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해바라기 꽃이 활짝 피었다. 로비를 비추는 전등 불빛이 무색할 만큼 밝았다. 그 곁에서 분홍빛 장미꽃도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 빨간 딸기가 탐스럽게 보는 이들의 입맛을 돋운다. 형형색색의 기화요초들이 아름다운 화단을 이루고 있었다. 옆에서 뛰노는 악동들, 딸기며 고추가 가득 담긴 바지게와 지게. 마치 마음 속 고향집 뜰 같다.
얼마 전, 부산 온종합병원 로비에 아주 특별한 수공예품 전시회가 열렸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가 평소 병실에서 짬짬이 손으로 직접 만든 수세미 수공예품들이었다.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 길에 오르지 못하는 입원환자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그들을 문안하러 온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할머니와 온종합병원이 함께 마련한 전시회였다.
수세미 수공예전시회를 연 할머니는 올해 여든일곱 노상조 씨.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무료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인조 수세미로 고향 산청의 기억들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고향집 울타리의 해바라기며, 마당가의 장미, 들녘의 코스모스, 산기슭의 산딸기가 할머니의 손끝에서 다시 활짝 피어났다. 남는 게 시간이라 굳이 쫓기거나 얽매일 이유는 없다. 쉬엄쉬엄 만들어낸 수세미 수공예품들을 병실 구석구석에 꾸며 놓았다. 병원 직원들이며, 같은 병동의 환자들이 할머니의 병실을 기웃거리며 좋아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아들 정근원장이 올해 추석을 맞아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수세미 공예작업은 무척 재미있는 일입니다.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도 맑아져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어서 다른 환자들도 수세미공예를 배워서 건강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시회장을 지키고 있던 노상조 할머니의 표정은 활짝 핀 수세미 해바라기처럼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