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정한욱 | 정은문고 | 254쪽 | 18,000원

교회와 목회자, 교인들의 잘못과 실수들이 쌓여, 한국 기독교는 강압적이고 배타적이며 소통 불가능한 종교로 비치는 듯하다.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과 포용, 환대와 공감은 사라지고, 편견과 차별이 더욱 부각되는 종교 집단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질문할 수 없는 경직된 문화는 더욱 깊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길을 차단했다. 무조건적 순종이 아름다운 미덕으로 여겨지고 다양한 의견은 묵살될 때가 많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소통은 불가능하고 탐욕과 이데올로기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보다 현상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십자가를 지고 가라는 명령은 무시된 채, 당장의 안전과 행복만을 추구한다. 성숙한 공동체는 어떠한 질문에도 열려 있다. 무지를 인정하며, 함께 답을 찾아간다.

자유롭고 열린 대화는 정직한 사유로 이어지며, 공감과 배려의 태도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경험하게 한다.

기독교와 인생의 중차대한 질문은 새롭게 재해석되고 대답돼야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길어올린 날카로운 딸의 질문. 따뜻하게 수용하면서 깊고 폭넓게 답을 찾아가는 아버지의 응답.

차이를 인정하는 텍스트의 해석으로 시작해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텍스트와의 끊임없는 만남으로 끝을 맺는.

그 사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기독교와 세상에 대한 질문들. 제자도와 영성에 관한 물음은 부활과 종말, 타 종교와 세계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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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있습니까? ⓒ픽사베이
신학과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책과 치열하게 소통하며, 안과 의사로 세상에서 빛으로 사는 삶을 실천하는 저자.

아버지는 경청을 말로만 하지 않고 경청한다. 세상의 고통에 참여한다. 직접 뛰어들고 몸으로 대화한다.

이렇듯 앎과 삶의 열정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소통과 배려, 포용과 환대, 섬김과 낮아짐.

다양한 신학자와 철학자들을 만나는 기쁨도 크다. 우리는 본회퍼와 한나 아렌트, C. S. 루이스, 키케로, 칼 뢰비트 등을 만난다.

많이 아프고 힘든 이유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마주함이며,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묵묵히 제자의 삶을 살아가는 성도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며 마주할 수 있는 진지한 질문에 자신의 언어로 대답을 준비할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