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가족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의존하지만 결코 어떤 다른 사람도 나를 전적으로 모든 순간 도울 힘은 없다. 성경은 하나님에게 자기 소망을 두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한다. ⓒben white
벧전 3:7 남편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그를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

의존성은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특성 중에 눈에 띌 만큼이나 겉으로 드러난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적인 성격을 지속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으며 독립적으로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모든 훈련과 상담이 이어져야 한다.

훌륭한 부모의 특성은 아이 스스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한국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생선을 구워 가시를 발라서 아이 입에 넣어주는 것이 부모의 행복이요, 아이를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은 아이를 과잉보호 하는 것이지만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당연한 부모의 역할로 여긴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독립적인 삶을 포기하며 항상 부모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를 심하게 표현하면 부모의 노예로 양육하는 것이며 결혼 후에도 배우자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중간에 부모에게 돌아오거나 자율성이 없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사자나 호랑이는 새끼 때부터 어느 정도 데리고 다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혼자 다니게 만들고 나중에는 스스로 사냥하도록 훈련을 시킨다.

의존적일수록 자신의 선택과 판단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해 누군가가 항상 옆에 있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 가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을 연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로 평가하며, 이 자체가 열등감을 자각하게 만든다. 자신의 판단과 선택 능력을 무시하며 자기 취향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취향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만약, 이런 아이라면 자존감이 바닥이다. 그러나 부모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부모나 주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결정해주는 대로 순종하고 따라가는 것이 순리이며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착하기 때문에 자기 주장을 펼치지 않겠지만,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부모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면 그런 훈련을 받을수록 아이는 그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자기 자신은 무엇인가. 내가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교조차 하지 않으며 당연히 그런 줄 안다. 의존성이 강한 사람은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나이가 들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대인관계에서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알고 보면 의존성이 강한 것을 좋게 표현한 것이다. 직장에서도 누가 뭐라고 하든, 봉급이 몇 개월 밀려도, 다른 사람이 치고 올라와 승진에서 밀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능력이 부족해서 당연히 그런 줄 인정하고 경쟁 자체를 싫어한다. 굳이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왜 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곁에 있는 부모나 배우자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라 하소연한다.

남편이 이런 상황이라면 아내는 남편으로 섬기거나 아내로서 사랑을 받으려면 착각이다. 오히려 엄마처럼 하나부터 열 가지를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되는 엄마의 역할이 오히려 살길이다. 그렇지 않고 아내로서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만큼 마음의 허전함만 더하다. 반대로 아내가 의존적이라면 살림살이는 남편이 책임지고 사는 것이 편하다. 아이들 건사하는 것부터 경제적인 모든 것까지 남편이 알아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일 이렇게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의존성이 강하다면 그 중 한 사람이 중도하차 하거나 사고가 생긴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통곡할 수밖에 없다. 마치 평생 군 생활하다 전역한 장군처럼 운전은 물론이거니와 은행 업무조차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성이다. 끊임없이 자기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찾으며 배우자도 그런 사람을 선호한다. 사회생활 중에도 배신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매달리는 것이 습관성 의존성 때문이다. 자기가 누릴 당당한 권리나 자유를 주장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게 된다.

대학생인데도 수강신청이나 수강계획을 세우지 못해 엄마가 대신 해주는 학생도 있다. 그 상태로 도저히 공부를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철저하게 엄마가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뒷바라지를 해준다. 그러니 다른 학생들과 교제의 시간도 줄어들고 수업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사회성이 부족해 결혼 후에도 본인보다 상대 배우자를 의존하는 만큼 상대방이 고통스러울 수가 있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것이 친구에게 대상이 옮겨가기도 하고 결혼하면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독립성을 길러주는 것이 정답일 텐데, 이미 너무 늦은 때라 생각지 못하게 버림받았을 경우 느끼는 배신감은 의존성보다 더 강하다.

최원호 박사
▲최원호 박사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146:3)라고 했다.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의존하지만 결코 어떤 다른 사람도 나를 전적으로 모든 순간 도울 힘은 없다. 그가 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 같은 전능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도울 힘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으며, 내 인생을 책임져준들 얼마나 책임져줄 수 있겠는가. 결국 천국행으로 가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오직 하나님을 나의 도움으로 삼고 하나님에게 소망을 두며 그분의 뜻 안에서 자율적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