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조금씩 변하는 모습 좋아
문제 심각한데, 어른들은 피부로
아직은 와 닿지 않는 듯해 힘들어
아이들 교회 오면 재미있길 원해

김정준 다음 세대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교회는 팬데믹에 대비하지 못했다. 코로나 기간에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지 않았다”며 “아이들을 심방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교회 가지 말래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 마음이 떠났다. 타의적인 ‘가지 말래요’가 자의적인 ‘안 갈래요’로 바뀌었다. 세상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준비 없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세상에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다음 세대의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우리를 설레게 한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바로 다음 세대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키워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수혜자이다. 포기하지 않은 교사와 교역자의 합동 결과물이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나는 포기했지만, 그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여 년간 다음 세대 사역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김정준 목사(울산대흥교회)가 ‘다음 세대 리부팅’ 시리즈 첫 권 <다음 없는 다음 세대에게 다가가기>를 펴냈다. 김 목사는 다음 세대 교육 관련 서적을 5-6권 낼 계획을 갖고 있다. ‘다·음·세·대·비·전’ 한 글자씩 책에 새길 예정으로, 이번 첫 책에는 책등 아래에 ‘다’를 써넣었다.

저자는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지 않도록, 뾰족한 질책이기보다는 뭉툭한 다가감으로, 찌르는 칼이기보다 지키는 칼이 되어, 함께 다음 세대 교회학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첫 책에서는 다음 세대에 다가가는 5가지 키(key)를 제시하고, 다음 세대를 ‘MZ세대’로 통칭해도 되는지 문제를 제기하며, 리더와 교사, 부모가 각각 다음 세대에 다가가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다음은 “상황과 환경이 어렵지만,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포기할 수 없다. 하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이라며 “단 다음 세대는 이미 셧다운(shatdown)됐기에 리부팅(rebooting)해야 한다”는 김정준 목사의 다음 세대 이야기.

다음 없는 다음세대에 다가가기
김정준 | 글과길 | 272쪽 | 16,700원

-다음 세대 사역에 처음부터 비전이 있으셨는지요.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신학교 들어가면 교육전도사부터 시작하는데, 제일 어린 나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맡잖아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는데,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그때는 아이들이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서 좌충우돌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경험이 쌓이니, 데이터도 쌓였어요. 교회 사역을 일찍 시작해서 여러 교회를 거쳤거든요. 이 교회에서 했던 것들을 저 교회에 적용하고 하면서 더욱 재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중간에 교구 사역은 해봤는데 잘 안 맞았어요.

또 다음 세대 사역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있는 시간 동안 제가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았죠. 교구 사역은 24시간 동안 제 시간을 열어놓고 성도님들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투입돼야 하고, 전국 어디든 장례가 생기면 가야 했죠. 제 시간이 너무 없어지다 보니, 사역을 할수록 소모되고 불편해졌어요.

제가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데, 아이들은 제가 많이 안 먹어도 사주면 좋아하고요. 코드부터 식습관도 시간대도 맞고, 중간에 쓸 시간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다음 세대 아이들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현실이죠. 저는 비교적 큰 교회를 많이 다녀서 아직 피부로 막 와 닿진 않아요. 지난 주만 해도 52명 출석했거든요. 교사 25명까지 하면 거의 80명이 모여 있었죠. 그래서 아이들이 없어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잘 들진 않아요.

그런데 다음 세대 사역하는 친구들 말이 ‘아이들이 없는 게 고민’이래요. 다음 세대 사역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4-5명 데리고 시작해도, 아이들이 점점 재미없고 하면 큰 교회로 가려고 하거나 잘 안 나온대요. 결국 2-3년 하다 보면 다음 세대 사역을 못 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어요.

가장 피부로 와 닿았던 때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보내도, 몇 주 있으면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왜 다시 왔냐고 물어보면, 그 지역 교회에 중고등부가 없다는 거예요. 그럴 때 많이 느끼죠. 그런 아이들은 마치고 나면 제가 학교까지 다시 데려다줘야 하는데, 얘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할지도 모르고요.

정말 문제가 심각한데, 어른들은 아직 그렇게 피부로 많이 와 닿지 않으시나 할 때 가장 힘들죠. 다음 세대 말씀들은 많이 하시지만, 말만으로 되는 건 없잖아요. 재정적 부분이 따라가야죠.

저희 교회도 조금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노력하시지만 지원이 다소 약해요. 교회 전체 예산에서 대략 10% 내입니다. 과거 다음 세대 사역에 정말 신경썼던 교회에서도 20-25%였습니다.”

김정준 다음 세대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다음 세대가 우선이라는, 중요하다는 말만으로는 안 된다. 진짜로 우선이고 중요하다면,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더 이상 밀리지 않도록 교회 어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교회의 어른인 장로님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교회 예산은 다 어디 쓰는 건가요.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일단 건축 이자가 상당해요. 그거 막는 데 급급하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어요. 다음으로 장년 부서들이 많고, 찬양대 지휘자부터 오케스트라, 솔리스트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초등부나 중고등부 반주자들이나 교회 성도들에게는 비용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교회 아이들에게는 돈을 주기보다, 그런 아이들을 키워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죠. 교회에서 악기 배우는 일을 지원해 주는 거죠. 솔리스트들을 고용하고 있으니, 그분들이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면 좋겠죠.”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아이들이 왜 교회를 떠날까요.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를 교회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굉장히 많이 안고 교회를 찾습니다. 그래서 뭔가 편안하고 안락하고 일주일 동안의 어려움을 힐링받고 힘을 얻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 하는데, 이런 것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 교회에 와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 시간에 학원에서 보충을 듣거나 차라리 잠을 더 잘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왜 교회에 가야 하는지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교회에 바라는 게 무엇인가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조금은 재미있었으면 하는 것 같아요. 학교들이 여러 군데 떨어져 있고 공부하느라 바쁜데, 주일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막 신앙적으로만 이끌고 가기보다는 선생님들과 말도 해보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데, 이 부분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신앙적으로 이끌 의무감과 사명감이 있으시니, 답답한 마음에 막 끌고 가려고 하시죠. 여전히 열심이 대단하신 분들이 많으세요. 저도 아직 젊은 교역자라서, 선생님들의 그 열정과 아이들의 니즈의 중간에서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듣고 보니 제가 교회학교에 다닐 때와 지금 교회학교가 별다른 점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은 완전히 바뀌었으니, 교회도 시스템이든 뭐든 바꿔야죠. 제가 책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이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바뀌었고 더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몇십 년 전 교육 그대로 하니까 아이들도 우리도 힘들죠. 공과공부할 때 뒤에서 살짝 보면, 아이들이 지겨워하는 게 느껴져요. 교회학교 선생님도 그분들대로 답답해하시죠. 열정적으로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듣지 않으니까요. 서로 답답해하고 있어요.

저는 선생님들께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책도 조금 읽으면서 변해가는 세상과 조금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신입 교사들은 알아들으시는데, 기존에 20년, 40년씩 하셨던 교사분들에게는 안 먹혀요.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젊은 교역자가 와서 ‘틀을 바꿔야 한다’고 하니 조금 불편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들도 직장에서는 바뀌고자 하시지 않을까요. 선생님들 중에는 연차가 많은 분들이 많아요. 30-40대는 교사를 안 하려고 해요. 이것도 심각한데 교회에서는 심각성을 잘 못 느끼시죠. 그런데 이번에 감사하게 신입 교사 여덟 분이 오셨어요. 그분들께 계속 의욕과 열정을 갖고 활발하게 같이 해보자고 말씀드려요.

저희 담임목사님이 젊으신데, 이런 생각을 좋아하시고 교육부서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좋겠다면서 1월 출석과 10월 출석을 비교해서 배가 성장한 부서에 900만 원을 바로 지원하고, 어디에 쓰는지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김정준 다음 세대

-예배 때 들은 내용을 공과공부에서 또 해야 하나요.

“공과공부가 재미도 없고, 왜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가슴에 남지도 않죠. 공과공부 시간에는 관계만 잘 맺어도 될 것 같아요. 관계가 시작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공과책을 다 없앴어요. 제 설교로 질문지를 만들어 드리고, 거기 나온 내용으로 질문하고 대화하시라고 했어요. 뭘 가르치려 하기보다,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라고 해서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의 열정도 사실 아주 중요합니다. 아무도 교사를 안 하려고 하는데, 15-20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할 일입니다. 다만 그 열정을 시대에 맞게 전환해야겠죠. 이 ‘How to(어떻게)’의 문제는 사역자들 모두 고민하는 문제죠. 교사들의 열정을 존중하면서 다음 세대의 니즈까지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과공부 중 성경 이야기보다는 공감을 해주시라고 말씀드리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세요. 사실 책으로 뭔가를 배우는 게 제일 쉽죠. 공감하고 대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교사들이 상처받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물과 영양분을 제공하는 방식을 새롭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세대 문제는 교회학교 교사들 책임이 큰건가요.

“교사들 문제는 가장 적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로님들이죠. 장로교는 모든 결정을 장로들이 하고, 담임목사도 사실 장로이잖아요. 그런데 장로님들 중 다음 세대에 목숨을 거는 분이 없으세요. 지원해주겠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정말 애절하게 해주시는 분은 없어요.

한 달 전 교사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다음 세대를 세우려면 교회 재정의 30%는 써야 합니다. 50%를 써보십시오. 안 세워질 수가 없습니다. 돈으로 사역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단 뭔가 진행하고 전문가를 키우려면 재정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교사들이 ‘맞다. 30%, 50% 써보자’고 하시지만, 이뤄질 수 없죠.

예산이 더 있으면,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것들을 좀 더 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학교에는 새 물품을 주시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본당 물품을 새로 바꾸면, 쓰던 것을 어느 부서가 가져갈지 묻습니다. 조그만 것들은 자체적으로 살 수 있지만, 대규모 공사나 시스템 장비 등은 본당부터 배치되지요. 본당에 성도님들이 훨씬 많은 건 알지만, 진짜 다음 세대가 중요하다면 순서가 좀 바뀌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상담 전문가를 초빙해서 부모 자식 사이 풀리지 않는 부분을 듣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름 사역도 해야 하는데, 빡빡하죠. 하나님이 채워주시겠지 하는 믿음도 있지만… 지금 3월인데, 벌써 재정 50% 정도를 사용해서 의기소침한 상태입니다(웃음). 여름·겨울 사역 못지 않게 평소 사역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교회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