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난 12월 방문에서 아이티 현지에서 만난 아이들. 조항석 목사는 고아원의 아이들이 아파도 울지 않는 모습이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지 9년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대지진 이후 아이티 지역을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뉴저지뿌리깊은교회 조항석 목사가 그동안의 관심에 대한 감사와 함께 뉴욕과 뉴저지 교회들의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조 목사는 12일 뉴욕과 뉴저지를 비롯한 성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이티에 대지진이 발생한지 9년이 되었고 그동안 참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견디기 어려운 일들도 많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 덕분에 서툴지만 여전히 고아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조 목사는 "변함없이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계속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조 목사는 아이티 대지진 9년차를 맞아 그 동안 교회들이 보여준 관심과 기도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희망을 담아 전했지만 아이티 현지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 한인교회들의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 목사는 같은 날 중앙일보에 아이티 소식을 전하는 정기기고를 통해 아이티의 아이들이 아파도 울지 않는 이유과 관련, "울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우는 것 조차 포기한 것"이라며 현지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조 목사는 "아이티 고아들은 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태어나서 가장 먼저 깨닫는 일일 것"이라면서 "평소에도 잘 안 뛰지만, 아프면 더 조용해지고 그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디가 아프다고 울어야 하는데 울지 않으니까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없으면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면서 "그렇게 참고 지내다 보면 타이레놀 한 알이면 될 일을 시간을 놓쳐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했다.

조 목사는 현지의 고아원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사역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까프의 삼송고아원을 지원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조항석 목사는 기고에서 고아원 아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지의 많은 어려움들을 소상히 설명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고아원 내에 손목이 부러진 15살 여자아이는 수술비 8백 불을 급하게 송금해 줬음에도 공립병원 대기시간 6개월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 당장 수술이 가능한 사립병원은 1천5백불의 수술비가 필요하지만 돈이 마련되지 못해 부은 손목에다 두꺼운 골판지를 부목 삼아서 붕대를 감고 아픈데도 울지도 않는 아이의 상황을 전했다.

이 밖에 열이 나는 아이를 그대로 둔 것이 열병이 되고, 또 폐렴으로 진행돼 결국 5살 나이에 사망한 장애 아이의 사연과 탈장에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또 다른 5살 아이의 이야기, 1살 된 원장의 조카가 아무 원인도 모르고 그냥 사망했던 일 등 현지 아이의 기구한 사연들을 전했다.

이에 조 목사는 "중증 장애아들이 있는 고아원이 아니라도, 고아원마다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 할 아이들은 넘쳐난다"고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조항석 목사는 "아픈 아이를 붙들고 기도하다가 우리는 울어도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럴 때마다 울지 말고 참지 말고 그냥 울라고 소리를 치고 싶어진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그러나 이제 이야기하고 싶다, 네가 울어야 하나님도 들으시고 우리도 안다고"라면서 "그동안 울지 못한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다음 주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참지 말고 울어라. 하나님은 들으신다'고 말하려고 한다"고 글을 맺었다.

조 목사는 삼송고아원 뿐만 아니라 브니엘, CFC, 러브, 샬롬, 빠비앙 고아원 등 많은 고아원들을 돕고 있으며 미파 랜드에 새로운 고아원 설립을 알아보는 중이다. 조항석 목사는 현지의 브니엘 고아원을 돕기 위해 오는 21일 아이티를 다시 방문한다.

조 목사는 "아이티는 새해가 되어서 또 다시 데모도 하고 여전히 경제도 어렵다"면서 "몇몇 고아원에 들려 아이들 손도 만져주고 공부 잘 하라고 격려도 하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