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사 500년, 신구약 성경 입체적으로 보는 렌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터뷰] <중간사 수업> 박양규 목사

▲박양규 목사는 &ldquo;최근 신구약 중간사를 학술적 용어로 &lsquo;제2성전기&rsquo;로 부르지만, 이 책은 전공 학술서가 아니기에 말라기에서 마태복음 사이를 단지 어제 일처럼 성경의 한 페이지로 넘기는 분들에게 5백여 년의 흐름 인식을 전하고자 &lsquo;신구약 중간사&rsquo;라는 명칭을 썼다&rdquo;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박양규 목사는 “최근 신구약 중간사를 학술적 용어로 ‘제2성전기’로 부르지만, 이 책은 전공 학술서가 아니기에 말라기에서 마태복음 사이를 단지 어제 일처럼 성경의 한 페이지로 넘기는 분들에게 5백여 년의 흐름 인식을 전하고자 ‘신구약 중간사’라는 명칭을 썼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라는 부제의 책 <중간사 수업>은 올 상반기 동안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 일반 분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라틴어 수업>처럼 신구약 중간사를 시대별로, 관련 유명 성화 소개와 함께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중간사 수업>을 읽고 나면, 중간사 이후 등장하는 신약 성경 속 이야기들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13장 ‘예수의 재판과 유대인들의 진심’은 그 절정이다. 당시 그들에게 ‘근현대사’였던 중간사를 알면, ‘겟세마네에서 골고다까지’ 이어졌던 예수의 재판과 십자가를 더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부정한 정치인, 위선적인 종교인, 배반한 제자에 의해 죽으셨습니다. 그러나 이 죽음은 하나님이 바로 그 백성들과 함께하시고, 회복을 주시려는 신구약 중간사 기간의 핵심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그렇게 성취되었습니다.”

다음은 <중간사 수업>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름없는 ‘아무개’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던, 그들이 던졌던 질문을 오늘 우리 시대에 재차 던지고 있는 저자 박양규 목사와의 뒤늦은 일문일답.

중간사 공부 위해 영국 유학까지
타임머신 타고 그때로 돌아간 듯
인문학 도구로 성경 입체적 접근
성경에 대한 이해도 좀더 깊어져
중간사, 과거 단순 역사정보 아닌
우리 시대 보여주는 현실의 반영

중간사 수업
박양규 | 샘솟는기쁨 | 304쪽 | 19,800원

-‘신구약 중간사’ 공부를 시작하신 계기는.

“총신대 신대원 졸업 후, 일종의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대(고려대)로 진학해서 서양사를 전공했습니다. 헬레니즘 중심으로 한 서양사 수업을 들었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려워했지만 제게는 성경 내용이 입체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중간사를 처음 접하게 됐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영국 유학을 가서 당대 유대 문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재정적으로 힘들 것 같았지만,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결심했습니다.

영국에서 대학과 대영박물관 등을 통해 탈무드나 유대 문헌 등 한국에선 접할 수 없던 자료들을 보면서 더더욱 성경이 입체적으로 열리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유학 당시 저희 교단이나 한국교회에는 ‘중간사’라는 영역은 있지도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돌아와서 성도님들께 조금씩 소개해 드렸을 때 너무 좋아하셨고, 성경이 새롭게 보인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준비해서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계기는 이렇습니다. 2022년 12월쯤부터 신구약 중간사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린 뒤 출판사 제의로 조금씩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세종대 교목실에서 신구약 중간사를 한 학기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학생들 대상이 아니라, 이사장부터 총장, 교수들이 모여 신학자를 초청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는 ‘세종신학원 커리큘럼’이었습니다. 매주 교수님과 총장님 앞에서 강의해야 하니 힘들게 준비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작년 초 강의로 자료를 더 많이 모았고, 올해 책이 나왔다. 하나님의 은혜라 생각합니다.”

-평소 인문학과의 소통을 강조하시는데요.

“저는 요즘 다음 세대들을 위한 성경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때 경험했던 내용들이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이라는 도구로 성경을 풀어내는 저만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주입식으로 성경을 배웠다면, 그때부터는 성경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영국에서 체험한 중간사는 죽은 지식이 아닌 생생한 사건이었고, 인문학이라는 도구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방법도 인문학에서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그곳에서 인문학이라는 도구로 성경을 표현하는 것이 획기적이고 탁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런 방식으로 기독교 대안학교인 소명학교에서 가르치고 교회교육에 접목하면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들을 보게 됐습니다.”

-성경이 입체적으로 열린다는 말씀을 좀 더 자세히 풀어 주신다면.

“예를 들어 신약성경이 기록됐을 당시 역사적 배경이 어떠했고, 성경 기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확 이해가 됩니다. 겟세마네 동산 사건을 보자면, 단순히 붙잡히신 장소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 왜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셔야 했고, 왜 십자가에 달리셔야 했으며, 그 십자가 죽음이 어떤 의미였다는 것이 주석 없이도 확 와 닿는다고 할까요?

구약의 예언이 400-500년 동안 변천돼 오면서, 십자가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도록 어떻게 준비돼 왔는지 맥락이 보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성경에 대한 이해가 확 깊어졌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어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동족상잔의 비극, 일제강점기, 한(恨)’ 같은 단어만으로 우리가 이 단어들에 대해 갖는 정서를 이해하기 쉽지 않듯이 말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확 다가오는 것이 입체적 이해 아닐까요. 성경 속 인물들에게 어떤 정서가 있었고,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졌으며, 어떻게 시대를 이해했는지 등입니다.

신구약 중간사는 제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구약의 내용들이 어떻게 신약으로 연결됐는지, 그리고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던 자신들의 ‘근현대사’로서 중간사입니다. 중간사를 알면, 특히 신약 성경이 확 열리고 입체적으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은 분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신약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는 도구가 되더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자로서는 참 기뻤어요. 저라는 저자는 잊어도 상관 없지만, 성경이 보이더라고 고백하니 너무 짜릿한 기쁨을 느낍니다.

성경을 평면적 관점으로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등 당대 각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프레임이 많았고, 그들끼리 갈등도 있지 않았습니까. 당대 종교인들 사이에서 오늘날의 교파 분열이나 분쟁 등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구약 중간사는 과거의 단순한 역사적 정보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시대를 보여주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간사는 시대별 배경사 정도만 가르칠 뿐, 하나의 분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별도 분야가 없으니 수요가 없고, 공급도 없고, 준비도 안 하게 되는 악순환이죠.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이 더 확고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입식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모래성처럼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신앙에서도 공부처럼 책을 읽어가며 견고하게 쌓아올리는 작업이 필요한데, 적지 않은 경우 감정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신앙이 생겼다고 하십니다. 이런 경우, 그 감정이 식으면 신앙도 식어버릴 수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요즘 책 모임이 많이 생겨서 고무적입니다. 단 어떤 책을 읽는지도 중요합니다. 기독교 도서가 아직은 에세이나 간증집 위주라는 생각도 들고, 기독교 작가들이 일반 작가들의 필력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개선하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lt;중간사 수업&gt;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겟세마네 동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중간사 수업>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겟세마네 동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평신도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방송인 조혜련 씨가 중간사 강의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보통 목회자와 조혜련 씨가 대화한다면, 과연 목회자들이 성경에 대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목회자들이 연구를 많이 안 하기 때문에 교인들의 지적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목회자들이 뼈를 깎고 연구하며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조혜련 씨도 그렇게 연구를 하시는데, 신구약 중간사를 암흑기나 침묵기로 여기고 ‘계시가 없었으니 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 기간에도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데, ‘암흑기’라고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400-500년 동안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간사에 대한 편견은 90년 얌니아 종교회의 때 유대교 랍비들이 정체성을 재건하려 그리스어 원문으로 기록된 책은 제외하고, 히브리어 원문으로만 구약성경을 39권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기 400년 동안의 문서를 ‘외경’이라며 다 제외해 버렸어요. 하나님께서 침묵하셨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쓰던 그리스어는 아티카 헬라어이고, 신약 성경은 코이네 헬라어로 기록됐습니다. 코이네 헬라어는 고상한 언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쓰던 일상 언어, 상스러운 언어입니다. 4세기 제롬이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경’도 ‘상스러운·통속적인’이라는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성경이 통속적 언어로 기록됐다’고 하면 발끈 하는 목회자들도 있어요. 우리나라 개역한글 성경도 ‘했느니라, 가라사대’ 등 지금은 안 쓰는, 예스러운 문체였잖아요. 이걸 ‘왕의 언어’라고 여겨서 최근의 표준새번역이 권위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하지만 쓰지도 않는 문체를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어휘를 쓰면서 쉽게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지금 아무도 쓰지 않는 문어체·고어체로 성경을 기록해서 성경에 담긴 어휘나 어감, 어조 등이 경전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잘 다가오진 않습니다. 내용이 중요하지, 문체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하늘의 언어를 경험한 것입니다. 이 하늘의 언어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목적으로 중간사 수업을 공유하려 했고, 이런 노력들이 우리 삶 속에서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께 받은 하늘의 언어를 안 믿는 이들에게 그대로 표현하면, 누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과 노력이 더 많아지지 않는다면, 교회는 더 격리되고 고립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중간사 수업>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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