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콘퍼런스 김병삼
▲김병삼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병삼 목사(만나교회)가 "한국교회가 얼마나 힘 없는 곳인지를 열심히 드러낸다면, 참 힘 있는 교회가 될 것 같다"며 "힘 없는 것 좀 보여주자"고 밝혔다.

김 목사는 23일 자신의 SNS에서 "오늘 아침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이 땅 위에 교회를 세우신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보여주라는 것이 아니라 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 아닐까"라며 "힘이 없다는 것은 하나님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힘'을 쓰지 않는 곳임을 보여주라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한국교회총연합회(가칭, 한교총) 출범에 관련된 것이다. 그는 "요즘 한국교회에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갈라져 있었던 교회 연합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의도에서 '한교총'이라는 단체가 탄생한 것"이라며 "그간 갈라진 단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해도 세상적 기득권과 힘 좀 쓰려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분열에서 일치로 가려는 시도만으로도 정치를 모르는 저 같은 목사에게는 참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 목사는 "그런데 염려스런 일은 '이제 한국교회에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새롭게 탄생하고 한국교회가 하나 되었으니, 한국교회의 힘을 보여줍시다' 이런 글들이 등장한 것"이라며 "만일 새로운 단체를 통해 한국교회가 얼마나 힘이 있는 곳인지,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제1종교'를 과시해 보자는 의도라면, 얼마 가지 않아 또 갈라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병삼 목사는 "세상의 힘을 가진 이들에게는 십자가가 참 미련하게 보인다. 세상을 바꾸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려는 자들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십자가에서 죽어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제 교회에서도 십자가를 미련하게 보는 것 같다.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힘을 보여주며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조롱을 참지 못하면 십자가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며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당하신 조롱을 참으며 끝까지 내려오시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 나라는 세상과 다르다! 하나님 나라는 힘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를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증명하신 것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새로운 한국교회 연합이 '힘'을 보여주려면 또 '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그곳에 힘이 있다면 그 힘을 쓰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병삼 목사는 "참 황당한 꿈을 꾸고 싶다. 새로운 단체에서는 어떤 힘도 쓸 수 없는 곳이 되면 어떨까"라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사람은 절대로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거나 대통령을 만나면 안 된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에는 누구도 '회비'를 내지 않아서 돈이 하나도 없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곳의 책임을 맡으면 너무 할 일이 많은데, 사례비는 하나도 받지 않고 섬기는 곳이다! 등의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올해가 종교개혁 500년을 기념하는 해로, 여기저기서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며 "그러나 '개혁'은 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새로워집시다!'라는 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옛날로 돌아갑시다!'라는 것"이라며 "교회를 세우셨을 때의 처음 마음, 우리가 하나님을 만났을 때의 처음 마음,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헌신했던 처음 마음이 개혁이고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상에 없던 교회는 존재하지 않았던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이다. 세상에 없던 목사는 존재하지 않았던 목사가 아니라, 처음 부르셨을 때의 마음을 가진 목사이다. 세상에 없던 그런 교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의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병삼 목사는 "요즘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다.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것 잘 아는데"라며 "힘 없는 것 자랑하고 살자! 교회에 사람 많이 모여 큰 건물 있는 것, 많은 예산 있는 것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절대로 자랑할 수 없는 그런 목사, 그런 교인, 그런 사람들 되는 꿈을 꾼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