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실천신학회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 김한성 박사, 발표 이민형 박사, 논찬 최재성 박사. ⓒ학회 제공
‘위기 시대의 실천신학 과제’라는 주제로 제72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상백 교수) 정기학술대회가 1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이민형 박사(성결대)는 ‘문화 선교의 위기: 문화 혼종을 통한 전도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20세기 후반부터 한국교회에서 강조됐던 소위 ‘문화 선교’의 본래 의도를 살리고, 21세기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교회가 실천해야 할 선교와 전도의 방향을 모색했다. 첫 세션 발표 3 좌장은 김한성 박사(ACTS), 논찬은 최재성(숭실대)·주상락(웨신대) 박사가 각각 맡았다.

이민형 박사는 “어떤 사람 혹은 공동체도 단일 문화 체계의 영향 아래 존재할 수 없다는 관점은, 분명한 문화적 구분을 전제했던 과거의 사고방식, 무엇보다 기독교-비기독교 문화의 분명한 구분을 전제로 하는 이분법적 사고 아래 비기독교 문화의 변화를 사명으로 이해했던 기독교 전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문화를 통한 전도를 단순한 형식의 유용으로 이해한 과거 문화적 전도 전략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적 관계로서의 전도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 기독교는 기독교 방송과 출판사, 선교단체와 지역 교회가 제공하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대중문화가 급격하게 발달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회가 아닌 문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며 “이에 일부 교회에서는 구도자 예배를 모태로 한 ‘경배와 찬양’ 형식의 예배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많은 교회들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예배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으나, 20세기 후반 지속된 기독교 인구 증가율의 감소 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큰 위기감을 느낀 교회는 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 문화적 산물, 문화 생산 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단순히 기독교 인구의 회복뿐 아니라 21세기 기독교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기독교계에는 선교와 전도를 어떻게 문화적 관점에서 실천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대두됐다”고 했다.

이민형 박사는 “이에 기독교와 문화라는 양가적 두 축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기독교 선교의 방향에 관해 이뤄진 연구 결과 ‘문화 선교’라는 개념이 탄생했다”며 “문화 선교는 크게 문화와 기독교 선교 혹은 전도가 맺을 수 있는 관계를 두 가지로 함축했다. 하나는 문화를 기독교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를 기독교 선교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문화 선교’의 신학은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발전 가능한 기독교 선교 방향을, ‘문화를 변화시키는 기독교 선교’와 ‘문화를 이용하는 기독교 선교’로 설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화를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기독교적 실천으로 이해한 ‘문화 선교’는 문화를 기독교 선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인류의 궁극적 관심의 표현으로써 문화를 ‘회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문화를 이용해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적 실천으로써 ‘문화 선교’는 문화를 복음전도의 도구로 간주하는 것이며, 기독교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영역을 문화로 간주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박사는 “문화 선교 이론은 한국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재고하는 동시에 문화의 시대에 알맞은 문화적 목회의 실제적 형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를 이용하는 동시에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역의 실천을 지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한국 기독교계 내에서는 문화 선교에 관한 신학적 연구 대신, 어떻게 하면 문화 선교 이론을 목회 현장에 적용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지속된 양적 성장의 정체 및 기독교의 사회·문화적 영향력 감소를 직접 체험한 수많은 한국교회들에게는,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절실한 문제였다”며 “이에 상당수 한국교회들은 문화 선교를 새로운 시대적 배경에 알맞은 목회 방향으로 여겼다. 그 일환으로 멀티미디어를 사용한 현대 예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대부분 한국교회들은 문화적 예배, 그리고 교회와 문화와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기준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문화, 특히 대중문화의 형식이나 콘텐츠를 차용한 기독교 문화적 코드를 사용하는 예배만이 세련된 예배로 간주됐고, 이러한 이해는 한국교회가 현대 문화에 대응해 취할 수 있는 접근법이 직접적 유용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이민형 박사는 “이처럼 한국교회들은 사람들의 호응을 위해 문화를 이용하는 방법에만 집중했고, ‘문화 선교’라는 개념은 대중문화 형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문화 선교의 근원적 개념에서 상당히 축소되고 실용화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문화 선교 이론의 궁극적 목적인 ‘세상 문화를 변화시킬 기독교 문화 창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효과에만 집중해 발전한 문화 선교의 실용주의적 실천은 문화와 전도에 대한 구체적 질문들, 예를 들어 기독교 문화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떠한 문화적 관계를 만드는지, 그리고 문화적 관계는 어떻게 전도의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대답을 제시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문화 선교를 통해 교회가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기독교 문화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통한 전도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라고 강조했다.

72회 실천신학회
▲학회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학회 제공
이 박사는 “문화란 수많은 사회적·역사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인류 사회의 실체이기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과연 기독교 문화는 이러한 문화적 혼합 상태에서, 그만의 독특성을 잃지 않고 드러낼 수 있을까? 문화 선교와의 연결선 상에서 과연 어떻게 이러한 혼종적인 문화가 기독교적 메시지, 즉 복음을 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라며 “이처럼 특수성과 보편성이 공유되는 양가적 성향의 혼종적 문화 관계에 대한 이해는 기존의 문화 선교 이론을 두 가지 면에서 보완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이제까지의 한국교회 문화 선교 방식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다. 그는 “목회적 실천만을 강조했던 한국교회 일부 문화 선교 실천 사례는 기독교 문화의 특수성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대중의 취향에 맞춘 보편화에 무게를 둔 나머지 복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부족했고, ‘기독교적’ 가치관을 근거로 한 문화 형식의 재해석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타 문화와 구분점을 찾기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른 하나는 문화 선교 이론의 궁극적 목표인 ‘복음을 통한 문화 변혁’을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기존의 문화 선교 이론에 잠재적으로 내재된 이분법적 문화 이해를 벗어날 수 있게 한다. 기독교-비기독교 문화, 변혁의 주체-대상이 분명하게 구분되는지, 실제 목회 현장에서 그러한 구분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비기독교 문화를 일방적 변혁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주체와 객체만 바뀌었을 뿐, 하나의 문화로 다른 문화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실용주의적 문화 선교의 실천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 박사는 “문화 선교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제시해야 하는 것이 변혁적 문화이고 이를 통해 복음이 실천되는 모습을 전하는 것이라면, 이는 혼종적 문화 관계를 통해 실천이 가능하다.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는 양가적 가치를 모두 갖는 기독교 문화를 통해, 다른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 기준 및 실천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단순히 피상적인 기독교 교리를 문화적으로 해석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모습(보편성)을 통해 실천되는 복음을 강조하되, 그것이 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특수성)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와 대중문화가 공유하는 보편적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통속성’이고,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문화적 관계는 기본적으로 이 통속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일상에서 나오는 감정들과 질문들, 그리고 구체적 이야기들은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접점을 만들어 내고, 결국 두 문화의 혼종이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인간의 통속성에 대한 기독교의 문화적 해석은 대중문화와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접근은 기독교적 전통과 신앙에 근거한 해석을 전제로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복음의 가치를 드러내는 독특한 문화적 접근”이라며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교차점에서 생겨난 문화는 사람들의 일상이나 감정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는 대중문화 산업의 상업 문화를 거부한다. 대신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감정과 질문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접근해 공공성을 갖춘 문화 형식으로 재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이는 단순히 윤리적 접근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섬기는 자세를 본받아 사람들 일상의 필요와 관심을 채워줌으로써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통속성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은 예수의 전복적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대중문화가 통속성을 소비하는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인간의 통속적 관심들이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선교적이다. 다른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화 선교적이고, 기존 문화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화변혁적 전도의 양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박사는 “문화 선교는 단순히 문화적으로 세련된 기독교 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공통적 기반 위에 복음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형식을 개발하고 제시한다는 개념적 정의 없이는, 그 어떤 문화 선교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보다 구체적인 연구들이 이뤄져, 문화가 중요한 시대에 한국 여러 교회들이 창의적이고도 복음적인 문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길 기대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