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강진 사태가 진정되면서 긴급복구와 지원을 위한 전문가들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해비타트, 정리와 임시 주거지 빠른 시일 내에 건축

집을 지어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해비타트는 19일 정리와 주거지 도구세트, 임시주거지 건축에 이르는 복구 대책을 발표하고 전세계의 지원을 요청했다.

해비타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티 저소득층 주민들은 질 낮은 주거 건축 과정을 거쳐 지진의 피해를 더 키웠다. 주거지 벽은 기준 미달의 철근이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연결되지 못했고, 이마저도 부서지기 쉬운 벽돌이나 진흙, 돌멩이 등으로 만들어져 수많은 가정들이 흙바닥에 홑벽을 올린 채 나무나 금속 판넬로 지붕을 올리고 지내왔다고 한다.

▲ 대통령궁조차 지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월드비전 제공

해비타트는 지난 14일 긴급구호팀을 보내 피해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재건을 위한 중장기적 대응책 및 복구 준비를 시작했다. 해비타트 국제본부 CEO 조나단 레포드(Jonathan Reckford)는 “지난 26년간 아이티에서 2천여 세대의 집을 지어주면서 주거 개선 해결책을 제시한 경험을 살려 피해 복구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비타트의 복구는 정리(The Cleanup)로부터 시작된다. 해비타트는 잔해를 제거하고 새로운 주거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들을 남기기 위해 봉사자 및 주민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한다. 다른 기관과 협력해 진행되는 작업에는 “현금 수당을 주는 일”이라는 요소가 포함돼 있는데,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삽과 손수레, 쇠지렛대 등을 제공하고 복구에 직접 참여하게 하면서 수입을 제공해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돕고 재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집을 다시 지을 때까지 머물 곳이 필요한 이재민들에게는 임시 주거지가 필요하다. 해비타트는 이를 위해 임시 대피소를 만들거나 무너진 집의 부분 수리가 가능한 주거지 건설도구 키트(Shelter Kits)를 제공한다. 이는 건축 경험이 없는 사람도 당장 시급한 수리가 가능한 세트다. 키트에는 벽체 패널, 지붕 자재가 되는 판, 태풍에 집을 고정시킬 끈, 망치, 못 등이 들어가 있다. 해비타트는 3년 전부터 아이티에서 집수리와 집짓기 직업교육을 실시해 와 전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임시 주거지(Traditional Shelter)들을 건축할 계획이다. 주거 공간과 수도, 위생 등 최소 주거기준을 만족시키는 소규모 임시 대피소는 빠른 시일 내에 만들 예정이다. 특히 자연재해의 영향이 많은 아이티의 지리적 요건을 감안해 태풍과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짓는다는 방침이다.

230개 어린이 센터 운영하던 컴패션, 애타는 후원자들

▲지난 19일(현지시각) 심각한 상해를 입은 3백여명의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 중 대부분은 아동이며, 35개의 침대만 갖추고 있는 General Melenciano 병원에 몰려있다. 병원은 도미니카 공화국 Jimani에 있다. ⓒ월드비전 제공

아이티 지진은 국내 후원자들 2천여명의 마음까지 무너지게 만들었다. 지진 발생 후 1주일이 지났지만 후원 어린이들의 생사 확인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후원자들은 그동안 미뤄둔 편지를 한국컴패션 본부로 보내며 애타는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한국컴패션 측은 “후원 어린이들의 생사가 확인되는 대로 전달하고 있는데, 다행히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명단에는 한국컴패션 결연후원 어린이가 단 1명만 포함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국제컴패션 위기대책팀에 따르면 아이티 현지에서 운영 중이던 어린이 센터 중 45곳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1만 5천여명의 컴패션 결연 어린이들이 부상 또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어린이들을 후원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지난 13일 지진 이후 현재까지 80여명이 후원 의사를 밝혔으며, 한국컴패션 측은 현지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결연 후원자를 찾아줄 예정이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션-정혜영 부부가 각각 지진 참사 복구에 써 달라며 1억원 씩을 한국컴패션 측에 기부한 가운데 20일 오후 3시 현재 한국컴패션에는 총 4억 1056만 1773원이 모금됐다. 후원금을 낸 이들 중에는 펀드를 깨고 기금 모금에 동참한 후원자, 자녀 유학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을 기부한 후원자도 있었다. 모금된 특별 후원금은 전액 아이티 재건을 위해 사용된다.

사랑밭 연합 긴급구호팀, 국경지대에 베이스캠프 설치

사단법인 함께하는사랑밭, 월드쉐어, 사랑밭새벽편지 등은 아이티 구호를 위해 연합 긴급구호팀을 결성하고 지난 21일 오전 현지로 급파했다. 이들은 23일 아이티 국경마을인 히마니(Jimani)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치안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본격적인 긴급구호에 나선다.

김희기 긴급구호팀장은 “아이티 어린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꿈이 있을텐데 우리의 무관심으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희망이라는 말 자체가 무력해진 아이티에 후원자들의 뜨거운 사랑이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고 떠났다.

▲19일 월드비전 미국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Hope 병원에 전해줄 의료품을 전달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현지 코디네이터인 김영구 선교사는 “긴급구호팀이 도착하면 우선 아동 구호와 방역 활동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아 그룹홈 운영의 세부적 지원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관도 긴급 모금으로 현재 6천만여원을 모았으며, 긴급구호팀 편으로 1차 생필품 및 의료용품, 약품 등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26일 이후 출발하는 긴급구호 봉사팀 편으로 현지 방역과 긴급복구 지원, 식량 배급, 텐트 설치 및 보급 등에 지원된다.

굿피플 긴급구호단도 현지 구호 나서

이밖에 굿피플은 미국 시애틀 지부를 통해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했으며, 아이티 피해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 물자를 준비해 오는 27일 긴급구호팀 6명과 본부 출발 3명의 현지조사단을 급파한다.

굿피플은 2차 전문의료단 파견을 위해 본부와 미국지부에서 자비량 자원봉사자와 의료 인력을 모집 중이며, 현지 수준의 장비와 인력이 확보되는대로 의료봉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굿피플은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