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수감’ 에리트레아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수감자들에게 용기와 전도 기회, 교도관들에게 두려움 줘

▲에리트레아 지도.
▲에리트레아 지도.

19년 전인 2004년 5월 23일 새벽, 두 명의 에리트레아 목회자가 ‘불법적인’ 복음주의 기독교 교단에 소속된 교회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각각 에리트레아 당국에 체포됐다. 그들은 하일레 나즈기(Haile Nayzgi) 목사와 키플루 게브레메스켈(Kiflu Gebremeskel) 박사였다.

핍박받는 기독교인들과 동역하는 순교자의소리는 “수감 중인 이 두 목회자에게 이번 달에 편지를 보내, 전 세계 교회가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자”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2002년 5월 15일, 에리트레아 정부는 모든 복음주의 교회를 법령으로 폐쇄하면서 복음주의 교회들에 정부 등록 신청서를 교부했다. 그래서 순복음 교단에서 신청서 양식을 작성해 관계 기관에 제출했지만, 아무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수많은 정부와 인권단체들은 에리트레아에 수감된 개신교인들이 일상적으로 구타를 당하며, 종교적 신념을 부인하라는 가혹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해 왔다.

에리트레아 경찰과 군 당국은 수감자들에게 정부가 승인한 3개의 ‘공식’ 기독교 교파 중 하나에 소속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숙 폴리 대표는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이 세 개의 기독교 교파, 즉 역사 깊은 에리트레아정교회, 가톨릭교회, 루터교회에 대해서도 에리트레아 정부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위협하고 있으며, 심지어 비밀 경찰 요원들이 이 교파들에 소속된 기독교인들을 투옥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는 하일레 나즈기 목사와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가 처음 수감된 때부터 이 두 사역자에게 정기적으로 격려 편지를 쓸 것을 전 세계 교회에 촉구하기 시작했다.

▲2004년 5월, 체포되기 전의 하일레  나즈기 목사.
▲2004년 5월, 체포되기 전의 하일레 나즈기 목사.

하일레 나즈기 목사는 120개에서 150개 가량의 가정 모임으로 구성된 에리트레아 순복음교회 지도자였으나, 이 교회는 2002년 5월 15일 정부 법령으로 폐쇄됐다. 나즈기 목사는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고, 과거 세계복음연맹(WEA) 회계 담당이었다.

수감돼 있는 동안, 나즈기 목사에게는 가족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2004년 8월 24일, 음식과 옷을 갖고 나즈기 목사를 면회하러 교도소를 찾아간 가족과 친구들은, 그가 더 이상 그곳에 없다는 소식만 들었다. 나즈기 목사는 체포된 때부터 여러 감옥으로 이감됐지만, 그에 대한 실제 혐의는 공개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나즈기 목사의 사모도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 자녀들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게 됐고, 그들은 힘든 여정 끝에 다른 나라에 도착해 몇 년 동안 안전하게 살고 있다. 순교자의소리는 그들을 지원하면서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족을 지원해준 순교자의소리에 감사를 전하는 나즈기 목사의 메시지를 에리트레아 내부에서 전달받았고, 나즈기 목사가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 가족들이 잘 있다는 것을 알고 큰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2004년 5월, 체포되기 전의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
▲2004년 5월, 체포되기 전의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

에리트레아 순복음교회의 핵심 인물로서 집행위원이었던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는 ‘남서부 순복음교회(Southwest Full Gospel Church)의 설립자이자 담임목사였다. 게브레메스켈 박사는 지난 2004년 5월 23일 아스마라 게제렛(Asmara Gejeret)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1999년 ‘남서부 순복음교회’의 전임 목회자가 되기 전까지 게브레메스켈 박사는 아스마라 대학의 학장이자 수학 교수였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투옥된 뒤 그의 아내와 네 자녀는 아직 한 번도 그를 면회하지 못했다.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2천 명 가량이 기독교 신앙 때문에 전국 12개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와 군부대와 교도소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목회자는 28명으로 추정된다.

현숙 폴리에 대표에 따르면, 다수의 에리트레아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공식적인 기소나 재판도 없이 마이세르와 교도소의 선박용 컨테이너에 갇혀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들이 사막 한가운데 놓여 있는데, 낮에는 그 내부가 타는 듯이 뜨거워지고 밤에는 얼어붙게 추워진다. 컨테이너 크기가 작아서 보통 10명에서 12명 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는데도, 교도관들은 때로 20명에서 30명의 수감자를 콩나물 시루처럼 컨테이너 하나에 몰아넣는다. 배설물 양동이가 컨테이너 구석에 하나 있고, 수감자들은 하루에 딱 두 번 컨테이너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기독교인 수감자들이 정기적으로 고문을 받는다. 그녀는 “수감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너무 잔인하게 고문을 당하기 때문에 석방될 때면 마비 같은 영구 장애를 안게 된다. 어떤 수감자는 고문의 상처로 죽기도, 또 다른 수감자는 재판도 받지 않고 그냥 처형당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리트레아 교회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녀는 “에리트레아의 모든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전도하는 것도, 등록되지 않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도 중단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면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에리트레아 성도들은 신실한 증인으로 감옥에 남기를 선택한다. 19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나즈기 목사와 게브레메스켈 박사도 그 신실한 증인”이라고 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순교자의 소리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이 두 목회자를 비롯한 전 세계 기독교 수감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한 지침과 그들의 교도소 주소(https://vomkorea.com/prisoner-profiles)를 알 수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전에 에리트레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석방된 기독교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수감돼 있는 기독교인들이 적어도 우리가 보내는 편지 일부를 받을 수 있다. 교도관이나 교도소 관계자들이 ‘왜 한국에서 네게 편지를 보내는 거야?’라고 말할 것이고, 그럴 때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전 세계 교회가 자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그 편지들은 기독교인 수감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몸에 관하여 교도관들에게 증언할 기회도 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그 기독교인 수감자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도관들에게 알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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