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다룬 월간 「월드뷰」, 이념 문제로 비화

김진영 기자 입력 : 2018.02.14 16:09

월드뷰
▲월간 「월드뷰」 1월호. ‘개혁인가? 보복인가? 적폐청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하 동역회)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그 동안 회지(會誌) 역할을 해온 월간 「월드뷰」와의 관계를 정리할 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두 기관은 이미 법적으로 독립돼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었다.

동역회가 일종의 기관지 격인 「월드뷰」를 발행하기 시작했던 건 지난 2011년(당시 제호는 「WORLDVIEW」)부터였다. 그러다 2013년 「월드뷰」를 법적으로 분립하긴 했지만 여전히 동역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구독이 이뤄지는 등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데 동역회가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할 지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나온 「월드뷰」 1월호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이다. 청어람아카데미(대표 양희송)는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월드뷰 사태'라는 제목을 달아 이 1월호가 "극우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담고 있다며 "참담하다"는 양희송 대표의 글을 올렸다.

「월드뷰」 1월호는 그 내용의 대부분에서 '적폐청산'을 다루고 있다. 대표주간인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의 '의식의 적폐를 청산해야'를 시작으로 조영길 변호사의 '올바른 국가개혁과 법치주의' 이인철 변호사(MBC 방문진 이사)의 '적폐청산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상원 교수(총신대 기독교윤리학)의 '적폐청산은 정당한가?' 김철홍 교수(장신대 신약학)의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과 적폐청산' 등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뷰」의 발행인을 맡고 있는 김승욱 교수(중앙대 경제학)는 '발행인의 글'에서 "다소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이긴 하지만, 이번에 (적폐청산에 대해) 다룬 것은 사회 이슈를 주로 다루는 본보가 최근에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를 외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색깔론" "혐오의 배설" 맹비난

그러나 양 대표는 그 내용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각각의 칼럼을 평가하면서 "적폐청산 과정에 관한 원색적인 반발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기독교적 관점이고, 성경적 입장인 걸까?" "색깔론과 혐오에 호소하는 음모론의 전형" "혐오의 배설" 등의 말로 맹비난했다.

그는 또 "'이전의 <월드뷰>가 맞나?' 싶을 정도"라며 1월호를 기점으로 재편된 「월드뷰」의 편집위원과 필진들이, 보수적 논조를 가진 다른 한 매체의 그것과 상당히 많이 겹친다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역회는 그 자체로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가장 폭넓게 포괄하고 있는 단체이다.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그에 준하는 다양한 면면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 단체이다. 그런데 이런 단체가 정파적 입장이 분명한 우파 인사들에 접수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우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포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신성분'이 문제라는 것인가?"

하지만 발행인인 김승욱 교수를 비롯한 필진들은 이 같은 지적이야 말로 설득력을 상실한 감정적 비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양 대표의 글이) 지성적인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매우 인신공격적"이라며 "내 논리와 주장을 반박하려면 그에 따른 팩트와 논거를 대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나는 내 글에서 '(적폐청산의) 추진 주체들이 공정성이 보장되는 독립기구이기 보다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인 피해자들이나 이를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면들이 적지 않게 있다'고 썼다. 그런데 양 대표는 그저 '내부 감사나 TFT를 조직해서 기존의 문제를 조사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는가?'라고 비판했는데, 나는 내부 감사나 TFT 자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그런 조직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과연 중립적인지에 의문을 제기했을 뿐이다. 이런 내 주장이 잘못이라면, 조직의 공정성과 구성원의 중립성을 보일 수 있는 논거를 대야 했는데 이런 것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필진이었던 김철홍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적폐청산위원회가 먼저 국회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 뒤에 법률적 근거를 갖고 활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단지 청와대 임종석 실장 명의의 공문 한 장에 근거해서 기구를 설치한 것은 국가 행정체계 문란행위"라고 했다.

여기에 양 대표는 "신학적 언어로 써 내려간 혐오의 배설에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김철홍 교수는 "이런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감정의 표현"이라며 "정당한 비판이 되려면 적폐청산위원회가 어떤 법률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양 대표가 우파적 성격의 특정 매체를 거론하며 이번 「월드뷰」 1월호의 편집위원과 필진이 그것과 상당히 겹친다는 걸 문제 삼았는데, 이 역시 그것이 어떤 점에서 문제이고 왜 잘못된 것인지 제시한 논거는 전혀 없다"면서 "한 마디로 '출신성분'이 문제라는 것인데, 이것이야 말로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매우 편협한 행태가 아닌가"라고 했다.

월드뷰
▲매월 발행되고 있는 「월드뷰」 표지 사진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이지 캡쳐
「월드뷰」의 발행인인 김승욱 교수는 "「월드뷰」는 보수나 진보, 좌나 우의 특정 이념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번 1월호에도 손봉호 박사님의 다소 진보적인 견해가 실렸다. 그런데도 편향성을 느꼈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그에 반대되는 논리를 담은 글을 기고하면 된다. 얼마든지 게재할 용의가 있다"며 "그런데 마치 우파적 글은 실려선 안 된다는 식의 비난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이번 일이 동역회와의 관계 문제로까지 비화됐다는 점에 있어선 매우 유감"이라며 "SNS 시대, 여론은 점점 더 양극화 되고 있다. 기독교인들만이라도 좌우로 갈라지지 말고, 성경적 관점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월드뷰가 여기에 기여했으면 한다. 내부 이념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