를 질문해 사랑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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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Applegate/ Unsplash.com
“세면대 사용 후 수도꼭지 레버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을 필요가 없다!”

얼마 전 팩트체크가 전문이라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라는 분이 한 이야기다. 수도꼭지가 닫혀 있을 때는 파이프에서 온수와 급수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냉수 쪽으로 레버를 돌리는 것은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문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파이프의 기능을 맞게 이해했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버가 온수 쪽이나 온·냉수를 반반씩 섞는 중앙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을 사용하기 위해 레버를 여는 순간 이미 급탕 계량기 바늘은 돌기 시작한다. 급탕비가 계산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 레버를 닫았지만, 사용한 물의 반은 급탕비로 계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레버가 냉수 쪽에 있다면, 잠깐 손을 씻을 때 급탕 계량기는 돌지 않는다. 그러니까 레버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는 것은 파이프의 기능을 잘못 이해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습관대로 움직이는 게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습관이 온수 비용을 절감해 준다.

결국 습관은 사람의 마음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왜 급탕비가 많이 나오는지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을 알 수 있게 된다. 무조건 방송에서 알려준다고 그대로 하면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바로 묵상이 그렇다. 성경에 나타난 팩트에만 집중하면 사람의 마음을 놓치게 된다. 심한 경우 하나님의 마음을 왜곡해서 이해하게 된다. 마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팩트 뒤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안타까운 행동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질문을 하면 된다. <존 파이퍼의 생각하라>에서 존 파이퍼는 “질문이 이해의 열쇠”라고 말한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질문에는 진리를 이해하고 믿으며 그 진리에 순종하려는 겸손하고 유순한 질문이 있다. 반면 학문적 수사와 불신앙의 냉소주의와 무관심한 묵살도 있다.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말은 성장하고 진리를 찾으려는 열망이 묻어나는 겸손한 질문을 하라는 뜻이다.”

더 많은 질문에 답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하나님과 예수님을 더 깊이 알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진리를 받아들이는 자세로 질문해야 한다.

지난 시간 질문이 성경을 이해하게 해주는 ‘돋보기’라고 말씀드렸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요약한 문장을 ‘왜 그럴까?’ 혹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라는 문장이 관찰의 결과라면, 묵상할 때는 ‘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을까?’라는 질문을 품는 것이다.

질문을 좀 더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왜 하나님께서 그런 행위를 하시는가?
-왜 성경에서 이런 메시지를 주는 걸까?
-왜 백성들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결국 ‘왜 그럴까?’라는 질문으로 ‘관찰 결과’를 생각하는 것이 묵상이다.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하나님 마음을 알기 위해서다. 묵상은 마음을 읽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내가 그 등장인물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낌은 어떨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등장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야 하나님의 마음을 나의 마음에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할 때, 주인공의 경우만 생각한다. 꼭 주인공이 아닌 그 누구라도 괜찮다. 물 떠가는 하인이 ‘나’일 수도 있다. 심지어 적군의 대장, 적군의 정탐꾼이 ‘나’일 수도 있다. 묵상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관찰의 결과를 질문하면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랑을 받아들여 우리 마음에 담는 것이 바로 묵상이다.

이석현 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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