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가슴이 뛰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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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시를 쓰고 있는 소강석 목사.

▲시를 쓰고 있는 소강석 목사.
“가슴이 뛰기만 한다면….”

‘문학나무’라고 하는 아주 오래되고 권위 있는 문예지가 있습니다. 작년 말 저에게 ‘성경 인물시리즈 5편’을 써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저에게 공문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에서 공문을 안 챙겨 줬든지 아니면 제가 그 공문을 못 봤든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지난주 금요일 “왜 원고를 안 보내 주냐며 빨리 시를 써서 보내달라”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급한 맘에 성경 인물시를 쓰려는데, 그날이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금요일 오후는 주보 글도 점검하고 철야기도 설교 준비도 해야 해서 가장 바쁜 날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성경 인물시를 쓰려니까 멘붕이 왔습니다.

사실 제가 지난번 시집 ‘너의 이름을 사랑이라 부른다’를 쓴 이후 시에 관한 한 절필을 했습니다. 제가 여러 목회일정과 연합사역 일로 얼마나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까? 그리고 또 신년축복성회 준비를 해야 되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인에게 있어 절필을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재앙인지 모릅니다. 물론 제가 여러 가지 산문이나 글은 계속 썼죠. 또 일반 서정시나 제가 자유롭게 정한 제목의 시는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아담에서부터 하와, 가인, 아벨, 셋, 이런 식으로 인물시를 쓰려고 하니 시상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토요일 날 주일학교 교사 순회 기도회와 청년부 집회를 하면서 국문과생이나 문창과 출신들은 한 문구라도 떠오르면 저에게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또 토요일날도 바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냥 선광현 목사에게 기본적인 시의 구성을 엮도록 좀 불러줬더니 선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목사님, 좀 종교시 냄새가 나는데요. 일반 문예지에 게재하는 것이니 현대시로 구성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까 더 멘붕이 왔습니다. “시인이 돼 가지고 이렇게 시상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 그 순간 한비야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쓴 ‘바람의 딸, 지구의 세 바퀴 반’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 보면 케냐의 한 의사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은 나이로비에서 정말 잘 되는 병원인데 이 의사는 1년 중 6개월만 병원을 오픈하고 6개월은 오지로 가서 의료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때는 대통령이 초청을 해도 대통령조차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비야가 그 의사를 만나기 위해 오지로 찾아가서 이렇게 물어봤대요. “선생님, 여기서 왜 의료봉사만 하세요? 나이로비에서 병원을 가면 더 많은 사람을 고칠 수가 있고 돈도 정말 많이 벌 수 있는데요.”

그러자 의사는 이렇게 대답을 했답니다. “사람이 어떻게 돈만 벌고 삽니까? 돈을 벌면 가슴이 뛰지를 않아요.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해야 가슴이 뜁니다. 사람이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좋다. 가슴만 뛰면 된다. 내 가슴이 뛰는 한, 시는 반드시 나에게 찾아온다. 정호승 시인처럼 결사적으로 시를 쓰려고 하면 반드시 시는 찾아온다.”

▲바람부는 갈대밭에 서 있는 소강석 목사.

▲바람부는 갈대밭에 서 있는 소강석 목사.
그리고 안도현의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중에 연탄재가 될망정 지금 타오르는 연탄처럼 내 가슴이 뜨거우면 반드시 시는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가슴으로 시를 간절히 사모하고 사모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시적 언어가 생각이 나고 성경 인물에 대한 시적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하나가 떠오르니까 계속해서 연결이 되고 또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담’이라는 시를 먼저 썼습니다. “내 안에 유리거울 하나 빛났지 / 당신이 나를 흙으로 빚고 / 코에 생기를 불어 넣었을 때… / 그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 / 산짐승과 날짐승들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의 호명 / 태양빛도 숨죽이던 날 / 하와의 하얀 손바닥 위에서 빛나던 / 빨간 선악과의 미혹 / 금단의 열매를 깨물었을 때 / 내 안에 유리거울이 깨지고 / 깨진 유리 파편 위로 / 검은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 에덴을 잃어버린 후 / 지금도 소나기가 내리면 / 슬픈 소년이 된다.”

아담을 쓰고 나니까 하와, 가인, 아벨, 셋으로 연결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월요일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편집장님과 월요일 오후에 통화를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써서 보내셨습니까? 이건 정말 소 목사님만이 쓸 수 있는 시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획을 하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금방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뜨거운 가슴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가슴이 뜨거운가, 안 뜨거운가의 차이입니다. 영어의 정열이라는 말이 Enthusiasm이라는 말인데, 헬라어 ‘앤 데오스’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속으로 들어가고 하나님이 우리 안에 들어올 때 정열의 삶을 살고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이 뛰고 불타오를 때, 글도 쓰고 시도 쓰고 새로운 골드오션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가슴입니다.

여러분의 가슴은 얼마나 뜨겁습니까?
얼마나 불태우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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