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

“21세기 역사의 지평 위에 태양처럼 떠오른 제3교회, 그 이름은 한국기독교공동체입니다. 제1교회(동방교회)와 제2교회(구미교회)가 그 빛을 잃어버린 오늘날, 하나님께서는 제3교회를 예비하시고 남겨두셨습니다. 한국교회는 바로 하나님께서 지구상에 남겨두신 남은 자, 제3교회입니다.”


“한국교회를 변혁하고 공동체화를 실현할 수 있는 창조적인 소수 목회자를 양성하겠다”는 한 저명한 노(老)신학자의 말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러한 그의 포부와 비전에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교수진들이 뜻을 같이 했고,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학교가 개교한 2005년 3월에는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참된 교회론’을 외치며 등장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은준관∙이하 실천신대)가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을 맞이하고 있다. 3년이란 시간은 시작에 가지는 열정, 패기에 덧붙여 경험과 성숙이란 완숙함을 선사했다. 지난 3여년 동안 실천신대는 오직 한 가지만을 목표로 삼고 달려왔다. ‘한국교회의 역사 종말론적인 정체성 회복을 회복하는 것’과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는 창조적인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에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학교의 철학과 맞지 않는 제안들은 과감히 던져버리는 용단을 택했다.

‘역사-종말론적 공동체의 모형, 실천신대’

실천신대는 ‘참다운 교회론’에 대한 깊은 신학적 성찰로부터 시작됐다. 교회의 존재론적 근거를 교회가 아닌 하나님 나라로 둔다. 은 총장의 교회론의 시작과 목적지는 ‘하나님 나라’다. 은 총장은 “교회는 제도나 건물, 설교가 아니라 역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약속되고 임재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역사 종말론적 공동체, 즉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에 교회 안에 교인은 하나님의 통치를 경험하고 감격하며, 다시 오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

종말론이 거세된 현 시대의 지상교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은 총장은 “교회가 교회 내부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두고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의 덫에서 빠져 나와, 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해 전력질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모형을 만들어내고자 시작한 것이 실천신대이다.

‘하나님 백성 공동체로서의 교육과정’

실천신대는 4학기의 구조화된 교육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신학교와 달리 각 학기마다 주제가 있다. ‘하나님 백성 공동체의 신학적 기초’, ‘부름 받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 ‘세움 받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 ‘보냄 받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 순서이다.

교육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나님 백성의 신학적 기초’의 경우 종교사회학과 목회신학, 교회론을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의 이슈들을 다각적으로 분석, 진단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신학적 기초를 다진다. ‘부름 받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에서는 실천신학의 기초과정인 예배학, 설교학, 예배와 설교워크샵, 실천신학 Practicum 등을 공부하고 ‘교회교육론’, ‘교회 안의 작은 교회’ 등을 통해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보냄 받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에서는 선교와 사회봉사의 신학적 이해를 통해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세상으로 파송하는 선교적 공동체를 모색한다. 아울러 4학기 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교회의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실천신대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통합 커리큘럼’과 ‘공동 교수법’이다. ‘통합 커리큘럼’은 조직신학, 성서신학 등을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큰 주제 아래에서 이를 통합하여 함께 배운다. ‘공동 교수법’은 한 강의에 서로 분야가 다른 여러 명의 교수들이 함께 강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입체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으며, 공동으로 교수하는 교수진에는 실제 목회현장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희망의 로드맵 제시’

실천신대는 지난 5월 개교 2주년을 ‘한국교회 희망의 로드맵’ 출정식을 거행했다. ‘한국교회 희망의 로드맵’은 이름 그대로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로드맵을 한국교회에 제시하는 것이다.

은 총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예를 들어 한국교회의 잠재력이 무엇이며, 그 힘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며, 아울러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 자료와 구체적인 대안을 오는 2011년까지 내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한 실천신대는 이제 진정한 시작의 길에 올라섰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황량한 불모지를 비전과 열정의 삽으로 메우고 가꿨던 고된 작업의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토대를 기초로 든든한 뼈대를 갖춘 집을 세우는 기간이 될 것이다. ‘이 땅에 진정한 공동체를 세울 수 있다’는 은 총장의 확고한 믿음처럼, 한국교회에 진정한 공동체의 모범을 보여줄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