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정인찬 총장 4
▲WAIC 정인찬 총회장은 “영적 타락은 우리 심령의 타락이고, 심령의 타락은 도덕적 타락을 일으키며, 도덕적 타락은 반드시 나라를 멸망케 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크리스천투데이는 2024년 새해를 맞아, 목회와 신학 양쪽 현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정인찬 (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총회장에게 새해 한국교회 현안과 대안을 청취했다. 1일 게재된 상편에 이어 정 총회장은 신학 교육과 목회 노하우, 로잔 대회 등에 대한 입장을 개진했다.

1942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정인찬 총회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전대를 비롯해 여러 신학대학에서 강의했고, 국제개혁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후 현재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시작해 30여 년간 목회자로 활동하며 휴스턴한인교회를 성장시켰고, 미주기독교총연합회 초대 대표회장,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대표회장, 미국독립교회연합회 총회장 등을 지냈다. 이후 국내로 건너와 백석대학교 목회대학원 원장, 백석신학대학 학장을 거쳤으며, 세계성령중앙협의회 대표회장을 지냈다.

동성애 이어 종교다원주의 문제
WAIC, 교권 추구 없이 목회 지원
웨신대, 팬데믹 후 유학생 늘어
잘 가르쳐 현지 일꾼 만들 적기

-동성애 외에도 신학계에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종교다원주의가 들어와, 우리가 믿어야 될 대상에 대한 혼란을 알게 모르게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나 불교나 유교나 회교나 다 같은데, 왜 종교 전쟁을 하는가? 서로 믿는 대상을 인정하자’고 합니다.

교단들이 연합하는 것은 좋습니다. 한 하나님, 한 예수님, 한 성령님을 믿으니까요. 그렇지만 모든 종교가 똑같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심지어 뱀을 섬기는 사람들도 있고, 소를 섬기는 국가도 있고, 태양이나 피조물 또는 인간을 숭배하기도 합니다. 그것들이 하나님·예수님과 똑같다고 보는 것은 십계명 중 제1계명을 어기는 일인데, 교회 안에 상당히 은밀하게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목회와 신학교 경험에 더해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총회장을 맡으셨는데, 그간의 노하우들을 어떻게 접목하고 계시는지요.

“미국에서 30년 목회했을 때도 초교파 단체 대표를 맡았어요. 어떤 분이 제게 어느 교단이냐고 묻길래 ‘예수교입니다’ 하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제도권에 얽매이지 않으려 몸부림쳤습니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달라야 합니다. 그들은 교권을 유지하기 위해 말씀을 어긴 채 성경보다 교황의 칙서를 더 위에 두었잖아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를 가져온다는 말처럼, 교권과 명예욕에 불타 성경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선 안 됩니다.

WAIC는 교권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율권을 인정하고, 목회를 돕고자 박조준 목사님 중심으로 모인 곳입니다. 저도 그런 정체성을 갖고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교단에 있을 때는 헌법이나 교리, 교단법 등을 다 따져야 했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헌법과 교리보다 우선에 두고 사역하는 부분이 좋습니다. 또 선교나 여러 분야에서 교단 차원으로 할 수 없는 지원도 할 수 있습니다.”

-신학교는 3년 만에 엔데믹을 맞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복음 전파나 학생 모집, 학교 운영 등이 쉽지 않았습니다. 신입생이 학교에 와보지도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수가 누군지, 학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웃음). 그래서 포토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반면 장점도 있었습니다. 온라인과 원격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호주나 중국 등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등록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으로 유학을 다녀왔다면, 이제 제3세계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을 잘 가르쳐서 현지에서 복음의 일꾼들로 만들 수 있는 적기입니다.”

임상 목회, 현장 사역 미리 경험
이론과 실천, 함께 가르칠 필요
품성 교육 통한 영적 변화 과목도

-목회자를 온라인으로 양성한다는 게 가능할까요.

“교수들이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 대 인격으로서 만남도,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합니다. 영성에 대한 부분도 있고요. 온라인으로만 교육할 때는 이런 부분이 다소 약할 수 있습니다.

마침 교육부에서도 ‘대면 강의 활성화’ 방침을 밝혀서, 비대면 강의와 함께 대면 수업도 적극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임상 목회’ 과정을 개발했습니다. 실제로 목회 현장에서 부닥치는 부분들을 미리 경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의과대학에 병원이 필요하듯, 신학교 내에 임상 목회지를 갖춰놓고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설교학이나 목회학, 전도학이나 선교학 같은 실천신학 분야에서는 실제 목회를 하시는 분들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론(theory)과 실천(praxis)를 함께하는 임상 목회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효과가 어떤가요. 신학교가 지식만 가르치는 곳은 아니기도 합니다.

“임상을 해서 경험을 한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은 다를 것입니다. 아무리 의학을 깊이 공부했더라도, 막상 환자 앞에 서서 곧바로 칼을 들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임상 실습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목회자들이 많이 배출되면서 시행착오를 일으키거나 이단으로 빠지거나 목회를 잘못 하면서 목회자의 질(quality)이 떨어지고 목회가 과소평가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 수술을 잘 하게 된 의사처럼, 목회도 실제 연습과 체험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도사 경력까지 하면 1966년부터 60년 가까이 목회를 하다 보니, 약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예비 목회자들이 신학 교육은 많이 받을지 모르지만, 영성 훈련이나 목회 경험 없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개척했다 문닫는 교회들도 나옵니다.

전쟁에서도 훈련에서의 땀 한 방울이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훈련이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품성 교육입니다. 자신의 본성에 맞선 신성, 신의 성품 없이는 사역할 수 없습니다. 이론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품성이 변화되거나 개혁되지 않으면 목회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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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C 정인찬 총회장은 “저출산으로 학생 모집이 어려운 시대이지만, 웨신대는 하나님 은혜로 지난 10년 간 한 번도 정원이 미달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리처드 벡스터가 <참 목자상>에서 밝혔듯, 개혁된 목회자(Reformed Pastor)가 사람을 개혁시키고, 거듭난 목회자가 사람을 거듭나게 하고, 새롭게 된 사람이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이 그대로 있는데, 머리로만 많이 배웠다 해서 목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품성은 가르치는 것과 체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이 육하원칙에 의해 영적으로 정리돼야 합니다. 이런 품성 교육을 통한 영적 변화 과목도 개설돼 있습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조언하실 말씀은.

“저도 교회 사역을 나름 했고 신학교도 두 곳이나 세우면서, 사역지들의 재산이나 권력을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하나님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몇백만 달러 규모의 미국 교회에 들어가서 예배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주일 오전에는 본인들이 예배드리고, 오후 예배는 한국인 교회에 빌려주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때가 돼서 미국 교회 목회자가 은퇴하면서, 쓰던 펜까지 다 놓고 나가면서 등기를 이전해 줬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런 가치관이 너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내 교회, 내가 얻은 명예, 내가 얻은 ‘장(長)’ 자리, 내가 어떤 사람인데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께 속한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유화하거나 내 마음대로 처분하려 한다면, 큰 죄이고 잘못입니다. 그렇게 교회가 공공성을 띤다면, 아주 정의롭게 잘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사유화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어떤 조그마한 계기라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유혹에 초반부터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성경에서도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유욕과 명예욕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개혁부터 먼저 해서 내려놓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자신을 그리스도화, 성경화하면서 교회를 끊임없이 정의롭게 운영해야 합니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로잔대회 통해 교회 역할 개혁을
특정 교단·지도자 얽매였단 느낌
미래 비전 분명히 제시할 수 있길
회복·갱신·부흥 통해 성경 본질로

-올해는 한국에서 로잔대회가 열립니다.

“50년 전 자유주의와 세속화된 교회들에 맞서 열린 로잔대회가 큰 부흥을 일으켰어요. 저는 미국에서 KWMC(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와 미주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냈는데, 로잔 대회 역시 여러 교단을 연합해 영적 침체로부터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로잔대회 준비 과정에서 특정 교단이나 지도자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개혁은 종교개혁과 함께 사회개혁, 교육개혁이 함께 일어납니다. 중시하는 부분은 각자 조금씩 다르겠지만, 로잔 대회는 영성 개혁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 개혁, 교회 역할의 개혁을 통해 하나 되는 모습들이 조금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해외 로잔 본부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프로그램을 전부 다 세팅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지시대로 따라야 한다는데, 우리나라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컨트롤 타워에 들어가서 협의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로잔대회를 통해 영적 개혁과 목회자·교회의 역할에 대한 정리와 미래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는 대회가 되길 바랍니다. 특정 교단이나 인물들에 치우치거나, 해외 인사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아 크리스천과 독자들에게 격려와 덕담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코로나 등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로부터 교회와 신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각자가 정말 대각성, 회심하고 변화해서, 사도행전 2장 속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는 자가 하나도 없는’ 모습이 되어가길 바랍니다. 내 욕심을 채우려고 그리스도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과 같이 빛과 소금처럼 나 자신을 희생시켜 복음을 살리고, 교회를 살리고, 영혼을 살리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일들이 새해에 이뤄지길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동성애나 종교다원주의뿐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역사를 잘못 알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교조 등 여러 단체에서 왜곡시킨 역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교회가 제 모습을 찾아서, 이를 새롭게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3R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복(Recovery)과 갱신(Renewal), 그리고 부흥(Revival)입니다. 회복만으로 되지 않고, 새로운 갱신과 변화가 필요합니다. 새롭게 변화해서 다시 말씀과 성경으로 본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입니다. 이를 통해 회복과 새 창조, 부흥을 일으키는 2024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