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통합 인권 이일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난민 심사 중 한국 사회 평화롭게 정착 불가능

주님께선 상처입은 난민의 얼굴로 찾아오신다
난민, 시혜 대상 아닌 동등한 구성원으로 봐야


예장 통합 총회 인권선교정책협의회가 ‘난민인권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21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제1연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APIL)가 ‘난민과 한국교회의 인권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일 변호사는 “특정 국가의 난민 정책은 크게 나누면 4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는 ①난민정책에 관한 기조와 장기적인 계획 ②난민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절차에 관한 정책 ③난민 신청자와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같은 유관 체류자격 및 아동, 여성, 장애인과 같은 표지를 지닌 난민 그룹에 대한 처우 및 정착에 관한 정책 ④혐오와 차별을 방지하고 공존하는 사회의 조건을 만드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난민 정책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난민인정 절차를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이 존재했다. 난민인정 절차를 통해서도 난민이 난민으로 확인돼 보호받기가 너무 어렵고, 정부의 인프라도 극도로 부족했다”며 “이미 생활 터전이 확보된 예를 제외하고 난민 신청자는 난민인정 절차의 전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심사를 대비한다는 것 혹은 한국 사회에 평화롭게 정착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로는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하나님을 경배하는 교회는 ‘난민은 어떻다, 그렇기 때문에’라는 모든 차별적 시선을 단호히 거부하고, 난민과 공존한 적 없던 한국 사회의 오해로 일부의 염려와 두려움, 경멸과 혐오가 난민들을 향해 가해질 때 난민들 앞에서 화살을 대신 맞고, 곁에 서서 함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성경의 관점에 입각해 단호히 설명하자면, 난민은 주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오늘날 주님은 바로 상처입은 난민의 얼굴로 우리를 찾아오신다. 성경에 근거한 교회가 난민들의 고통을 껴안고 난민들을 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난민 통합 인권 이일
▲이일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일 변호사는 “난민 제도는 후퇴해선 안 되고, 명확하게 난민보호 취지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리고 난민심사 자체를 난민정책과 분리한 독립한 단위에서 다루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인정난민을 확인하는 심사의 일부 단계는 난민정책을 집행하고 수행하는 것과 별도로 독립돼 엄밀한 법적 판단으로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난민에 대한 종교계의 과제로는 “난민을 인권옹호 영역으로 인식하고, 중장기적 계획 속에 연대와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옹호 활동은 단선적 제도 위에 올라가 있는 난민들의 절차 진행과 이에 기반한 일부 처우 지원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 인간으로서의 난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포괄적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난민 정착은 단순한 정착지원뿐 아니라 법제 개선 같은 제도 개선을 위한 옹호활동과 병행하되, 해와 사례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 난민 정착에 대한 지원들, 즉 취업·주가 지원, 트라우마나 의료 지원, 언어교육, 지역공동체와의 연계 등 구체적인 정착에 관한 전반적 체계를 보다 넓은 형태로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의 폭을 전반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난민을 단순히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 내에서 뿌리내리고 함께 살아가며 연대할 동등한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며 “난민과 연대하는 길은 이제 인권단체들만의 일부 과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임을 염두에 두고, 난민을 취약하게 하는 상태의 단절된 삶을 감내해야 하는 난민들이 실제 다양한 관계의 끈을 한국 사회 내에 탄탄히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용길 사무처장(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이 ‘현장의 목소리: 제주난민 현황과 한국교회의 역할’, 콩고 출신 한 난민이 ‘당사자의 목소리: 난민 당사자의 증언’을 각각 발표했으며, 오상열 목사(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