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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렐 칼빈 베자 녹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자 석상.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2. 연구방법론과 그 한계(계속)

종교개혁 500주년을 목전에 두고, 다수의 한국교회 지도급 인사들이 종교개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먼저 제2 종교개혁연구소장 임태수는 한민족의 세계적 사명은 제2 종교개혁을 하는데 있으며, 즉 믿음으로만 의롭게 되고 구원을 받는 제1 종교개혁과 달리, 믿음과 행함으로 의롭게 되고 구원을 받는다(마 7:21, fide cum opera)는 신학을 모토로 삼았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는 오늘 한국교회 도덕과 윤리의 부재현상(성추행, 교회재정 횡령, 성직매매, 타락선거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어 전 WCC 중앙위원 박종화 역시 도덕과 윤리의 타락 현상(성직세습, 상식 부재, 교파분열 등)을 지적하는 가운데, 실로 심각한 것은 그리스도를 맘몬(拜金)과 서로 혼재한 채 어깨동무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한탄하였다. 전 장신대 총장 김명용은 제2 종교개혁의 핵심은 교회의 바른 삶과 실천에 있다고 하였다.

전 서울신대 총장 유석성은 세습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교회 병폐는 샤머니즘적 기복주의, 반지성적 신앙 형태, 잘못된 성장주의적 우상주의 및 번영신학에 있다고 질타하였다. 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김경원은 목회자 문제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문제로 인하여 실추된 도덕성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어 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은 제2 종교개혁은 세속화를 타파함에 있어서는 바로 십자가의 영성을 회복하는데 있다는 것을 강변하였다. 전 고신대 석좌교수 손봉호는 신뢰를 상실한 한국 교회가 되게하는 데는 성장제일주의와 목회세습의 비윤리성에 있다면서 반드시 교회는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교회사가 민경배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한국 교회는 한국을 지탱하는 중추층으로 성육신 신앙을 통하여 자리를 굳혀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면을 강조하였다.

전 한신대 총장 오영석은 한국교회가 소생하려면 그 무엇보다 목회자들의 청빈한 삶과 순교자 정신이 요청된다고 하였으며, 한국교회 문제점들로는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 현상에 대한 분석과 비판의 목소리 부재, 교회 재산의 공공성 상실, 목회자들의 인문학 훈련 결핍 등을 들었다.

기독교 학술원 원장 김영한은 한국 교회의 세습관행과 성추행, 장로 신분의 권력화, 기복 및 번영추구의 저급 신앙행태, 교리적 극단주의, 금권선거, 금권의 만행 등을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였다. 이어 조직신학자 한인철은 한국 개신교인들의 신앙과 삶의 분리를 크나큰 문제점으로 간파하였다. 21세기 교회와 신학 포럼대표 곽혜원은 제2 종교개혁을 영성의 회복과 도덕성 회복과 공동체성의 회복에서 찾았다.

이상과 같이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개혁에 대하여 쓴소리를 했던 학자들의 주장들을 논자의 주관적 평가 없이 객관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았다.

이쯤 해서 굳이 그들에게서 표출된 공통점을 총괄하여 찾아 보자면, 이미 언급한 대로 제3 종교개혁이 각 신학들의 통합에서 얻어낸 중심축으로서 신앙의 3단계와 자유 및 공동체와 상관되어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아야 할 사실은 종교개혁을 위해 그들이 진단을 내린 내용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겠으나, 정확하게 개혁 대상이 되는 진원지인 중병 하나를 제대로 꼭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해 놓은 대처방안도 진단 내용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앓고 있는 중병은 하나인데, 그로 인해 이런저런 합병증세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이, 지금까지 위에서 알아본 학자들의 개혁의 대상들은 단지 그 합병증세를 논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증병 하나가 그 중심축이 되는 신앙의 3단계와 자유 및 공동체에 따른 본연의 모습까지 흔들어놓고 있기에,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는 의사가 이런저런 합병증을 지니고 있는 환자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때만 환자를 완쾌시킬 수 있다는 원리와 같다.

1957년부터 시작해 근 60여 년 동안이나 개혁을 위하여 그렇게 줄기차게 외쳐왔는데도 한국교회에 좀처럼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접근하는 연구 방법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계는 당연히 신학적 한계를 일컫는다.

종교신학자 유동식은 한국 신학 사조를 길선주부터 시작되는 보수적 근본주의와 최병헌으로부터 시작되는 종교적 자유주의, 윤치호로부터 시작되는 진보적 사회참여주의로 대별하였다. 이 태동 시대를 지나 정초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박형룡이 근본주의로, 정경옥이 자유주의로, 김재준이 진보주의로 그 맥을 이어 나갔다.

이어 전개 시대에 와서 보수주의는 여전히 보수주의를, 자유주의에서는 토착화를, 진보주의는 세속화를 들고 나왔다. 이어 1970년대를 지나면서부터는 한국적 신학을 수립한다면서 서남동을 중심으로 한 민중신학이, 유동식과 김경재의 종교신학이, 부흥회가 성행하자 성령신학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이 외에 홍현설의 기독교윤리, 윤성범의 성(誠)의 신학, 김정준의 고난의 신학 등이 있었다.

이런 특정 신학의 학습과 영향을 받은 학자들 및 목회자들이-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에 비춰-그 교육받은 신학을 환상적 학문으로 알게 되면, 그 자체가 질병이기에 정신까지도 오염이 되어 독단과 속견, 맹신, 오류를 낳는 종족 우상 내지는 동굴 우상에 빠지게 되어 있다.

현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파리병에 빠져있는 파리는 나와야 하듯, 특정한 교파 신학에만 몰두해 있는 한국교회는 그 동굴 속으로부터 하루속히 나와 모든 신학의 사조(思潮)를 틸리히와 같이 통섭하는 작업을 치열하게 할 때다.

청년 다빈치로 불리는 와카스 아메드는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이끌어내어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polymath)이 있어야 한다고 주창하였다. 그 이유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전문화 숭배를 벗어나 사고방식을 개혁하기에, 시대를 뛰어 넘으며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다른 길을 창의적으로 인도하는 선도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위인이라는 말이 있다. 종교학의 비조 막스 뮐러(Max Müller)는 “하나만을 아는 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금언을 남겼다. 때문에 한국교회는–세계 교회도 마찬가지로-학습된 신학을 기초로 하되 타 교파 신학까지 수렴해 통합시킨 후, 나아가 인문학(역사, 문학, 철학)과 사회과학(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학, 심리학, 인류학, 고고학 등) 역시 나름대로 수립해 놓고 있어야 한다.

중국철학자 최진석은 인문학 특강에서 ‘인문학이란 인간을 그리는 무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독립적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명사에서 벗어나 동사로 존재할 수 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려면 먼저 멘토(mentor)부터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탐구하는 과학의 한 분야이다. 그리고 자연과학의 입장에서 과학적 탐구는 경배라면서 예수회(Jesuit) 신부 떼이아르 드 샤르댕은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의 획기성과 대등한 자기의 과학적 비전에 의해서 하나님의 실재와 세계의 실재(신앙과 과학)를 용접시키는 작업을 해냈다.

하나님을 알고 믿는다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들의 정신과 물질 세계를 모르고 어떻게 하나님을 알 수 있으며, 믿을 수 있겠는가를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칼 바르트(K. Barth)는 이르기를 한 손에는 성경(상고-해제-적용)을, 한 손에는 신문(정치-경제-사회-문화)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땅에 성육신하시사 오신 주 예수 그리스도-Vere homo-를 모르고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쯤에서 간과할 수 없는 종교학(Religiology)이라는 인문학 산하의 학문이 있다. 이 종교학은 종교학의 본령(주류)으로서, 다양한 종교와 관련된 현상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as it is)’ 기술하는 가치중립적이자 객관적인 학문이다.

이런 종교학의 특성 때문에 종교학자 라다크리쉬난(S. Radhakrishnan)은 종교학이야말로 병들어 있는 종교들을 치료하는 특효약으로 작용하는 기능을 갖고 있노라고 하였다.

이러하기에 신학교에서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타종교 및 타교파를 배척한 나머지 부정적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가운데, 호교론적이며 주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비교종교학’과는 방법론상 전혀 다르다.

이리하여 한국교회가 각 교파 신학을 통합시키며, 동시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물론 종교학의 본령까지 박학다식화(博學多識化)할 수만 있다면, 제3 종교개혁의 길은 자연스럽게 열릴 뿐 아니라 그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

16세기 루터가 종교개혁을 단행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톨릭 신학을 넘어서는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해방운동인 르네상스(신생, 재생, 소생, 부흥, 개신)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는 칼빈이라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웨슬리는 제2 종교개혁자로서 시대적 상황이 18세기 산업화가 한창 발흥하기 시작했던 때인지라, 맥락을 달리한 그의 복음적 경제행위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민병소 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서울대학교 대학원(종교학)
미국 Southwest B. University (H. 신학박사)
기독교한국회중회 총의회 전권위원장
한국교회 최초순교자토마스기념예배당
기독교한국회중회 제일교회 담임목사
(사) 토마스순교기념선교회 회장
(사) 토마스순교기념선교회 농협 301-0304-055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