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극단주의자 공격으로 8개 교회 등 불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범행 이유는 신성모독 혐의 때문

파키스탄에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폭도들이 펀자브 지방의 한 기독교 지역을 습격해, 무려 8개의 교회에서 약탈하고 불을 지르고 인접한 건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해당 사건과 관련, 두 명의 기독교인 주민들에 대한 신성모독 혐의로 촉발된 사건은 폭력적으로 변한 군중들로 인해 지역 전체에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수백 명의 기독교인 가족이 집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세계기독연대(CSW)는 성명을 내고 “로키 마시(Rocky Masih)와 라자 마시(Raja Masih)로 확인된 두 사람은 파키스탄 형법에 따라 이슬람을 모욕하고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을 더럽힌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역 모스크 확성기를 통해 관련 소식이 확산되면서 분노가 폭발한 무리들은 자란왈라시의 두 남자를 즉각 처형할 것을 요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무리들이 기독교 마을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겼고, 경찰은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CSW와의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 곳의 기독교 정착촌에서 최소 500채의 집이 버려졌다”며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구세군 교회가 불에 탔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공격받은 교회의 수가 8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앞서 4개의 교회가 불타고 많은 성경이 손실됐으며, 그 중 3개 교회는 구세군 교회였다고 전했다.

현지 폭도들은 극우 이슬람 극단주의 정당인 TLP(Tehreek-e-Labbaik Pakistan)와 이슬람 단체인 KN(Khatam-e-Nabuwat)을 지지하는 극단적 구호를 외쳤다.

경찰의 지체된 대응은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주민들은 시기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사태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이후 정부는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고 폭도들을 통제하기 위해 법 집행기관을 소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독교인들은 가족과 함께 더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이주했으며, 17일에는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번 사태로 최소 24채의 집이 불에 탔거나 심하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은 교회와 가정이 표적이 된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당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관련된 모든 이들이 동요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CSW 설립자인 머빈 토마스(Mervyn Thomas) 회장은 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에 보안을 강화하고 난민들을 지원하며 책임자를 체포할 것을 촉구했다.

ⓒ아자드 마샬 주교의 SNS

ⓒ아자드 마샬 주교의 SNS
파키스탄교회(Church of Pakistan) 총회장인 아자드 마샬(Azad Marshall) 주교는 기독교 소수자를 위한 정의를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할 말을 잃었다. 우리 주교, 사제, 평신도들은 파키스탄 파이살라바드 지역에서 일어난 자란왈라 사건으로 깊은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다. 제가 이 메시지를 입력하는 동안 한 교회 건물이 불타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꾸란을 어겼다는 거짓 고발로 고문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법 집행 기관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정의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즉시 개입하여, 독립과 자유를 축하한 조국에서 우리의 삶이 가치 있음을 보장하기 위해 정의와 행동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오용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사회정의센터(Center for Social Justice)에 따르면, 1987년 이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소 88명이 사망했다.

이는 최근 기독교와 시민 사회 단체 사이에 우려를 불러일으킨 파키스탄 입법부의 두 법안 통과에 따른 것이다.

2023년 형법(개정안)은 신성모독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으며, 2023년 국가소수자위원회 법안(National Commission for Minorities Bill)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여겨져 왔다.

거짓 고발자나 거짓 증인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신성모독 금지는 1980년대 군사 독재자 지아-울-하크(Zia-ul-Haq) 장군 치하에서 더욱 확대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9세기 후반 식민지 시대에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법안을 제정했다.

▲아시아 비비의 석방에 반대하는 무슬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디언지 영상 캡쳐
▲아시아 비비의 석방에 반대하는 무슬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디언지 영상 캡쳐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파키스탄 펀자브주 살만 타세르 주지사는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경호원에게 암살당했다 .

같은 해 다섯 아이의 어머니인 아시아 비비는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국제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8년 동안 사형수 생활을 한 후 2018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녀의 무죄 판결은 급진 극단주의 단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그녀를 석방한 대법원 판사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2014년 기독교인 부부인 쉐자드(Shehzad)와 샤마 마시(Shamah Masih)는 꾸란의 일부를 찢었다는 거짓 비난으로 벽돌 가마에서 불에 타 죽었다. 2020년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1990년 이후 신성모독 혐의와 관련된 폭도들의 공격으로 최소 69명이 비사법적으로 살해당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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