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학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제1기 인문학 강좌가 26일 오전 윤영관 교수(서울대)의 강연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에 긴장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전 외교통상부 장관인 윤영관 교수의 ‘21세기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통일’ 강연은 학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신대 학부와 신대원 등 전교생 앞에 선 윤영관 교수는 “최근 국제정세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경제권력의 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과 인도 등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군사력으로 보면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자 역할을 해 왔으므로, 전통적으로 동아시아를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긴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높아지는 긴장과 관련해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대결하는 신냉전체제가 닥친다면 중간에 낀 한국의 외교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줄어든다”며 “이를 어떻게든 깨야 하는데, 북한 때문에 한반도를 통한 태평양 진출이 가로막힌 러시아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 주도 하에 통일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여러 비전과 약속을 통해 통일이 되면 동북아 모든 나라들에 이득이 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통일 달성을 위한 외교 방안으로는 첫째,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과 관련해 전개될 모든 시나리오에 공조와 협력으로 대비태세를 취해야 하고 둘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신뢰를 강화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할 정도가 돼야 하며 셋째, 개발도상국 발전 등 국제사회 각종 문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적극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등을 들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한국이 동북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비전에 대해서는 통상․물류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국가, 한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교류의 중심국가 등을 제시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고, 일본까지 터널을 뚫어 새로운 교통과 수송의 네트워크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그러나 통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문제이므로 정치적․제도적으로 아무리 통일이 됐다 해도 사람들 사이에 실질적으로 하나되는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회적․심리적 갈등이 증대해 다시 갈라지거나 내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체제가 다른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고, 이러한 주님 주신 ‘이웃 사랑’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통일에 기여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젊은이들의 시각에 대해 설명하면서 “굶주림과 핍박으로 신음하던 북한 주민들의 상처를 우리가 먼저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품고 안아주지 않는다면 통일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통일이냐’ 하는 자세로는 힘들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진정으로 원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북민들을 돕고,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기도와 물질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되돌아볼 것을 권면했다.

▲ 마지막 인문학 강좌에서 윤영관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은 제1기 인문학 강좌가 마무리된 이날 ‘책걸이’의 의미로 전교생들에게 떡을 선물했다. 학생들은 강좌를 준비한 총장에게 꽃다발로 답례했다. 유 총장은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강좌가 마치게 됨을 감사드린다”며 “이 일을 위해 수고하신 교수님과 교직원들, 강의해 주신 강사님들께도 감사드리고, 학문과 인성교육의 기초인 인문학 강좌를 통해 학생 여러분들의 깊이와 넓이와 크기가 한층 향상됐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영성·지성·덕성의 조화, 신앙과 인문학의 만남의 장 등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제1기 인문학 강좌는 지난 9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학계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진행됐다. 각 대학에서 인문학 경시 풍조가 확산되는 반면 사회적으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에서 시도된 서울신대 인문학 강좌는 신학과 81학번 동기회에서 1억원을 기부해 운영됐다.

1부 금요예배(채플)에 이어 열리는 인문학 강좌는 서울신대 전교생과 신학대학원생은 물론, 관심있는 목회자와 평신도, 일반시민 등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호평을 얻고 있으며, 멀리서는 광명과 시흥에서도 사회 저명 인사들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10번의 강의 중 8번이나 참석한 주민도 있다고 한다. 유 총장은 “더 좋은 강사들로 다음 학기에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