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비긴 어게인>의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와 <코코>의 마리아치 지망생 미겔. 두 캐릭터 모두 음악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긴 어게인>과 멕시칸 마리아치: 연예인병이 장려되는 세상을 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2013년, 미국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한 편의 영화가 한국에서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해당 영화의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 그 주인공이다.

그보다 약 6년 전인 2007년 저예산 음악영화 <원스>(Once)로 한국 다양성 영화 부문의 신기원(상영관이 불과 10개에 불과한데도 관객 20만을 돌파)을 이룩했던 바로 그 감독, 존 카니(John Carney)의 작품이다. 두 영화는 얼마 전 국내 버스킹 예능 <비긴 어게인>(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출연) 기획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원제, 즉 부제목까지 붙은 원래 제목은 다음과 같다.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다시 시작해: 한 곡의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원해줄 수 있을까)?' 영화의 내용은 이 제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한때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할 만큼 '잘 나가던' 음반기획자 댄 멀리건(마크 러팔로우 분)이 연이은 프로듀싱 실패와 아내의 외도 때문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몇 년을 술에 절어서 살다 자살을 결심한 즈음, 음악을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자살 노래(열차에 투신하는 자살자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를 듣고 새 힘을 얻어 프로듀싱에 성공하고 가족 간의 관계도 회복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서사다.

영화의 제목대로 노래가 그의 삶을 구원해준 것이다. 카니 감독은 작중 그레타의 자살 노래에서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다음은 노래 'A Step You Can't Take Back(돌아올 수 없는 한 걸음)'의 가사 일부이다.

열차가 선로 위로 달려오고 있어 (Here comes the train upon the track)
마지막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니? (Are you ready for the last act?)
돌아올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되어 있니? (To take a step you can't take back)
하나님께 기도하지는 마, 그는 응답하지 않으실 테니 (And don't pray to God, cause He won't talk back)

이 가사는 절묘한 방식으로 하나님이 아닌 노래가 삶을 구원한다는 주장을 매력적인 음조와 함께 세뇌시키듯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에 국내 관객들은 열광적인 호응을 보였다. 헐리우드 영화인 <비긴 어게인>은 세계 각국 가운데 최고 수익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거두어 갔다. 물론 이 작품이 한국에서 크게 흥행한 이유가 기독교 신앙을 비판하고 노래에 구원을 담아서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 이 영화는 '메이저 음반제작들로부터 외면받은 언더독들의 반란'이라는 모티프를 재료 삼아,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세션들이 어우러지는 음원 프로듀싱 과정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이 점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프로듀싱의 과정, 그것은 곧 오늘의 한국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연예인의 직업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악영화에 특화된 감독답게, 즉시 음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카니 감독과 기타 작곡가들의 작곡 및 선곡이 어우러지면서, 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이 연예인의 삶에 대해 갖게 되는 동경은 두 배로 증폭된다.

영화 코코
▲<비긴 어게인>의 음원 프로듀싱 과정. 언더독들의 반란이 어우러져 호기심을 자극하고 통쾌함을 선사한다.
물론 <비긴 어게인>의 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작중 각기 '연예인병'에 걸린 아내와 연인으로부터 배신을 경험한 바 있는, 그래서 연예인병에 환멸을 느끼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점이 관객들을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연예인의 전형적인 삶에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 그들의 현실적인 태도가 관객들의 동경을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다.

◈음악과 낭만: <코코>가 제시하는 이상적 삶의 전형, 마리아치(Mariachi)

왜 영화 <코코>(Coco)의 칼럼을 <비긴 어게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가? 이는 두 작품 모두 연예인의 삶,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의 삶을 이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제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코>와 <비긴 어게인>은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내 관객들의 '비상한'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코코>는 미국 내에서 인구증가율이나 사회적-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수십년째 대약진을 보이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정서를 완벽하게 '저격'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 안에는 멕시코인들 특유의 아스테카적 내세관, 마초적 가족관(작중에서는 디즈니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 순화된 면이 있다), 그리고 유흥적 인생관이 녹아들어 있다. 작중 수없이 확인되는 영어와 스페인어의 혼용은 이런 풍취를 한껏 더해 준다.

영화 코코
▲멕시코 문화 특유의 감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애니메이션 <코코>.
마리아치(mariachi)는 멕시코인들의 유흥적 인생관을 대변하는 직종이자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멕시코 문화를 주로 반영하는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마리아치가 등장하는 작품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코코> 이전 마리아치가 등장하는 영화들 가운데 대표작을 고르라면, <데스페라도>(Desperado, 1995)를 들 수 있다. 스페인 출신 유명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와 멕시코 출신 여배우 살마 아예크(Salma Hayek, 한국에서는 셀마 헤이엑이라는 영어식 발음으로 더 유명하다)를 국내에 알린 작품이다.

<데스페라도>는 현재 10대와 20대 관객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 작품의 OST인 'Canción del Mariachi(마리아치의 노래)'는 세대 불문하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으로, 국내에선 멕시코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대표하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묘사되는 마리아치의 직종상 성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천직으로 알고 산다. 음악은 단순히 생계수단이자 인기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이들의 삶 그 자체다.

둘째, 이 직업이 운명적인 천직이라는 이유로 이들 중 상당수는 대단히 어린 나이부터(심한 경우 3-4세부터) 클래식 기타를 익힌 이들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포크 기타가 아닌, 화려한 문양이 달린 클래식 기타는 마리아치의 상징과도 같은 악기다.

셋째, 이들은 기쁨과 축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함께하며, 대부분 50-100명 이내의 소규모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고 흥을 나누는 역할을 맡는다. 멕시코의 도시나 마을마다 존재하는 상거래와 문화교류 중심지 '쁠라싸(plaza, 광장)'는 이들의 주무대로, 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축제나 중요 절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특성들은 실제 마리아치의 삶의 모습 및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보다 현실적으로 보면, 마리아치가 되려는 이들의 삶은 오늘날 한국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각 악단은 지원자가 적절한 수준의 실력에 이르지 않으면 단원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실력이 없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멕시코의 마리아치 지원자에게 요구되는 연주 및 노래 실력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며, 마리아치 선발 경쟁률은 한국의 연예기획사 오디션 경쟁률에 못지 않다.

게다가 지역별 마리아치 관리단체들이 존재하고 있어,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고는 마리아치로 활동할 수 없다. 무료 버스킹은 가능할지라도, 유급으로 노래를 부르기는 어렵다. 쉽게 말해, 마리아치라는 직업은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에 관련단체들의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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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스페라도>의 마리아치(안토니오 반데라스 분). 짙은 피부의 미녀, 떼낄라와 함께 멕시코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마리아치의 이미지 이면에는 이런 기업적 형태의 프로모션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런 미화된 이미지는 마리아치라는 직업에 열정과 꿈, 희망 등을 덧입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돈과 인기를 좇는 연예인의 삶으로 유인한다. 영화 <코코>는 독특한 이국적 내세관 및 가족애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연예인병에 걸린 한 소년의 마리아치 되기라는 욕망이 서사의 주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음악과 허영: 한국판 마리아치, 아이돌 연예인 되기

이와 유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된다. <슈퍼스타 K>를 비롯해 한때 넘쳐나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거물급 프로모터들의 눈에 들어 가수와 춤꾼으로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가 담겨 있다. 이들 가운데 1%에도 못 미치는 극소수는 상당한 부와 인기를 얻는 행운을 붙잡지만, 99%를 넘는 나머지는 잡을 듯 잡히지 않는 허영 속에 사로잡힌 채 젊은 날을 허비한다.

유명 가수 김건모의 노래 "My Son" 가운데는 이런 재미난 가사가 등장한다.

존경받는 의사 변호사가 되려면 / 그만 놀고 방에 들어가 공부 좀 해라
마마마 마더 나는 노래하고 싶어요 / 스티비 원더 비지스처럼 노래할래요
마마마 선 너는 못생겨서 안된다 / 쓸데없는 꿈꾸지 말고 공부나 해라

이 노래는 연예인의 삶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세상 어른들의 우려가 묻어 있는 동시에, 연예인병에 걸린 청소년들의 심경을 십분 대변하는 곡으로, 가수 김건모 스스로의 자전적 고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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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연예인병을 대변하는 오디션 프로 <슈퍼스타 K> 심사자들 모습.
그런데 연예인병이 만연한 사회에 대하여 본 칼럼이 제기하는 염려는, 단순히 어린 영혼들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에 대한 흔한 안타까움이 아니다. 인생의 낭비를 유발하는 정도의 수준을 본다면 사법고시로 대표되는, 그리고 사법고시 폐지 이후 공무원 시험으로 대표되는 공직임용 시험도 이에 못지 않다.

다만 공직임용 시험은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도전의 기회이기 때문에, 운과 유행과 기획사 내 온갖 이해관계가 맞아 들어가야만 성공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직종보다는 기회의 평등이란 면에서 훨씬 양호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시출신 고위공직자가 된다 해서, 혹은 생계유지에 있어 최고의 안정성을 누리는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다 해서 삶의 참된 가치를 찾거나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매한가지다. 최근 폭로된 검찰 내 검사 간 성추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결국 아이돌 연예인이든 검사든 공직자든 그 일의 참된 가치에 대한 사유와 철학 없이, 단지 동경 때문에 혹은 그 직종 속에 떠다니는 부와 명성의 기회 때문에 그 길을 좇는다면, 결과는 잘 되면 삶의 본래적 가치와 무관한 헛된 화려함과 혜택 속에 살거나, 아니면 허영 끝에 좌절만 낳게 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성서와 초대교회사 문헌에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앙의 삶을 선택한 이들 가운데 광대나 연예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로마 제국 전체에서 간간이 시행되고 있던 기독교인에 대한 가혹한 핍박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광대나 연예인이라는 직종이 기독교인의 삶의 본성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오해와 핍박, 그리고 신앙의 의로움에 대한 거부감을 감내하면서 살아야 하는 기독교인의 삶과, 사람들의 선망과 인기를 한 몸에 집중시키며 살아가는 아티스트나 연예인의 삶은 속성상 서로 상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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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참가자들. 이들은 아이돌 연예인이 되기 위한 젊은이들의 열망을 대변한다.
초대교회 당시 세간에서 부와 인기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연예인 직종은 시인(당시로서 가수)이나 희곡 연기자가 아니라, 검투사 혹은 맹수투사였다. 라틴어로 검투사들을 '부스투아리(bustuarii)'라 불렀는데, 이는 무덤 혹은 장례식을 뜻하는 '부스툼(bustum)'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말로, 직역하면 '무덤이나 장례식 앞에서 싸우는 자'를 뜻한다.

당시 검투 경기는 황제, 총독, 지역의 지배층 등 유력자들의 장례식 때 이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들은 주로 대인 전투의 전문가였다.

반면 맹수투사들은 '베스티아리(bestiarii)'라고 불렸는데, 이는 짐승을 뜻하는 '베스티아(bestia)'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말로, '짐승 앞에서 싸우는 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명칭 그대로 사자, 늑대, 황소 등 맹수와 싸우는 일을 담당했다.

이들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유흥을 제공했다. 그러므로 검투경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주전 2-3세기 당시 가장 비천한 신분인 사형수, 전쟁포로, 도망노예, 범죄자 등을 검투사 혹은 맹수투사로 훈련시켰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연속해서 싸움에 이겨 살아남은 강자들은 큰 부와 명성을 얻었고, 스스로 번 돈으로 자기 몸값을 내고 자유민이 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들은 자유민이 되고 나서도 그 인기와 명성에 취해 검투사 혹은 맹수투사를 계속하는 일이 많았고, 이들을 동경한 로마제국의 자유민들 중에는 돈을 좇아 혹은 인기를 좇아 스스로 검투사 프로모터들과 계약을 맺고 이 직종에 뛰어드는 일도 많았다. 이들을 '계약을 맺고 대전료를 받는 자들'이라는 뜻으로 '아욱토라티(auctorati)'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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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의 한 장면. 초대교회 시절 로마제국의 최고 연예인 직종은 시인도, 연기자도 아닌 검투사와 맹수투사였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내가 범인처럼 에베소에서 맹수로 더불어 싸웠으면 네게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죽은 자가 다시 살지 못할 것이면 내일 죽을 터이니 먹고 마시자 하리라(고전 15:32)." 이 문구에서 "맹수로 더불어 싸움"이 문자 그대로 맹수투사들의 싸움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도의 사역에 가해지는 극심한 위협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계와 사회적 지위를 놓고 세간의 사람들이 겨루는 삶의 경쟁의 현장을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부분의 성서주석가들은 이것이 바울 자신에게 닥치는 여러 위협들을 은유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이다. 이들은 에베소가 소아시아, 즉 로마 동부 지역에 위치한 도시였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당시 로마 동부 지역은 그리스 사람들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들은 로마 서부 지역에서 흔히 행해지던 잔혹한 검투경기를 야만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에베소에서 실제 검투사 혹은 맹수투사 경기가 벌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주석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성서주석가들 가운데 일부는 이를 문자 그대로 현세의 돈과 명성을 위해 목숨을 무가치하게 버리는 자유계약 맹수투사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어쨌든 이 진술의 원래 의미가 은유적이든 아니면 문자적이든, 분명한 사실은 바울이 자유계약 맹수투사들의 삶을 지극히 비기독교적인, 허영되고 무가치한 삶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삶 전체를 투자해 돈과 인기를 좇는 연예인의 삶은 바울에게 있어서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피해야 할 삶의 모습 중의 하나로 규정되었다.

오늘날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작년 초등학생 대상 장래희망 조사 결과, 1순위는 아이돌 스타 혹은 스포츠 스타였고, 2순위는 교사 혹은 교수였다. 그 이하 '건물주'도 장래희망에 포함돼 있었다는데, 이는 돈과 허영에 삶 전체를 몰입시키는 어른들의 문화가 아이들의 심성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인기는 화려한 음악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멕시코 문화 특유의 초현실적이면서 감각적인 색조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감동적 가족애를 내세운 점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스>나 <비긴 어게인>의 사례 혹은 한때 나라 전체를 격동시켰던 오디션 열풍의 사례를 상기해 본다면,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국인 다수가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연예인의 삶에 대한 동경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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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병을 키워보고 싶다면 <코코>를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허영에 매료된 젊은 인력들을 충분하게 공급받는다. 초대교회 시절 검투사나 맹수투사들이 부와 명예를 좇아 영혼에 무가치한 삶의 방식 속에 자기 인생을 맹렬하게 몰아넣었듯, 오늘날에도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되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 역시 헛되이 처절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만일, 자기 안에 들어있는 연예인병을 부추기고 싶다면, 혹은 자녀들이 가진 연예인의 삶에 대한 동경을 더 부추기고 싶다면, <비긴 어게인>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