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실에서 만난 서울대 손봉호 명예교수 ⓒ고준호 기자

대광고 사태 등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연재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 신학자들을 만나 선교 패러다임의 방향성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다룰 예정이다. 두번째 순서로 서울대 손봉호 명예교수(69)와 인터뷰를 가졌다.-편집자 주


“현 시대에 종교사학에서의 종교교육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위법이다.”

이 시대에서 가장 보수적일 것 같은 사람이 가장 진보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내어 놓았다. 30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실에서 만난 그의 인상은 강직하고 수호적인 선비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교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개혁자의 말이었다.

-대광고 강의석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의석 군도 기독교사학도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해서 온 곳이 아닌데, 왜 특정 종교의 교육을 받아야 하냐’고 당연히 주장할 수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해 기독교사학의 입장에서는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면 종교사학의 존재의 이유, 즉 설립목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모두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교육제도’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한국교회는 고교평준화 정책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반대했어야 했다. 정부의 보조금을 다 받고 지금에 와서 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일은 옳지 않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당연히 정부의 간섭과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계가 해야 할 일은 고교평준화 정책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사학 가운데 평준화를 실시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학생에게 어느 정도의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성향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제도’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많은 시일이 걸린다. ‘교육제도’를 바꾸기 전까지 종교사학에서는 종교교육을 어떻게 실시해야 되나. 현 상황에서 종교교육이 위법이라면.

“먼저는 공교육을 충실하게 시키는 것이다. 종교교육은 선택사항이다. 과외수업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학에 ‘잠재적 교육과정 (hidden curriculum)’이라는 개념이 있다. 교과 내용에 들어가 있거나 교사가 강의하는 것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일정한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규 커리큘럼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낸다는 연구발표도 있다. 즉, 교사로부터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는 가시적 교육은 아니지만, 교사의 인격과 삶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감화를 끼칠 수 있는 교사의 품성, 인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교사를 통해 학생들은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속된 표현이지만 수업은 개떡같이 하면서 종교를 운운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

종교교육은 지식교육이 아니다. 교리를 가르친다고 학생들이 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기독교사학은 특별히 교육을 더 잘 시켜야 한다.”

-기독교사학의 가장 첫 번째 목적이 학원선교가 아니라 공교육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현 상황에서 종교사학의 가장 우선된 목적은 공교육이다. 종교교육을 강제로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선택의 권한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의 돈을 특정종교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미국도 정부의 돈을 받는 학교는 종교교육을 시킬 수 없다.”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다. 과거에는 종교교육이 문제시 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와 사회로부터 포교에 대한 강한 반감이 표출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기독교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일제시대에는 독립에, 독재시대에는 민주화에 앞장섰다. 교인들의 교양수준도 높았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기독교가 좋은 종교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너무나 많은 잘못으로 인해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 속된 표현이지만 교회가 동네의 개가 되어 누구나 찰 수 있게 되었다. 아무나 쉽게 걷어찬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상황이다. 평소의 삶이 정직하고 올바르면, 욕하는 사람들도 함부로 욕하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의 삶이 개차반이니 아무나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원인은 무엇인가.

“교회성장이라는 ‘우상’이다. 교회가 성장중심의 자본주의적이다. ‘전도를 많이 한다’는 미명아래 교회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목사들의 설교는 교인들의 귀에 좋은 말뿐이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 등 교인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데에만 치중한다. 그래야 교회가 커지고 헌금도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회의 분위기가 교회의 도덕적 타락을 불러 일으켰다. 집사, 장로. 목사의 질이 떨어진다. 신학교는 점점 많아지지만 인격교육이 아니라 단순히 성경지식을 전수하여 목사의 수준이 떨어진다. 때로는 신학교 설립목적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교회는 개신교의 역사상 중세시대 이후로 가장 부패해 있다.”

-한국교회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한국교회는 비관적이다. 올해가 ‘평양대부흥 1백주년’이라고 해서 많은 부흥집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저 피상적인 회개일 뿐이다. 고쳐질 가능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는가.

“불행한 일이지만 완전히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일종의 변증법이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교양있는 사람들부터 교회를 떠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들이 점점 떠나가면 기독교는 점점 수준 낮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준은 지식수준이 아니라 교양수준이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 역시 교회를 떠나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